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에너지절감, 온실가스 감축, 건물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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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혹독했다. 1월 중에 영상을 기록한 시간은 44분에 불과했다고 하는데 -10℃ 이하는 수시로 넘나들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이불 덮고 있으면서 새삼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의 안부도 걱정될 수밖에 없는 추위였다.
‘지구온난화’가 아닌 ‘기후변화’가 실감되는 겨울이었다.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가 따뜻해지기만 할 줄 알았는데, 여름은 더 더워지는 반면 겨울은 더 추워지는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영화 ‘투모로우’는 더 나아가서 빙하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은 대세

기후변화와 함께 다가오고 있는 자원고갈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이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자원 고갈은 예상된 미래라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다. 원유 배럴당 3~4 달러 하던 시대는 이제 다시 올 수 없다. 지난 겨울 동안 원유가격은 간단히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류세를 인하해야한다느니 정유사가 마진을 줄여서 도매가격을 낮춰야한다느니 떠들썩하지만 원유가격이 계속 오르는 마당에 별 효과는 없어 보인다. 가격을 낮춰야한다고 논쟁할 시간에 에너지를 덜 쓰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생산적이다. 이제 에너지는 저렴하고 풍부하게 제공될 것이라는 환상을 깨야 한다.
더 더운 여름, 더 추운 겨울을 에너지를 별로 쓰지 않고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싼 에너지가격 덕분(?)에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1차 2차 석유파동을 겪은 선진국들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집을 짓는 방법을 고안하고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을 벌써부터 시작하고 있다.

*출처: 국가에너지기본계획 효율관련 워크샵. 2008. 생태건축연구소 이윤하

적은 에너지로 쾌적한 공간, 패시브 하우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1980년대부터 생태건축에 에너지 절약 개념을 도입하면서 두드러진 효과를 거두었고 90년대 들어서는 에너지 절감형 시공법이 본격화되면서 연간 냉난방에너지 사용량이 단위면적당(㎡) 66kWh인 에너지 절감형 신축 주택이 선보이게 되었다. 나아가 2000년대에는 단위면적당 연간 냉난방에너지가 15kWh로 대폭 줄어든 패시브 하우스가 본격화되었다.
거주 공간이나 업무 공간에서 쓰는 에너지는 두 가지로 나뉜다. 더위와 추위로 인한 고통 또는 불편함을 면하기 위해서 쓰이는 냉난방에너지가 있고 오락과 요리 등을 위해서 사용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냉난방으로 사용하는 에너지가 15kWh 이하인데 불편함을 면하는 정도에서 나아가 쾌적함까지 제공한다. 업무공간은 여기에 컴퓨터와 조명 에너지가 더 계산되고 거주공간은 TV와 냉장고, 조리에너지 등이 더 포함된다. 패시브 하우스는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해서 120kWh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서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도 충당하게 된다면 제로에너지 하우스로, 이를 넘어서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플러스에너지 하우스가 될 수도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외부 환경이 -20℃에서 40℃까지 변화가 심해도 내부 온도가 17~20℃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집이다. 바닥부터 지붕까지 단열재가 완전히 감싸서 열이 빠져나가거나 들어오지 않도록 치밀하게 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 면적은 전체 벽 면적의 30% 이하로 낮추고 창문이나 창문과 벽의 이음새를 통한 열전달을 최소화하지만 겨울에는 태양에너지가 집안 깊숙이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하고 여름에는 태양을 피해 그늘이 지도록 한다. 겨울에 패시브 하우스의 열원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열, 태양열, 그리고 조리 시 발생하는 열로 충분하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집이기 때문에 열을 빼앗기거나 들어오지 않도록 하면서 환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열교환기도 필수다.

건강도 해롭고 비효율적인 난방과 건축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은 습기가 많은 여름을 대비해서 바닥에서 일정정도의 높이를 두고 습도 조절이 가능한 흙과 나무를 기본 재료로 하면서 겨울을 대비해서 온돌을 이용하는 주거구조다. 하지만 단열에 취약해서 바닥은 뜨겁지만 공기는 차가운 환경이다.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전통가옥이 콘크리트 건물로 바뀌었는데, 콘크리트와 벽돌 건축물은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외풍도 강해 난방에너지가 많이 든다. 바닥 난방을 하지 않는 업무용 건물은 아무리 따뜻한 공기를 난방기로 내 보내도 추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바닥부터 올라오는 냉기 때문이다. 온기는 가벼워서 위로 올라가고 바닥은 늘 냉기가 감돈다. 요즘 신축 업무용 건물이나 학교에 천정 난방기를 설치하는데, 상대적으로 시원해야할 머리에 쏟아내는 뜨거운 기운은 불쾌감을 일으키고 발과 다리는 냉기로 괴로워서 개별 전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건강에도 해롭고 비효율적인 난방구조다.
하지만 패시브 하우스는 바닥과 벽, 공기의 온도 차이가 별로 다르지 않아 쾌적함을 느끼게 한다. 바닥 난방이 필요하지 않지만 신발을 벗고 따뜻한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주거 습관 상 바닥 난방을 설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에 생태건축이 유행하고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작년에 처음으로 공식 인증된 패시브 하우스가 건설될 정도로 아직 초기 단계이며 이 역시 민간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에너지 절감 잠재량이 많은 건축분야

