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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66주년 “핵의 평화적 이용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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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8월6일 평화의 종은 정확히 8시 15분에 울렸다. 66년 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시각이었다. 종소리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공식추산  5만명)은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어서 마츠이 카즈미 히로시마시장이 평화선언을 낭독했다. 이번 선언에는 이례적으로 ‘히바쿠샤(원폭 피폭자)’의 경험을 담은 증언이 포함됐다. 또 올해 평화기념식에는 히로시마시장이 핵무기뿐 아니라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해 핵발전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이란 소식이 앞서 흘러나오면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큰 기대와 달리 이날 마츠이 시장은 핵발전 폐지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 대신에 이를 둘러싼 두 가지 시각을 언급하기만 했다. 평화선언을 낭독하면서 그는 “3월 11일 발생한 대지진의 참상은 66년 전 히로시마의 모습을 방불케 해 매우 가슴 아프다”며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일본인이 한때 핵발전에 대해 가졌던 신뢰는 산산이 조각났다”고 말했다.


이어서 마츠이 시장은 “핵에너지와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는 경고에 따라 일부는 핵발전 전체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핵에너지에 대한 매우 엄격한 통제와 동시에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의 확대를 옹호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에너지정책을 시급히 재검토해 국민들로부터 이해와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마츠이 시장의 다소 모호한 입장의 발언에 대해 발전사를 비롯한 기업의 압력에 의해 결국 한 발 물러섰다고 분석했다. 현재 히로시마시에는 원전 1기를 운영하고 3기의 신규 건설을 추진 중인 추고쿠전력의 본사가 있다.


자신의 입장을 얼버무린 히로시마시장의 발언과 달리, 간 나오토 총리는 자신의 새로운 탈핵 선언을 재확인시켰다. 간 총리는 “핵에너지는 안전하다는 신화에 대한 깊은 반성에 따라, 국가 에너지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고 있다. 나의 목표는 일본의 핵발전 의존도를 줄여서 핵에너지에 중독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말 내각에서도 관련 보고서를 내 핵에너지 의존도를 감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히로시마 원폭 66주년을 맞은 지난 8월6일 원폭돔이 보이는 모토야스가와강에 종이등을 띄우며 사람들이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Takaharu Yagi/The Asahi Shimbun

무엇보다도 후쿠시마 사고는 핵에너지에 대한 원폭 피해자들의 생각에 변화를 가져왔다. 대규모 살상을 불러온 원폭 투하와 이후 방사선 피폭에 의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원폭 생존자들은 핵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왔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 생산을 위한 핵기술의 전용에는 반대하지만 핵에너지로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선 수용했던 일본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에도 상응된다.


원폭 피폭자들을 인터뷰한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방사선 전문의이면서 나가사키 원폭 생존자인 타카하시 나가이는 자신의 1949년 베스트셀러인 <나가사키의 종>에서 핵에너지에 대한 희망을 언급했다. 그는 “핵에너지의 폭발을 통제함으로써 이는 선박, 기차, 항공기를 운용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이로써 인류는 얼마나 행복해지겠는가?”고 썼다.


1951년 당시 중학생이었던 마사아키 타나베는 자신의 원폭 피해 경험을 이렇게 진술했다. “핵에너지는 무섭다. 이것이 나쁘게 사용된다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좋게 더 많이 쓰인다면, 인류는 행복해지고 세상은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


이런 시각은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7월22일자 <아사히신문>은 1953년 원폭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발행된 8월3일자 신문에서 미국에서의 핵발전 개발 현황을 다루는 데 거의 한 면을 할애했다고 ‘고백’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한 원폭 생존자를 인용하며 “상당수의 원폭 생존자들은 일본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라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정부, 산업계, 뉴스미디어의 주장을 믿어왔다”고 전했다.



8월6일 히로시마 원폭 66주년을 맞아 시내에서는 반핵을 요구하는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이 열렸다. 사진=Toach/반핵아시아포럼

히로시마에서 만난 마사에 유아사 히로시마 시립대 교수(국제학)는 “일본이 전쟁에서 나쁜 짓을 했고 패전했기 때문에 과거 원폭 피폭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쉽게 호소하지 못 했다. 그나마 핵에너지의 이용은 자신의 삶과 고통에 의미를 부여해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상황은 변했다. 원폭 생존자들을 대변하는 가장 큰 단체인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원수폭)는 지난 4월26일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특별결의”에서 “(후쿠시마 사고로) 원자력 정책의 파탄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원폭 생존자인 82세 타니구치 스미테루 씨는 “핵발전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 우리 원폭 생존자들은 이를 줄기차게 말해왔다. 하지만 핵발전의 이용이 평화적인 것처럼 호도되며 계속 돼왔다”고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많은 원폭 생존자들은 방사선 피폭에 의한 발병을 입증하기 위해 정부에 소송을 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원폭 생존자들이 암이나 다른 질병을 얻어도, 정부는 “방사선 피폭에 의한 발병이 아님”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타니구치 씨는 저선량 방사선에 노출된 후쿠시마 주민들이 이후 정부로부터 이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86세의 원폭 생존자인 키요코 사카이 씨는 가미노세키에 추진되고 있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 예정부지 인근인 이와이시마 태생인 그는 “난 내 두 눈으로 원폭 생존자들의 몸에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것을 봐왔어.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에 반대하는) 내 결의는 변함없어”라고 말했다.


추고쿠전력의 히로시마 본사 앞에서 가미노세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규탄하는 집회에 반핵아시아포럼 태국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Toach/반핵아시아포럼

8월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원폭 66주년 행사가 열리는 동안, 시내에서는 핵무기와 핵발전 폐지를 요구하는 거리 행진이 열렸다.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가미노세키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추고쿠전력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진행했다.

내일 9일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지 66주년이 되는 날이다. 원폭 투하로 1945년 당시 히로시마에서 최소 7만명, 나가사키에서 최소 4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 이후에도 현재까지 사망한 원폭 피폭자들은 5,785명에 이르며, 생존한 수많은 이들은 여전히 피폭에 의한 질병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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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맨위) 8월6일 평과기념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기념비 앞에서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Takaharu Yagi/The Asahi Shimb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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