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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원전도 수명연장 절차 밟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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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2011년 여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수명 다한 고리 1호기를 폐쇄를 위한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경북 경주시청 앞에서는 경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월성 1호기 재가동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경남 부산시 외곽에 위치한 고리 1호기가 지난 2007년 6월에 애초 설계 수명이 끝났지만 편법을 이용해 수명을 연장해서 가동한 지 4년째를 맞고 있는데, 경북 경주 바닷가의 월성 1호기는 내년 11월이면 수명이 완료될 예정인 것이다. 
고리 1호기는 원자로만큼이나 중요한 부품인 증기발생기 전체를 교체한 뒤에 수명연장 절차를 밟았고 월성 1호기는 원자로 압력관을 비롯한 주요부품 전체를 지난 2009년에 교체한 후 테스트 단계를 거쳐 지난 7월 18일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역시 수명연장 절차를 밟고 있다.
고리 1호기가 그랬듯이 월성 1호기 역시,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는 교체 작업이 안전성 향상을 위한 것이지 수명연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핵연료봉이 장착되어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에서 외부 껍데기(용기)만 제외하고 압력관(380개), 원자로관(380개), 냉각재 공급자관(760개) 및 관련기기(엔드피팅) 등을 교체하면서, 비용도 애초의 3천2백억 원에서 7천억 원이 들었는데, 수명 완료를 몇 년 앞두고 단지 안전성 향상을 위해서 진행된 것이라고 믿기는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교체를 하자마자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관련 안전성 평가서 등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제출해서 올해 안으로 관련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초에 지난 6월에 결과나 나올 예정이었으나 후쿠시마 발 원전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진 즈음이라서 그런지 결정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설계수명 30년과 교체한 부품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핵발전소, 원자력발전소에서 설계 수명이 중요한 이유는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방사선과 중성자선이 아무리 강한 금속이라 하더라도 약하게 만드는 연성화, 취성화가 진행되는 것과 함께 고온 고압의 환경 속에서 발전소의 각종 부품들이 작은 고장과 사고, 자연재해에도 취약해져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는 일단 한 번 발생하게 되면 지구 전체에 방사능 위험을 확산 시키고 향후 수백년이 지나도 방사능 위험이 크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여타의 화력발전, 수력발전소가 가지는 수명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출처: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고리 1호기의 경우, 가동한 지 20년이 된 1998년에 증기 발생기를 교체했다. 증기발생기는 가압형 경수로 발전소에서 핵연료봉이 있는 원자로만큼이나 중요하지만 사고가 자주 발생한 시설이다. 핵연료봉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강한 방사선에 의해 높은 열이 발생하는데 핵연료봉을 식히는 냉각재(물)가 섭씨 300도씨로 올라가도 끓지 않도록 150~160기압의 압력을 가한다. 이 고온 고압의 냉각재가 길이 20여미터 직경 2센티미터 가량의 가느다란 관이 있는 증기발생기를 통과하면서 관밖의 2차 냉각재에 열을 전달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60~80기압)에 있는 증기발생기의 물은 이 열을 받아 끓어 증기가 되는데 강한 추진력을 가진 이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가늘고 긴 관들이 가압형 경수로에서는 4천여개에서 8천여개가 되는데 고온고압과 냉각재의 산성, 염기성 화학성분들로 인해서 쉽게 균열이 발생하고 심지어는 파손되는 사고가 잦다. 그런데, 여기서 사고가 발생하면 최악의 노심 용융까지 쉽게 발전할 수 있다. 관이 파손되면 1차 냉각재가 높은 압력차이로 인해 순식간에 증기발생기 내부로 빠져나오게 되고 핵연료봉을 식히는 냉각재가 제 때에 보충되지 않거나 낮아진 압력으로 1차 냉각재가 끓기 시작하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은 시간 문제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울진 4호기의 증기 발생기가 이렇게 잘려나가면서 10여분만에 40톤이 넘는 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가동이 중단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 발전소인 고리 1호기 역시 증기발생기에 문제가 많아 설계 수명까지 쓰지 못한 것이다.


*중수로 원자로 내부/ 출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중수로 내부 압력관/ 출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와 달리 핵연료봉을 식히는 냉각재가 중수인 가압형 중수로발전소다. ‘중수’란 물을 이루는 수소원자의 핵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중수소라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물이다. 이 냉각재 차이로 인해 중수로 원전의 핵연료는 핵분열성 우라늄을 농축할 필요없이 천연우라늄을 쓰는데, 그만큼 핵연료봉을 수시로 교체할 수 있어서 핵물질 유출이 상대적으로 쉽고 농축하지 않은 핵연료라서 사용후핵연료 양이 경수로보다 많다. 이 중수로발전소의 원자로 내에 있는 압력관은 섭씨 310도씨의 고온의 냉각재가 끓지 않도록 99기압의 압력을 견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압력관 외부와 원자로 용기 사이에는 감속재가 흘러서 대기압과 비슷한 기압과 섭씨 80도씨 이하를 유지하므로 압력관은 내외부 온도와 압력 차이를 견디는 경계로 핵연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압력관이 핵연료의 핵물질이 분열될 때 나오는 높은 에너지인 중성자선과 원자로 내의 높은 압력, 열을 견디는 과정에서 두께가 감소하고 길이방향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늘어난 양(연신량)이 허용치를 초과하면 베어링이 지지판을 이탈하게 되어 원자로 내 핵연료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의 체르노빌 원자로도 월성 1호기의 원자로와 같은 설계상의 특징을 가져서 원자로 노심 안쪽에 압력관이 있는데, 체르노빌 사고의 원인이 압력관 파열에 의해 야기되었거나 그에 의해 증폭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압력관은 설계상 원전 평균 이용율 80% 운전 조건에서 30년간 운전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지만 월성 1호기는 높은 이용율(86%)로 인해 압력관 연신량이 설계 수명보다 약 4년 일찍 제한치(76.2mm)에 도달한 것이다. 한수원은 압력관 연신량 증가로 인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문제가 생긴 압력관은 부분 교체하거나 미세 이동해왔는데 이번에는 이 전체를 교체하게 된 것이다.