이 정부 들어 녹색성장을 내걸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의 3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에 이르는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6% 정도로 낮게 잡으면서 건축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즉 에너지 감축 잠재량에 대한 역할을 강조하게 되었다.
에너지를 고려한 건축물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비가 이제 막 시작된 정도다. 우리나라 건물이 단위면적당 얼마나 에너지를 사용하는지도 객관적인 통계자료가 아직 없는 상황인데 작년에 도입하기로 되어있던 건물의 에너지소비총량제도 올 7월에 연면적 1만㎡(약 3천평)이상의 건물에 한해서 시행하는 것으로 미뤄졌다. 한편, 2010년부터 공공기관에서 건설하는 공동주택, 즉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아파트는 에너지효율등급 2등급을 의무화하도록 했고 공공기관에서 건설하는 신축 업무용 건물은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그런데 2등급은 연간 사용하는 에너지가 단위 면적당 300~350kWh, 1등급은 300kWh 미만인 것으로, 패시브 하우스와는 한 참 거리가 멀다. 
이에 반해, 독일은 주마다 도입연도가 다르지만 프랑크푸르트주의 경우 2009년 3월부터 모든 신축 공공건물은 패시브 하우스로 건설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2015년까지 독일 내 모든 신축건물은 패시브 하우스로 지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 건물은 저에너지 건물로 개선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 기준은 40~70kWh/㎡다.

패시브 하우스와 한참 거리가 먼 우리나라 신축 건물들

호화 청사로 물의를 빚은 신축건물인 성남시청과 용산구청은 에너지를 다소비하는 대표적인 건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철근 H빔과 I빔으로 구조체를 만들고 벽체는 유리로 감싸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자연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전기로 냉난방과 환기를 해야 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최근 업무용 건물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유행하고 있는 건축방법인데 업무용에 쓰이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누진율도 반영되지 않아서 지난 겨울의 전력수요 급증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성남시청과 용산구청의 에너지사용량을 보면 각각 502kWh/㎡(등급 외), 397kWh/㎡(4등급)
이다. 이들 청사뿐만 아니라 2005년 이후에 신축된 21개 청사들 중 4~5등급이며, 등급 외도 8곳이나 된다. 올해와 내년에 수십억원씩 들여 단열개선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그 결과도 5~3등급 정도로 패시브 하우스는 커녕 독일의 저에너지 건물에도 미치기 어려워 보인다. 

에너지절감 건축 지원책, 서민층 지원책이 전무

공공건물도 이 정도이니 민간이 패시브 하우스나 저에너지 건물을 짓겠다고 해도 딱히 지원하는 것이 없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에 지원하도록 되어 있는 ‘에너지이용합리화 기금’에서는 단열 개선 사업에 저리로 융자해 줄 수 있도록 한 제도도 2007년에 폐지했다.
공급위주의 에너지 정책이 건축분야에도 적용되는 것인데, 집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사업, 태양광 전지판 설치나 지열에너지 이용 사업에는 정부의 지원금이 나오기도 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에너지를 덜 쓰는 건물을 짓겠다고 하는 데에는 지원책이 없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겨우 에너지효율 2등급 건축을 의무화 했을 뿐이다. 이에 반해 독일은 민간이 패시브 하우스를 짓거나 저에너지 건물로 단열 개선 사업을 한다고 하면 1.5% 이자로 20년 상환이 가능한 융자를 해준다.
한편, 진보신당 최재연 도의원에 의하면 공공기관에서 건설하는 에너지절감주택도 소득별 차등을 두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하남미사지구와 고양원흥지구에서 총에너지절감적용비율을 일반 분양주택에 25%, 임대주택이 15%로 차등 적용했다. 경기도시공사는 남양주진건지구 보금자리아파트에서 에너지절감적용비율을 분양주택은 30%를 적용한 반면, 임대주택에는 20%를 적용했다. 에너지비용을 더 아껴야 하는 서민들이 사는 주택의 경우 에너지가 더 들어가지 않는 건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별을 둔 것이다.
부자감세, 사회복지를 희생하는 토건국가, 빈부격차를 더 늘리는 현 정부, 2030년까지 지금보다 1.5배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겠다고 발표한 한국정부와 2030년에 지금보다 에너지를 20%가량 덜 쓰겠다고 한 독일정부의 정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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