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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후디스는 오명을 벗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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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재판장 배호근)는 일동후디스 주식회사(아래 일동후디스)가 환경운동연합 등을 상대로 제기한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기업이미지와 신뢰도가 저하되고 명예가 훼손됐다”며 환경운동연합은 위자료로 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재판부는 일동후디스가 제기한 재산상 손해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고, 환경운동연합에 검사결과를 제보한 회원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2012년 8월 2일 환경운동연합이 일동후디스사의 산양분유 1단계에서 방사성 세슘-137이 0.391Bq/kg(킬로그램 당 베크렐) 검출되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 발표와 이후 기자회견 진행 등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명예가 실추되고, 매출액에 손해를 입었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기업이 환경단체의 공익 목적의 정보 발표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또 그에 대해 재판부가 명예훼손으로 환경단체에 거액의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일동후디스는 이번 판결결과를 두고 ‘오명을 벗었다’, ‘산양분유의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우리는 왜 검사결과를 발표했나


이번 사건을 두고, 기준치(세슘-137 370Bq/kg)에 훨씬 못미치는 양인데 꼭 검사결과를 발표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있다. 사실 환경운동연합 안에서도 검사결과에 대한 제보를 받은 이후 결과 공개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검사결과를 공개했을 때, 이것이 작은 양임에도 여러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기의 분유에 미량이라도 방사성물질이 들어있다는 정보를 안다면, 그자체로 기피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분유에서 다 세슘이 검출된다면 모를까, 일부 제품에서만 세슘이 나온다면 그 분유를 선택하지 않는 부모들은 당연히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또 다른 걱정은 일동후디스사가 최악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환경운동연합을 공격하거나, 고발 및 손해배상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많은 고심 끝에 환경운동연합은 이 결과를 발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것은 바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작은 위험성이라도 알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공개를 통해 해당 분유회사가 더욱 안전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원인을 해결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세슘은 계속 검출


환경운동연합이 검출결과를 공개하자 일동후디스가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세슘이 검출되지 않았다”였다. 해당 기업이 이러한 태도를 보인데는 검사기관인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아래 조선대)은 책임이 크다. 검사기관인 조선대가 논란이 일자 스스로의 검사결과를 부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선대는 검출기 계측시간을 1만초로 했을 때는 세슘이 검출되지 않았고, 8만초로 측정한 것은 잘못된 검사방법이라 ‘불검출’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검사시간을 늘리는 것은 검출할 수 있는 최소한계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특히 적은 양의 방사성물질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를 수 없는 검사기관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스스로가 검사한 결과마저 부정해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렇다면 왜 조선대는 스스로도 잘못됐다고 부정하는 결과를 검사의뢰자에게 제공했는가.


더구나 8만초 측정은 검사를 담당한 조선대 연구원이 1만초 측정 후 해당분유의 세슘 검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제안한 방법이었다. 환경연합이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발표하자 일동후디스사는 검사 책임자인 김숭평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 “검사한 분유 전 제품에서 세슘137 검출!”되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이 또한 결국 거짓으로 밝혀졌고, 재판에서도 검사를 수행한 연구원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사실이 아님을 진술했다. 문제는 사건 이후에도 일동후디스 산양분유에서는 계속 세슘 137이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에서도 해당분유를 1만초로 검사했는데, 세슘137이 0.6Bq/kg 검출되었다. 또 경주시의 조사에서도 0.81Bq/kg이 검출되었다. 일동후디스가 이윤만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이라면 자사의 제품에 인공방사성물질이 나왔다고 밝힌 환경단체를 고발하기보다 그 원인을 조사하고, 가능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기준치가 안전을 보장하는가


이번 재판에서 가장 논란과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바로 기준치 미만의 미량의 방사선의 위험성에 관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환경운동연합이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건강에 해롭다는 과학적 진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환경운동연합이 이러한 위험성을 과장했다고 판단했다.


의학계의 정설은 방사선에는 역치가 없고, 방사선량이 증가함에 따라 암 발생의 위험도 선형을 그리며 증가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적 연구가 명백하게 저선량의 방사선의 위험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진실에 입각해서 문제를 바라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더구나 해당 분유는 물조차도 그냥 먹이지 않는 6개월 미만의 영아들이 먹는 분유다.


지금까지 유해물질에 대한 위험성은 대체로 무지의 단계에서 인지의 단계로, 약한 기준에서 강한 기준의 관리로 변화해왔다. 방사선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그것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라듐 등 방사성원소를 처음으로 발견한 퀴리부인도, 방사능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결국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 이후에야 방사능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고, 위험성과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피해가 있고 나서야, 기준들이 만들어지고 또 피해가 심각해질 때 기준들이 강화되어 온 것이다. 이런 역사를 볼 때 방사선의 영향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안전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최대한 그것의 저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정당한 것이 아닌가.



이번 판결로 시민의 안전을 위한 알권리가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되었다. 또한 환경단체의 개선 요구를 법적 소송으로 무마시키는 좋지 않은 선례도 만들게 되었다. 일동후디스사는 이번 재판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된 것은 없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항소를 통해 이 문제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고,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다툼은 계속되겠지만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일동후디스사의 노력과 태도 변화다. 아직 일동후디스사는 미량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것 외에 왜 자사제품에서 미량의 세슘이 검출되었는지, 그 원인조차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일동후디스사가 진심으로 아기들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할 사회적 책임을 느꼈다면,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고 그것을 개선할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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