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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안전점검, 수명연장 면죄부 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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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이하 IAEA)가 월성원전 1호기와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점검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올 11월이면 수명이 다하는 월성원전 1호기와 최근 정전은폐 사고와 중고부품 납품 등 각종 비리가 문제가 되어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점검을 해달라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한수원의 이런 선택은 고리원전 1호기의 정전사고 은폐가 발각된 이후 연이은 비리와 부실이 확인된 가운데 바닥으로 추락한 핵산업계의 자구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IAEA의 권위를 빌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과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의 면죄부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IAEA의 안전점검은 ‘수명연장 면죄부’?


 


IAEA의 면죄부 발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굴업도 핵폐기장 논란 당시인 1995년, 경주 핵폐기장 부지선정 당시인 2005년, 그리고 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을 결정할 당시인 2007년에도 그들은 한국을 방문했다. IAEA는 그 어느 때에도 한국의 원전과 핵폐기장 부지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굴업도 핵폐기장 부지는 활성단층 발견으로 취소되었고 경주 핵폐기장 부지는 하루 3천여 톤의 지하수가 쏟아져 나와 애초 30개월의 공사기간이 세 차례 연기되어 84개월로 연장되었다. 앞으로 경주 방폐장이 완공될 지도 미지수다.


 


원자력안전규제 당국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경주 핵폐기장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사일로(저장용기)는 지하수가 유입되는 바닷물에 잠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 전체 원전 사고·고장의 20%가 집중된 고리원전 1호기에서는 IAEA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은 지 5년 만에 비상디젤발전기 두 대가 동시에 문제가 생기는, 초유의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핵발전소는 가동중이 아니더라도 외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냉각시설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 만약 전기공급이 중단되고 냉각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시간이 지속되면 후쿠시마 원전 4호기와 같이 폭발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안전점검을 하면서 ‘문제없다’, ‘안전하다’, ‘우수하다’고 했던 IAEA는 전혀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마디 언급도 없다. 최소한의 사과조차 없는 이들이 또다시 월성원전과 고리원전에 대해서 안전점검을 할 자격이 있을까.


 


한수원은 안전점검만으로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수법으로 ‘국제기구’인 IAEA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점검을 한 IAEA 점검단원들 역시 핵산업계의 일원이다. 단지 우리와 국적이 다를 뿐이다. IAEA의 안전점검은 동료 점검(Peer Review)이다. 팀원이 공개된 고리 1호기 안전점검팀을 보면 8명 중 4명은 각자의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한수원과 같은 핵산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이다.


 


IAEA 점검 후 발생한 ‘고리원전 사고’, 그들 믿을 수 있나?


 


한수원은 “7명의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점검팀이 월성원전 1호기를 5월 29일에서 6월 6일까지의 9일간 점검했다”면서 그 결과 “IAEA가 월성1호기의 안전성에 대해 ‘국제적인 우수 사례’로 칭하고, ‘해외원전 산업계가 공유할 만한 우수사례와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번 점검은 2007년, 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 결정 당시에 이루어진 안전점검과 같은 장기운영 점검(Safe Long Term Operation Peer Review)으로 점검 내용은 ‘기본원칙, 기기분류, 기계, 계측 및 전기, 구조물, 방사선환경 영향평가’에 대한 것이다.


 


또한, 고리원전 1호기 안전점검팀 8명은 6월 4일부터 10일까지 점검을 했고 “지난 2월 9일 발생된 정전사고의 원인이었던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발전소 설비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IAEA가 마치 고리원전 1호기 전반을 점검해 안전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IAEA는 비상디젤발전기를 중심으로 ‘조직행정 및 안전문화, 운전, 정비, 운전경험 등 4개 분야’를 점검한 것에 불과하다.


 


장기운영 점검을 받은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권고사항은 모두 6가지로 아래와 같다.


 


1. 비상디젤발전기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야 하고 방염벽이 마련되어야 한다.


2. 비상상황시에 제2제어실의 거주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방사성 방호가 포함되어야 하고 적정한 음식과 물이 공급되어야 하며 필요한 기간 동안에 작업공간과 운영서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3. 콘크리트 구조물과 원자로 돔의 침식을 완화시키고 관리하기 위해 외벽 페인트칠을 해야 하는 추가 노력을 해야 한다.


4. 주기적인 안전성 평가과정은 IAEA의 최근 안전기준과 일치해야 한다.


5. 전기 시스템에 대한 정비 기록과 부품 공급 계획을 향상시켜야 한다.


