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도한지 2년이 지난 지금, 탈핵 주간을 맞아 그 동안 일본 내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논하는 자리가 지난 12일에 열렸다. 환경운동연합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이 주관한 이 강연회에 탈원전 활동을 이끄는 후나바시 하루토시 교수(호세이 대학)를 초청, 후쿠시마 이후 일본 사회 내 변화와 한일 탈핵 운동의 과제를 살펴보았다.
하루토시 교수는 2년 간 일본 시민 사회가 이끈 변화의 예로 시민발전운동을 언급했다. 원전에 의존하는 전력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의 변화다. 탈핵론자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도입을 확대하고 방사능 오염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피해지역 복구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되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하루토시 교수는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주변 지역에 원전을 세우는 불공평한 정책을 비난하면서 그 일대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오염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원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있어서 소극적인 일본 정부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한 정책을 고수하는 원인으로 “원자력 복합체”의 존재를 문제 삼았다.
원자력 복합체는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전력회사들로서 정계와 학계를 매수해 일본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에도 소위 원전 마피아들은 시민 사회의 활발한 탈원전 운동을 강하게 반대하며 제2의 후쿠시마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다.
원자력 복합체의 횡포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하루토시 교수는 후쿠이현이 오이원전을 다시 가동한 배경에 중앙 정부가 아닌 그 지역 의회의 압도적인 원전가동 찬성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원전이 세워진 지역은 ‘원전 긴자(일본 도쿄 중앙부에 있는 번화가)’라 불릴 정도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현실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경제적인 측면을 떠나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정부, 국회, 법원이 주축이 되어 원전 건설 및 가동에 대한 공정한 사회적 의사결정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입안자의 의견도 중요하겠지만 과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고 반영됨으로써 원자력 복합체의 압력을 무력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상황은 일본의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지난 2년 동안 시민사회의 탈원전 여론이 커져가면서 변혁의 움직임이 포괄적으로 표면화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하다. 원전이 더 이상 대안 에너지원이 될 수 없음을 직시한 이상 정부와 지역은 탈원전 정책을 수립하여 변화된 기반을 다진 핵없는 사회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