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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시험 조작, 원전안전 신뢰 완전히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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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긴급 브리핑은 충격이었다. 신월성 1, 2호기와 신고리 1, 2, 3, 4호기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부품인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 관련 자료들이 위조된 것이다. 신월성 1, 2호기와 신고리 1, 2호기는 시험그래프와 시험결과가 조작되었으며 신고리 3, 4호기는 시험그래프가 조작되었다.

이번 사건은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의 부품 관련 비리 유형은 돈받고 납품, 중고품 납품, 짝퉁부품 납품, 훔친 후 재납품, 품질보증서 위조납품 등 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은 한수원과 납품업체 사이의 비리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시험성적서를 발행하는 시험검증기관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위조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는 신고리 1, 2호기 ⓒ양이원영

제어 케이블은 인체의 신경계통에 해당된다. 원전사고 발생시 원자로의 냉각, 방사능 물질 차단 등의 안전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한 동작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고온 고압의 극한 환경 속에서도 작동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이런 주요한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발급하는 기관이 시험환경을 임의로 조작한 것이고 그에 따른 시험 결과 역시 조작했다.
조작이 드러날 수 있게 된 것은 국내에서 모두 시험을 하지 못해서 해외에 맡겼기 때문이다. 해외에 맡긴 시험결과 원본과 검증기관이 제출한 위조본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시행한 시험에 대해서는 조작여부를 확인할 수조차 없다.

현재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의 이유가 되고 있는 신고리 3, 4호기 역시 시험그래프가 위조되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3, 4호기의 경우 시험결과도 위조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위조된 시험환경 속에서 나온 결과는 당연히 위조된 결과다. 신고리 원전 3, 4호기의 안전성을 담보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연내 가동을 위한 송전탑 공사 강행은 어불성설이다.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이와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전력수급을 핑계로 원전 안전문제를 도외시 하면서 그들만의 폐쇄된 구조 내에서 원전 가동과 안전문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전으로 전력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전력정책이다. 원전은 출력조절이 불가능하고 가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는 전력수급을 맞출 수가 없다. 또한 이번처럼 안전문제로 인해 갑작스럽게 장기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국내 전력수급을 당장 싼값에 원전 위주의 공급 정책으로 맞추어 온 기존의 전력정책의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건 역시 외부 제보로 시작되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시험검증기관이 몇 군데인지, 이런 식의 시험검증이 필요한 부품은 원전 한 기에 몇 개나 들어가는 지 등의 기본적인 사항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시험검증기관의 문제도 일개 회사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고 있고 시험검증서 위조에 대해서도 이번에 제보 받은 제어케이블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원전 안전에 대한 부실과 안전 불감증이 구조적이고 뿌리깊게 만연해 있음을 확인케 한 것이다.

작년 납품 업체 전수조사를 통해 추가 위조 건이 발각되었다. 이번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시험검증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검증기관의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주요한 안전등급 부품에 대해서는 시험을 다시 하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은 모두에게 공개되고 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없이 전력수급을 핑계로 더 이상 원전 안전문제를 미뤄서는 안된다.


▲ 노후화된 월성원전의 수명연장 중단을 촉구하는 환경연합 퍼포먼스 ⓒ함께사는길 이성수

※ 이 글은 내일 신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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