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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2년,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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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난 지 2년,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생방송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전 세계의 원자력공학자들이나 관련 과학자들은, 그리고 핵산업계와 관련 정부 당국에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저마다 체르노빌과 자국의 원전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서 안전한지 홍보해왔다. 그리고 원전은 폭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원전 선진국인 일본에서 3기의 원전이 폭발했다.



>>2011년 3월 14일 후쿠시마 원전 3호기가 폭발했다. 출처: 연합뉴스


그동안 한국의 원전추진론자들은 원전의 핵연료 노심이 녹아내릴 확률은 백만년에 한 번이라고 하면서 노심용융이 발생할 가능성은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렇게 확률이 낮으니 원전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평가방식인데 ‘확률론적 안전성평가’가 그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이 주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발생 전에 노심용융 확률이 1천만년에 한 번이었다. 하지만 3기에서 동시에 원전 핵연료의 노심이 녹아내린 것이다.


>> 2011년 3월 격납용기 아래를 녹일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2012년 3월과 10월에 내시경으로 들여다 본 후쿠시마 원전 1, 2호기는 노심이 녹아내려 격납용기까지 문제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2011. 3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 역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서로 책임을 미룬 탓에 사고가 더 악화되었으며 정보공개를 제때에 하지 않은 탓에 더 많은 일본 국민들이 방사능에 피폭되었다.


사고 이후 수습과정과 대처과정에서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래도 일본이니까 이 정도라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세계 어떤 나라라도 예상하지 않던 자연재해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동경시민들 3천만명이 피난해야하는 최악의 사고로 치닫지 않도록 막은 것 중의 하나가 원전 직원들이 방사능으로부터 대피해서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면진(免震)중요동이라는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에 견디고 방사성물질을 막으면서 비상식량이 보관되어 있는 이 건물은 비상시의 상황실로 쓰이기 위해 사고 1년 전에 건설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원전에도 없는 건물이다.


핵연료봉 노심이 녹아내린 원전 1, 2, 3호기는 방사선량이 시간당 20∼100 밀리시버트(m㏜)로 기준치의 20만배에서 백만배에 이르는 방사선량이라서 보호장비가 있어도 사람이 접근할 수가 없다. 일본의 최첨단 로봇 덕분에 그나마 1호기와 2호기 안을 겨우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원전사고는 비행기 사고, 교통사고, 여느 자연재해와 비교할 수가 없다. 일본의 다른 쓰나미 피해지역은 2년이 지난 지금 복구를 해 가고 있지만 후쿠시마현은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페기물조차 수거하고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사성물질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고수습이 되지 못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는 하루에 500톤 가량이고 처리하지 못하고 물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양이 24만톤이 넘었다. 하지만 이 1000톤짜리 수백개의 물탱크는 급조된 것이라 수명이 5년에 불과하다. 방사성물질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서 골칫덩어리로 원전부지에 쌓이고 있다. 이마저도 더 이상 쌓을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서 바다로 방류하는 것은 오염을 더하는 것일뿐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기술, 핵분열 기술은 최악의 무기인 핵무기를 만들어냈고 최악의 발전시설인 핵발전소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지구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인 수백여종의 인공 방사성물질이 확산되었다. 수천번의 핵무기 실험과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잇는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로 60년전만 해도 지구상에 없던 새로운 방사성물질이 토양과 대기, 바다에 흩뿌려졌다. 환경에 확산된 방사성물질은 먹이사슬을 타고 우리가 먹는 식품에 축적되고 있다. 외부에서 방사성물질에 의해 피폭되는 것보다 식품과 물을 통해서 우리 몸 내부에서 피폭되는 내부 피폭이 더 위험하다. 내부피폭이 전체 피폭의 90%를 차지한다는 것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년이 지난 후 의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발생한지 27년째지만 오염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여전히 허용치의 수백배에 달하고 반경 30km는 출입제한지역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이제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이다. 공식 오염 제거대상지역인 8개현(우리나라의 도)은 커녕 후쿠시마현에서조차 제염 정도가 10%밖에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관공서와 학교, 거주지와 도로 중심이고 숲이나 호수, 강들은 방치되어 있다. 모든 지역을 제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사성물질은 앞으로도 계속 대기를 타고, 지하수를 타고 주변 환경으로 확산될 것이다. 외부피폭은 물론 앞으로도 최소한 300년간은(세슘 137만 생각했을 때) 음식물을 통한 내부피폭이 계속 될 것이다.





>> 제염작업으로 긁어낸 흙을 처리하지 못하고 마을 인근에 쌓아놓고 있다 출처: 모리즈미 다카시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정책 결정자들은 원전을 포기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규원전에 대해 재검토를 발표했지만 건설 중인 5기의 원전과 2010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한 6기의 신규 원전은 재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규원전의 방사성환경영향평가에는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는 아예 예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북핵실험으로 인해 오히려 핵무장론까지 등장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년 전의 과거지만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 있고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을 위협할 것이다. 그런데, 나아진 게 별로 없다.

* 민중의 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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