*중수로 압력관 축방향 팽창/ 출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세계에서 지금까지 가동된 574기의 상업용 원자로 중에서 폐쇄된 발전소 129기의 가동 연수가 설계 수명과 상관없이 평균 23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설계 수명 30년을 채운 것도 나름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며 주요 부품이 설계 수명보다 빠른 20년 정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도 세계 핵산업계의 현황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이용률을 자랑(?)하고 있어 수명이 빨리 다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경제적 이익과 맞바꿀 수 없는 원전 위험
부지확보에서부터 건설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규 원전 건설에 비해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사업자에게는 매우 매혹적인 유혹이다. 시간이 흘러 초기 투자비용이 빠진 상황에서 운영비와 연료비만 추가하면 생산한 전기 판매비는 그대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으로 치면 1천만 분의 1, 한국형 원전으로 치면 1백만분의 1의 대형 사고 확률은 수명연장으로 인해 더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고리 1호기의 경우 말썽 많은 증기발생기는 교체했지만 정작 설계 수명을 결정짓는 원자로 본체가 강한 방사선, 중성자선에 의해 매우 취약해진 상태라는 것이 아직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안전성 평가서의 내용이다. 원칙대로 검사하고 평가했다면 이미 폐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야 할 고리 1호기는 주변 30km 내 300여만명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가동 중이다.



*증기발생기 세관/ 출처: 구글


월성 1호기 역시 압력관 등 주요 부품을 교체했다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 세계 핵발전소 중 5% 정도인 캐나다형(캔두형) 중수로 핵발전소는 설계상의 결함으로 인해 압력관 파열만이 아니라 냉각배관 부식 등의 문제가 심각해 종주국인 캐나다 이외에는 인도, 파키스탄, 한국,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한국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핵물질 유출이 쉬워 핵무기 원료를 빼내기 위해 도입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는 발전소다. 월성 핵발전소도 중수로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어 1999년에 냉각배관 부식 등의 안전성 문제로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으며 중수 누출 사고로 인해, 노동자 피폭과 방사성물질 외부 누출이 잦았다. 최근 월성 원전 인근의 빗물, 바닷물, 토양, 지하수 등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발견된 것에 더해 인근 주민의 소변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지속적인 방사성물질 누출에 의한 피해가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핵분열 과정에서 냉각재인 중수의 중수소가 중성자를 하나 더 갖게 되면서 생성되는 방사성물질이다. 또한, 월성 원전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활성단층이 분포한 지역에서 가동 중이며 원자로 지반 자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부등침하 현상도 계속되고 있는 등 안전을 위해 하루 빨리 폐쇄해야 하는 발전소다. 특히, 중수로는 세계적으로 가동 경험이 부족하며 현재까지 수명연장 경험도 없는데, 캐나다와 한국에서 동시에 수명연장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서 우리나라가 캔두형 중수로 수명연장의 안전성 실험대 위에 놓이게 된 셈이다.


핵분열에너지를 이용하는 핵발전소는 아무리 적은 사고확률로 안전을 장담한다고 하더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핵분열 에너지를 발견한 인류는 그 후 100년도 되지 않아 그동안 겪지 못했던 최악의 참사와 공포를 경험하며 지구상에 위험물질을 쏟아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과 후는 다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누그러져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 속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일단 방출된 방사성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기와 바다 중으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류의 생명을 앞으로도 계속 위협할 것이다. 이제는 바다음식, 공기, 빗물에 대해서 늘 의심하고 살 수밖에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방사능 피폭량은 전에 비해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고려해야 할 환경독성물질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54기의 핵발전소 중에서 35기를 가동 정지한 일본은 여느 때보다 더운 여름을 지내고 있다. 하지만 동경 동북부 일대에 확인되고 있는 핫스팟(높은 농도의 방사성물질 오염지역)과 고농도 세슘에 오염된 소고기의 전국 유통 등이 알려지면서 더운 여름을 견디는 불편함과 비교하기 힘든 생명에 대한 위협이 확산되고 있다. 핵발전소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이용해 위험을 강요하는 시설로 마약과 같은 문명의 이기가 아닐까.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두 개의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는 전체 발전량의 2% 정도다. 우리가 2%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핵발전소로 인한 사고 위험은 상대적으로 감소될 수 있는데 정책 책임자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다. 더운 여름의 냉방 수요로 연일 최대전력을 갱신하고 있다는 뉴스와 함께 중국보다 싼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 다소비 업체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국내 최대 전기 소비 업계는 더 싼 전기요금을 위해 정부에 로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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