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2004아시아환경현장]벽장을 뚫고 나온댐 반대 활동가들과 지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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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리는 동남아시아강네트워크(Southeast Asia Rivers Network;
SEARIN) 활동가들과의 만남을 위해 치앙마이로 향했다. 오전 9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지만, 사무실은 회의열기로 가득했다.
이들의 정기 모임은 매주 한번으로 정해져 있었다. 활동가들이 속한 지역은 대게 치앙마이에서 차로 5시간이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달려오는 이유는 오직 하나 ‘강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것’ 뿐이었다.

동남아시아강네트워크는 태국의 전반적인 댐반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 현안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그 지역 원주민들과의 밀접한 관계유지인데 이러한 점들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활동가들은 대부분 그 지역 출신 활동가들이 많았고, 비록 그 지역이 고향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역주민들과 함께 강을
지키기 위해 함께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었다.

이들의 회의가 끝나고, 우리는 한국의 댐건설 현황과 진주의 댐반대 운동의 활동들을 함께 나누었다.
우리가 미리 준비해 온 자료집을 보고, 진주라는 곳이 매우 아름답다고 했다. 도심을 가르는 강을 따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고,
미래세대들이 강을 보며 꿈을 키워나가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동남아시아강네트워크(Southeast Asia Rivers Network;
SEARIN) 활동가들과의 만남 중이다.

한국의 댐 건설 현황과 진주의 댐 반대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의사소통의 대부분은 영어 로 이루어졌다.
활동가들이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현지 활동가가 태국어로 다시 통역을 해 주었다. 더욱 유연한 국제적 연대 활동을 위해 영어회화에
대한 연습이 절실함을 느꼈다.

이들 사무실 벽 곳곳에 붙어 있는 사진들은 우리 자료집에 있는 사진들과 거의 흡사했다. 강을 따라
소박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 강 주변의 아름다운 들꽃들과 아이들, 더운 여름이면 개구쟁이들이 몰려와 물장구치며 신나게 물놀이하는
모습들, 그리고 어느 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듯이 놀라는 사람들, 정부와 지자체의 댐 건설 압력에 한발, 한발 물러나야
하는 사람들, 평생을 살아 온 고향을 이렇게 떠날 수 없다고 주저앉아 우는 사람들, 정부의 숨막히는 압력은 이제 곧 그들의 본질인
폭력으로 그들의 강을 빼앗는 순간, 원주민의 손에는 작은 나뭇가지 하나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우리의 강을 지키겠노라고!

우리나라의 전투경찰 같은 사람들이 태국에도 존재했다. 전경들에게 저항하다 방패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이 곳 태국에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태국에서도 낯설지 않았다.

▲댐건설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이 전경들과 대치중인 집회모습이다.
▲댐건설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거리행진의 모습이다.

댐 건설로 뿌리뽑히는 사람들

지구 멀리서 강과 함께 웃고 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들의 깨어진
공동체와 강에 싣고 달아나 버린 꿈들이 가슴을 울렸다. 활동가 중 한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다. “태국 사회에서는 댐 건설 자체가
경제성장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는 어린 시절 제도 교육 안에서 교과 내용에 댐 건설의 이점들을 교육하며, 이러한 점은 대중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댐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치 태국 경제의 걸림돌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틀에
갇히게 된다고 했다. 사실상 댐 건설의 폐해와 고통들은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온다고 했다.”

이 활동가의 말을 들으니 초등학교 시절 주관식 시험 문제가 생각났다. 홍수를 막기 위한 방법 3가지를 쓰시오. 이 문제의 답안
중 하나가 바로 댐 건설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댐 건설 이점들을 교육받아온 것이 이제야 생각이 났다. 그 시험에는 댐 건설로
인해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 하며, 강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었다.

활동가들이 속한 지역으로 우리가 곧 방문 할 예정이라 현장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동남아시아강네트워크 활동가들은 우리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자 했다. 우리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는지 한국 식당에 함께 가자고
했다. 사실 여행 일주일에 들어서니, 한국 음식에 대한 간절함이 마음에 자리잡은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는 흔쾌히 좋다는 인사를
하고 한국 식당으로 갔다. 태국의 활동가들은 대부분 한국 음식이 처음인지 다들 신기해하며 한 입, 한 입 조심스럽게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짧은 영어로 이름이며, 먹는 방법을 설명했다.

▲ 강은 지역민들의 생계 터전이다. 댐 건설로 인해 강의 풍요로움이 사라져
지역민들이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을 멸치볶음과 돼지불고기 그리고 바지락 무침이었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된장찌개는
마치 고향에 돌아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들었던 것들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움이 있는 듯 하다. 예전에는
밥알하나 아무렇게나 생각했지만, 윤기가 잘잘 흐르고 가지런히 붙어 있는 밥알 하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구수한 된장에도
깊은 애정의 표시를 하고 싶다.

작은 것 하나에도 이렇게 우리는 쉽게 웃을 수도, 울 수도 일인 것을 하물며 고향 산천이 물에
잠기는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새로 개척해야하는 이들의 상실감을 이루 다 말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살던 마을은
확실히 가난했지만, 그러나 그들의 삶을 절대적인 재앙으로부터 늘 보호되어 있었다.

일정/ 6월 12일
글, 사진/ 진주환경연합 박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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