6. 운영시스템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전자버전과 하드카피 버전 사이의 일관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IAEA는 앞으로 2개월 내에 안전점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다고 하지만 위의 권고사항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내용이 일반적인 안전 수준 향상에 대한 권고사항으로 그리 특별할 것이 없어보인다. 비상디젤발전기에 대한 부분이 포함되었지만 예상치 못하는 고장을 방지하기보다 일반적인 안전 권고사항이다.


 


IAEA의 권고사항 중에는 원전 건물과 돔의 외벽에 페인트칠을 하라는 것도 포함되었지만 그나마 비상시 음식과 물 공급이 가능하고 방사성물질 유입이 차단되는 공간을 확보하라는 권고가 의미 있을 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도쿄 시민 3000만 명이 피난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 보안원들이 대피한 상황에서도 발전소 노동자들이 사고를 수습하고 대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피신 건물 ‘면진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진설계가 되고 비상식량이 준비된, 외부의 방사성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면진동’은 사고 1년 전에 완공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건물이 없다. IAEA는 월성원자력본부측으로부터 제2제어실이 이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받은 듯하다. 하지만 IAEA가 보기에도 제2제어실이 면진동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했다고 판단한 듯 하다.


 


IAEA 권고는 안 지키고, 원전 재가동-수명연장에 악용


**11일 IAEA 가 고리핵발전소 부지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기자회견 하고 있는 반핵부산대책위, 탈핵울산시민행동,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김제남 국회의원


IAEA 안전점검을 받은 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점검의 내용이 원전 전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IAEA 역시 단지, 매뉴얼대로 점검할 뿐이다.


 


문제는 수백만 개의 부품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복잡한 핵발전소 내부 어디에서든 안전점검 매뉴얼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고는 매뉴얼대로 나지 않으며 다음에는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만약에 IAEA의 매뉴얼에 없는,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점검하지 못한 부분에서 월성 1호기나 고리 1호기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IAEA는 책임질 것이 없다. 한수원 조차도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으로 보상하는 비용이 500억 원, 배상책임한도가 5000억원 정도에 불과함을 밝히고 있다.


 


IAEA는 사업자인 한수원의 초청 이전에도 안전규제 기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초청으로 안점점검을 하기도 했다. IAEA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인 2011년 7월에 한국의 원자력안전규제시스템에 대한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를 점검했다.


 


그 결과, IAEA는 한국 원전운용의 안전성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으나 불과 7개월 후에 고리 1호기의 블랙아웃(완전정전) 은폐사건이 발생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물론 한수원 본사도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주장이다. 그리고 중고, 짝퉁부품의 납품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관련자들이 구속되었다. IAEA 점검이 부실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다. 


 


IAEA는 당시 한국의 원전관리 시스템에 대해 첫 번째 권고사항으로 원자력시설의 해체계획서를 건설과 운영이 되는 시점부터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국에 운영 중인 21개의 원전 중 어느 것도 해체계획서는 없다. 한수원과 정부는 자신들이 필요한 것만 이용한 셈이다. IAEA의 권고도 지키지 않을 것이면서, IAEA를 들러리 세워 노후원전의 수명연장과 재가동에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명연장-재가동 꼼수 대신 노후원전 폐쇄계획 시작해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15만 명이 피난했다. 반경 30km 이내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바람이 북동쪽으로 불어서 북동쪽 50km 지역까지 피난구역이 되어 버렸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반경 25km 지점에 부산시청과 울산시청이 있다. 후쿠시마 경우처럼 어느 한쪽으로 바람이 분다고 가정한다면 부산시와 울산시 전체가 피난지역이 될 수 있다. 부산시 360만 명, 울산 경주 140만 명이 피난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부산으로 바람이 불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이들이 피난하지 않으면 급성사망을 비롯, 50여 년간 장기적으로 암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90여 만명에 달 할 수 있다는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피난을 감행한다면 628조원의 경제피해가 예상된다. 여기에는 방사능오염 제염비용과 사고 수습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IAEA는 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단지 부산시민과 울산시민들, 한국민들의 불행일 뿐이다. 한수원은 책임도 못지는 IAEA의 이번 안전점검 결과를 월성 1호기 수명연장과 고리 1호기 재가동의 면죄부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전체 전기 생산량의 2%도 안 되는 발전량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 아닐 수 없다. 한수원과 지식경제부는 더 이상 수명연장과 재가동 꼼수를 부리지 말고 이제는 위험천만한 노후 원전들의 폐쇄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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