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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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천연가스 기본계획 공청회가 한꺼번에 열렸다.
우리가 보통 ‘에너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 올리는 것은 집안에 있는 전자제품을 돌리고 조명을 켜는 ‘전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전기’는 전체 에너지의 17%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난방과 취사에 쓰이는 가스와 석유, 석탄, 그리고 자동차를 굴리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경제, 인구, 국제유가, 산업구조 전망 등 제반 상황의 변화를 예상해서 앞으로 10~20년 후까지 에너지가 얼마나 필요할 지 예측하는 것이다. 그리고 효율과 절약 정책과 기술 등으로 에너지 소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사용해야하는 에너지를 어떤 에너지원(석유, 석탄, 가스, 원자력, 재생가능에너지)으로 얼마씩 공급할 지를 계획한다. 그런데, 이번에 중간발표 형식으로 이루어진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의 에너지수요전망이 석연히 않다. 지식경제부 산하의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의도적으로 ‘조정’한 흔적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참고: ‘숫자놀음으로 온실가스 10% 감축효과).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현재도 한국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많은 편이고 온실가스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있는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1990년에 방출한 온실가스양에 비해 50~80%까지 줄여야 한다는 장기 계획 속에서 에너지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2008년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에너지 사용을 지금보다 50%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계획했다. 그런데, 이번 공청회에서는 이보다도 13.4%를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늘린 것이다.

경제성장률도 더 떨어지고, 국제 유가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제반 상황 변수를 조정했음에도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렇듯 과도하게 부풀려진 수요예측으로 인해 크게 보면 지구 전체가, 작게 보면 신규 발전설비와 송전 설비가 들어서는 지역민과 자연환경이 피해를 입는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수요와 공급 계획의 큰 그림이 그려지면 이에 맞추어 분야별 계획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림 1> 에너지원별 최종 에너지 수요 전망, ‘에너지수요전망 및 목표안’ 2010. 12., 에너지경제연구원


그런데, 에너지 공급계획의 구체적인 그림의 대부분은 전기 공급계획이다. 이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함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예전의 산업자원부, 지금의 지식경제부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발전소, 송전탑, 배전소를 어디에 건설할 지 계획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에, 난방, 즉 주택과 건물, 그리고 교통 계획은 국토해양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단위면적당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는 효율 건물을 짓는 규제와 촉진 정책, 그리고 자동차 운행대수를 줄이기 위한 도시, 도로, 철도 계획, 대중교통은 지식경제부 소관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책 범위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큰 틀에서 갑자기 17%에 불과한 전력수급계획으로 뚝 떨어져버리고 만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난방과 교통 에너지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가만 앙상하게 남는다. 이게 바로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이 되어 버린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에너지소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 전기소비는 에너지소비 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서 전력은 지금의 17%에서 22.5%까지 그 비중이 늘어날 것이고(<그림1>)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소가 필요하게 된다.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원자력 발전을 늘인다고 하지만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늘어나다 보니 석탄과 석유도 늘어나서 온실가스양은 더 많아진다. 다만 원자력 발전이 다른 발전 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는 것이다(<그림 2> 91.8백만 TOE, 23.6%).



<그림 2> 에너지원별 1차에너지 수요 비중 전망, ‘에너지수요전망 및 목표안’ 2010. 12., 에너지경제연구원


같은 날 있었던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4년까지 전력수급에 대한 계획인데, 경제성장률전망은 2030년까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연 3.4% 보다 높은 연 3.9%로 잡았다. 그리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세운 계획에 따라 발전소 건설계획을 <표 1>과 같이 세웠다.



<표 1> 발전설비 시설계획, ‘제5차전력수급기본계획[시안]’, 2010.12., 지식경제부.전력거래소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설비는 제외되었다. 발전사업자들이 기존의 에너지원을 이용해서 발전하는 양의 10%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해야 하는 RPS 제도에 따르면(2012년부터 시행), 사업자 의향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의무 발전량의 44%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발전사업자들이 의향서를 제출한 36%가 해양에너지인데 이는 갯벌생태계를 파괴하는 조력발전 건설이다. 또 하나의 대규모 토목 건설 사업인 대규모 방조제를 건설하는 방법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감당하겠다는 의미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생가스와 IGCC/CCT 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서 24%를 감당하겠단다. 이는 석유와 석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에 불과해서 기존의 화석에너지 이용을 더 늘리는 방식이다.



<표 2>신재생에너지 설비계획, ‘제5차전력수급기본계획[시안]’, 2010.12., 지식경제부.전력거래소




<표 3> 발전설비 투자비 전망, ‘제5차전력수급기본계획[시안]’, 2010.12., 지식경제부.전력거래소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제외한 발전설비 투자비는 총 44조원이나 된다. 그 중 원자력에 투자되는 비용은 30조로 대부분의 비용을 차지한다. 원자력 발전이 건설되는 시간표를 보면 매년 신규원전이 건설되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 공격적인 건설 계획이다(<표4>).
 



<표 4> 신규원전 건설 계획,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시안] 참조 재구성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것 하나, 30조나 되는 돈을 들여서 방사성물질, 핵사고의 위험과 핵폐기물 문제, 온배수로 인한 바다 파괴, 지역공동체 갈등 등의 댓가를 치루면서 가동하는 원자력은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얼마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일까.


앞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그림 2>를 보면 원자력은 23.6%를 차지하는데, 이후 수요 목표안에서는 30%까지 올라간다.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1/3을 차지한다는 의미일까? 여기서 통계의 눈속임이 있다.


<그림 2>는 1차 에너지의 통계다. 그런데, 전기는 1차 에너지가 아니다. 원자력의 1차 에너지, 즉 핵분열에너지를 우리는 바로 쓸 수 없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로 전환해서만 쓸 수 있다. 전기는 석유, 석탄, 가스, 원자력 등 1차 에너지를 발전소를 통해서 전환한 2차 에너지다. 즉, 우리가 쓰는 최종에너지에서 원자력의 비중이 진짜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이다.


앞서 밝혔듯이, 전력은 최종에너지에서 현재는 17%이고 2030년에는 22.6%가 될 것이다.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번에 수요전망을 수정하면서 전력의 에너지원별 구성은 발표하지 않았다. 2008년에 발표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에 의하면 최종에너지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8.6%에 불과하다(<그림 3>).




<그림 3> 원자력에너지의 진짜 비중

30조원의 투자비는 2024년까지의 비용이고 2030년까지 비용은 3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우리가 정책적인 시각을 바꾸어, 전력소비를 줄이고, 전력 이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에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참고로 5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에너지소비효율 향상을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4조원 정도다.


에너지 계획의 기본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녹색성장’ 슬로건에 가리워진 우리나라 정부의 에너지 계획의 핵심은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원자력’이다. 하지만 이제 막 살펴봤듯이 ‘더 많은 에너지’ 하에서는 아무리 많은 원자력도 거기서 거기다. 게다나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도 고갈될 에너지가 아닌가. 이렇게 에너지소비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원자력과 화력에너지에 기대는 계획을 계속 고수하다가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습격 전에 자원 고갈과 핵폐기물과 핵발전소 사고에 먼저 당할 수 있다.


전력 설비가 63%를 넘어 전기가 남아 돌던 80년데 실시한 9차례 걸친 전기요금 인하와 심야전력정책 도입이 30여년이 지난 지금 전력 수급 비상으로 돌아오고 있지 않은가.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 입안자가 정치적 책임을 지기 싫어하니 아무도 핸들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 결국 공멸의 미래를 맞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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