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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장도 없는데 웬 핵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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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경주의 2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주 핵안전연대와 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들과 회원들 70여명이 월성 원전 정문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하수가 하루 최고 3,500톤이 콸콸 쏟아지고 이제는 바닷물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불량한 암반은 균열이 많아서 모래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는 이곳에 과연 핵폐기장이 완성될 수 있을까?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방폐물관리공단은 갑자기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해 울진 핵발전소에서 핵폐기물을 해상으로 수송해 온 것이다.
“핵쓰레기 노상적재와 뭐가 다르냐”, “인수저장시설이 아니라 인수검사시설이다”, “줄줄 새는 방폐장 질질 새는 국가 예산”
경주 환경운동연합의 이상홍 간사가 사회를 보면서 각 단체의 대표들의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월성 원전 정문은 굳게 잠겨 있어서 핵폐기물을 실은 수송선이 들어오는 항구에는 접근할 수가 없었다. 핵폐기물을 하역하는 항구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정문 앞에서 항의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월성 원전 앞에서 집회 중인 경주 핵안전연대와 환경운동연합







오전 9시 40분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간단히 환영행사를 끝내고 핵폐기물을 실은 컨테이너를 트럭에 옮기고 있다는 소식이었고 곧 트럭과 함께 기자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할거라는 얘기다. 참석자들 중 일부가 집회를 하다 말고 차를 타고 인수시설 앞으로 이동했다.






오전 10시
인수기지 앞에는 경주시의회 의원들이 연좌를 하면서 정문 입구를 막고 있었다. 경주 핵안전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은 그 옆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규탄 집회를 이어나갔다. 핵폐기물을 실은 트럭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전날 정보과 형사는 경찰 병력 12개 중대가 배치될 것이라고 겁을 줬지만 인수시설 안에 경찰 버스 4대와 사복경찰들 외에는 전경이나 의경들도 보이지 않았다.



인수시설, 방폐물 관리공단은 인수’저장’시설이라고 부른다.



인수시설 앞에서 연좌농성 중인 경주시의회 의원들. 경주 핵안전연대가 핵폐기물 수송 소식을 알고 성명서를 낼 때까지 시의원들조차 사실을 모르고 있을만큼 전격 작전이었다.



인수시설 앞에서 연좌농성 중인 경주시의회 의원들과 경주핵안전연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오른쪽)이 앞에서 소형 모형드럼통을 들고 있다.
 



오전 11시 40분
도로에 주차해 있던 차량들을 견인차로 순식간에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1, 2분도 되지 않아 파란색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접근해 왔다. 정문 앞으로 가로막고 있던 경주시의회 의원들은 순식간에 사복경찰들에 의해 해산되고 트럭은 정문을 통과했다.



인수시설 앞에 있는 차들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핵폐기물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오마이 뉴스 최지용



핵폐기물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정문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오마이 뉴스 최지용

 
인수시설 정문 앞을 막고 있던 경주시의원들이 사복경찰들에 의해 해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지용



 
핵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인수시설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지용



 인수시설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핵폐기물 운송 트럭/ 오마이뉴스 최지용






박수를 치며 핵폐기물 운송 트럭을 맞이하는 방폐물관리공단 직원들 / 오마이뉴스 최지용


인수기지 안에 있던 직원들은 박수로 핵폐기물을 맞이했고 트럭은 인수기지 안으로 들어가서 핵폐기물을 실은 컨테이너를 내려 놓기 시작했다.
오늘 수송될 핵폐기물은 총 1,000드럼이고 방사성 물질 누출이나 방사선 피해를 우려해 트럭 한 대당 18개 드럼만 싣고 이동을 하고 있다.
인수시설은 총 6,000드럼 규모로 제작되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런 수송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전 경주시장인 백상승 시장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퇴임을 며칠 남겨 둔 지난 6월에 인수시설에 4,000드럼의 핵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줬다. 허가가 나기 전, 경주의 시민사회단체장과 회원들은 관련 공무원을 만나고 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허가를 내 주지 말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12월 말까지 임기인 방폐물 관리공단 민계홍 이사장이 임기를 며칠 남겨 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핵폐기물을 전격 수송한 것이다. 올해 기관 평가에서 방폐물관리공단이 최하점수를 받은 것이 자극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방폐물 관리공단은 이번 수송을 작전 치르듯이 치밀하게 준비했다. 사회의 관심이 가장 적을 크리스마스 이브를 택했고, 이번 주에 지방 기자들 10여명을 일본으로 보내서 지역기자들이 공석이다. 그리고 선적 하루 전날, 어업대책위와 보상 합의를 했으며, 인수시설 앞 집회신고를 낸 어업대책위는 집회를 포기했음에도 집회신고를 취소하지 않았다.   

방폐물 관리공단은 작전을 해치우듯이 국내 최초 핵폐기물 해상 수송을 치러냈다. 보상으로 어민들 손발을 묶은 것을 스스로 민주적인 절차라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는 경주시장이 참석 하지 않았고 한나라당 일색인 의원들은 정문앞을 막고 연좌농성을 했다. 방폐물 관리공단은 최대한 조용히 신속하게 일을 해치웠다.



인수시설의 개요도 / 오마이뉴스 최지용






인수시설 안, 트럭에서 핵폐기물 컨테이너를 내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지용


경주 방폐장 부지는 주민투표를 하기 전에 부지 조사를 해서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당시에는 부지를 조사한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를 검토한 부지선정위원회(위원장 한갑수)가 안전성을 확인해줬다. 하지만 4년만에 공개된 부지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해당 부지는 불량한 암반에 지하수 위험까지 드러났고 상세조사를 할수록, 공사를 할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26개월 공기로 2009년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한 경주 방폐장은 2009년 7월에도 공정률 30%에 그쳤다. 그리고 60개월로 공기를 연장했다.
하지만 2012년 말에도 과연 이 처분장이 완공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인수시설에 저장되어 있는 핵폐기물은 3년이 아니라 더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언제 완공될지도 모르는 시설에, 아니, 핵폐기장이 가능하지도 않은 이런 부지에 임시 저장을 위해서 위험한 해상수송을 무릅쓰고 핵폐기물을 운송하고 있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경주 방폐장 선정과 건설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실적주의가 판치고 있으며 그 결과, 경주시는 물론 동해안, 전국민이 핵폐기물 위험 앞에 놓이게 되었다. 

*관련글: 방폐장의 안전한 준공없는 핵쓰레기 반입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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