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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공학자들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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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표된 대한의사협회의 방사능위험 관련 제2차 대국민 권고문 에 대해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자 동국대 의대에 재직 중인 김익중 교수가 글을 보내왔다.
이번 권고문은 의사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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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5일  소위 국민 건강을 수호한다는 대한의사협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의한 방사능 위험과 관련하여 대국민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이 권고문의 내용과 그 문제점을 살펴본다.


 


우선 의사협회는 전문가로서의 자격과 사회적 의무를 져버리고 있다. 권고문의 초입부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검출된 양은 극미한 수준이며 현재로선 건강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전문단체 및 전문가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으나,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잘못된 정보도 온‧오프라인 상에서 전해지고 있다.”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건강상 우려할 수준 여부를 결정하는 전문가는 상식적으로 의사여야 한다.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모임으로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의협은 방사선에 의한 인체피해 여부를 판단하는 의료인 고유의 책무를 소위 핵공학 전문가라는 비-의료인들에게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의협은 지금부터라도 방사능에 의한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 철저히 의학적인 판단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시해아 할 것이다. 국민들은 핵산업계가 제시하는 허용기준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학적으로 옳은지 알 수가 없다. 연간 1밀리시버트의 기준치는 의학적 근거를 가진 기준치가 아니며 오히려 기준치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도 암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의학적 증거가 확보되어 있다. 의사협회는 핵공학자들의 기준치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준치가 의학적으로 정당한지 여부를 철저히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다.



핵공학자들이 방사능의 양을 측정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대부분 인체의 허용기준치를 준거틀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핵공학자들이 말하는 인체 허용기준치는 의학적 연구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수치다. 피폭 허용 기준치가 1년에 1밀리시버트라는 딱 떨어지는 숫자가 의학적 실험결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작업자들의 허용기준치를 평상시 50밀리시버트, 사고시 100밀리시버트 인 것을 이번에 250밀리시버트로 올린 사례에서 보듯이 필요에 따라서 변경이 가능한 기준인 것이다. 이렇듯 현재 사용되고 있는 허용기준치는 원자력 산업의 보호를 위해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이지 의학적 판단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허용기준치의 의학적 판단은 따로 연구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허용기준치를 마치 의학적 근거가 확보된 것처럼 국민들에게 권고하는 것은 의학을 모르는 단체라면 몰라도 의사협회가 가질 수 있는 태도는 아닌 것이다.



2005년 미국의 과학아카데미 보고서는 방사능의 안전한 수준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모든 방사능은 건강에 위해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 노출 수준에서도 암 발생은 증가한다는 증거들이 제시되었다. 이는 소위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도 건강에 위해하다는 의학적 결론이 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한국의 의사협회가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보고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충분한 의학적 증거를 확보해서 현재의 허용 기준치는 건강에 위해하지 않다는 의학적 결론을 내려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의협이 취해야 할 성숙한 태도인 것이다.


 


의협의 권고안에는 “우산, 비옷 등의 착용 없이 비를 맞고 염려가 되는 경우, 비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하면 된다.”라고 적혀있다. 또한 마스크를 쓰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외출을 삼갈 필요도 없다고 적혀있다. 이런 판단은 아마도 기상청과 원자력안전연구원이 제시한 내용에 근거할 것이다. 기상청의 판단을 전달하는 정도라면 의사협회라는 전문가 단체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의사협회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정말로 국민들이 마스크 안 쓰고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돌아다니기를 원해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의사협회가 기상청과 원자력안전연구원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의사협회 권고안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되어있다. “국민은 유언비어나 비공식 정보보다는 정부의 발표와 대책에 귀를 기울이고 신뢰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권고안을 발표한 목적인 듯하다. 이는 의사협회가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른다는 내용에 다름 아니다. 의사협회라는 권위 있는 단체도 정부를 믿으니 국민들도 믿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의협은 본인들이 꼭 해야 할 사회적 책무, 즉, 사상 초유의 초대형 원전사고의 피해로부터 어떻게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지 고민해야 할 책무를 먼저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들이 해야 할 책무는 비-전문가에게 미루어놓고 우리도 믿으니 당신들도 믿으시오 하는 식의 수준 낮은 권고문을 국민들에게 보내는 것은 의사로서의 책무와도 거리가 있지만 지식인으로서의 책무와도 거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의협이 이 권고안에서 목적하는 바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면 의료계가 핵산업계보다 하위에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이런 권고안을 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의협은 본연의 업무인 국민 건강 지키기에 충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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