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생각한다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일본을 뒤덮은 대지진과 쓰나미 공포가 며칠 전부터 방사능 공포로 전환됐다. 이제 전 세계의 이목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쏠려 있다. 그리고 사태를 공식적으로 전하는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지난 15일 노후한 7기의 원자력발전소 포기를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발전소의 설계가 자연의 힘 앞에서는 충분치 않다’고 인정했다. 당연한 진리이다. 55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 선진국’ 일본에도 원자력을 비판하는 많은 국제적인 활동가들이 있는데, 이들 중 타까기 진자부로오는 일찍이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하는 신화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것을 경고했다. 최신 기술로 완벽하게 건설되었다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우리는 그간 여러 차례의 치명적인 사고를 경험했다. 체르노빌과 스리마일섬 원자력발전소 모두 사고가 날 것을 예견하고 건설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인재든 기술적 결함이든, 분명한 것은 완벽하고 영원히 안전한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3월 14일 베를린 총리공관 앞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즉각적인 폐쇄를 요구하는 촛불시위대 ⓒwww.BUND.net

그러나 일본의 현재진행형인 사고를 전하는 각국, 특히 한국의 원자력 기술자들은 옹색한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사고 초기 후쿠시마 발전소는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어 대형 사고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이들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자국 발전소는 일본 발전소와는 달리 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규모의 자연재해가 우리 앞에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 더욱더 빈번해지고 있는 테러까지 생각한다면 원자력발전소가 지진대에 건설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더 이상 안전을 보증하지 않는다.

왜 지금 전 세계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주시하고 있는가? 원자로 폭발, 노심용융, 고농도 방사능 누출 등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지 25년이 지났건만, 지금도 반경 30km 이내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시간이 흘렀어도 원상태로의 복원이 요원한 것이 원자력발전소 사고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사망자뿐만 아니라 방사능 피폭으로 원치 않는 암에 걸린 수많은 피해자들, 다운증후군과 같은 유전적 결함을 갖고 태어난 많은 아이들, 여기에 더해 자연이 입는 해까지 고려하면 말 그대로 재앙이다. 그러나 유명한 원자력공학 교수는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은 원자력발전소보다 사고 확률이 더 높은 비행기를 타고 ‘위험한’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슬그머니 문제의 본질에서 빠져나간다. 사고가 날 경우의 무시무시한 영향은 애써 무시한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대체 몇 퍼센트였단 말인가?

사고의 위험성 못지않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후쿠시마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일은 오로지 일본 관방장관 입을 통해서만 공식적으로 확인된다. 그가 어떠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사실을 파악할 수 없다. 그가 사실을 축소하거나 과장하더라도 그것이 공식적인 입장이 되는 현실이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건설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원자력발전소로의 접근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발전소 운영자들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전제가 깨질 경우 그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일본에서도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던 모양이다. 며칠 전 언론에 따르면 일본 총리가 도쿄전력을 찾아가 ‘왜 내게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느냐’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발전소 운영자나 정부 관계자를 신뢰하고 싶지만, 그들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해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원자력발전소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치명적 결함이다.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자랑했던 일본의 원전이 자연의 힘 앞에서 무너지는 장면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이제 재앙을 막는 것은 방사능 피폭까지 감내하며 재앙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최후의 50인’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기술로 안 되니 마지막으로 소수의 희생을 빌어서라도 공멸을 막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노후한 7기의 즉각적인 중단을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안전이야말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지구 반대편의 사태를 거울삼아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하는 독일과 같은 국가가 있는 반면,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도 여전히 우리와는 다르다고, 우리는 안전하다고 자기최면을 거는 한국 같은 국가도 있다. 한국은 지금 21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녹색성장’의 기치 아래 2024년까지 14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에서는 지난 12일 약 6만 명의 시민이 슈트트가르트에 모여 45km의 인간띠를 만들고 핵발전소의 폐쇄를 요구한데 이어 14일 전국적으로 11만 명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늦기 전에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위험천만한 원자력발전소의 퇴출을 선언해야만 한다. 그것이 방사능 공포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 3월 12일 슈트트가르트 인근 네카베스트하임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싸고 이의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대 ⓒwww.BUND.net


/염광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

이 글은 <프레시안>에 기고됐습니다. 링크

admin

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