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숫자 놀음으로 온실가스 10% 감축 효과

지난 12월 7일 한국전력공사 대강당 앞이 시끄러웠다. ‘이런 졸속, 형식적인 공청회가 어딨냐!’며, 태안, 당진, 강화, 경주 등지에서 올라 온 어민, 농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전력공사의 청원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면서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사진 1> 공청회가 열리는 한국전력공사 대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3가지 기본계획 공청회가 하루 3시간만에…
이날 공청회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천연가스수급기본계획 등 세 가지 계획에 대한 공청회가 한꺼번에 열렸다. 하지만 이들 계획 하나하나가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에 어느 계획도 한 번의 공청회로 부족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의견이었다.
그 중 우리나라 모든 에너지계획의 기본 바탕이 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지난 2008년에 1차 계획이 확정되었는데, 두 차례의 연석 전문위원회 회의 개최, 4차례의 워크샵, 2차례의 공개토론회와 2차례의 공청회를 하고서도 논의가 부족하다고 비판받았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마다 갱신하게 되어 있어서 2013년에 2차 계획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10월에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보고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방향’에서는 1차 때 이후로 변화된 국내, 국제 상황(GDP, 국제유가)만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12월 공청회에서는 2008년과 달라진 에너지수요전망치가 제시된 것이다.


전망치(BAU)가 중요한 이유
에너지수요전망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를 내걸고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자신 있게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바로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이었기 때문이다. BAU(Business As Usual)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전망치를 일컫는 말이다. 온실가스의 84% 정도가 에너지소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에너지수요 전망치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보다 전망치를 부풀려서 과도하게 예측하면 온실가스를 실제로 감축하는 노력을 별달리 하지 않아도 감축한 것처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할당 받아서 온실가스 배출권리를 사고 팔 수 있는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었을 경우는 더 심각한 결과가 발생한다. A라는 업체가 2020년에 설비를 대폭 늘려서 가령 지금보다 1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라고 예상해서 그 중 30톤을 감축할 것이라고 목표를 잡았다. 그래서 지금보다 70톤을 더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할당받았다. 그런데 100톤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는 과도한 예측이었고 사실은 50톤밖에 늘지 않았다. 목표치보다 20톤이나 적게 배출하게 된 것이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고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게 되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 A 기업은 그러나, 예상 전망치보다 2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인정받아서 20톤의 배출권을 팔아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배출권 거래시장을 실시했던 유럽은 불확실한 전망치가 아닌 현재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데에도 오차가 있어서 감축하지도 않은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인정받아 이득을 챙긴 기업들이 있었다. 그러니 전망치를 예상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경제성장률, 세계 유가 등, 변수값은 줄었는데 에너지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이상한 예측
그런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이 전망치(BAU)를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인 것이다. 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시 주요 쟁점은 에너지수요 전망치였다. 10년 후, 20년 후의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할 것인지를 전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몇 가지 선정해서 이를 예측하는 것이 먼저다. 경제성장률, 세계 유가, 인구증가, 산업구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2008년 당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높은 GDP 증가율과 낮은 유가전망, 그에 따른 과도하게 높은 에너지수요 전망이 문제가 되었다. 2030년까지 연평균 3.7% 경제성장률과 119달러의 유가 전망으로 연간 1.6%가량 에너지소비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현재도 우리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국민소득 대비 에너지소비가 많은 편인데 지금보다 50%가량 에너지를 더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시기, 이에 비해 독일이나 일본은 2030년에 지금보다 에너지 소비를 30% 이상 줄이겠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2008년 1차 계획


2010년 수정계획


증가율


연평균 GDP 증가율


3.70%


3.40%


 


유가 전망


119달러


127.2 달러


 


연평균 에너지소비증가율


1.6%


2.0%


 


2020년 에너지수요전망(백만 TOE)


311.6


343.2


10.1%


2030년 에너지수요전망(백반 TOE)


342.8


388.9


13.4%


< 표1>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정 내용 비교


 


에너지수요 전망치 조정으로, 앉아서 10% 온실가스 감축
2년이 지난 지금, 지난 공청회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변수는 당시 환경단체들의 지적대로 조정되었다. GDP 증가율은 예상보다 낮아지고(3.4%), 국제유가는 더 높아질 것(127달러)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 에너지수요 전망치는 2008년 예상치 보다 2030년은 13.4%, 2020년은 10%가 더 많아졌다. 변수값은 줄어들었는데 결과값은 오히려 늘어난 꼴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기준을 전망치(BAU)로 삼을 때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이미 예견하고 경고해왔다. 변수 앞에 놓인 계수에 따라, 계산식에 따라서 전망치는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값인 2005년 에너지소비량을 기준으로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식경제부와 녹색성장위원회는 2020년 에너지수요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30% 감축은 2005년 에너지소비량 대비 4% 감축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작년 말 국무회의에서는 2005년 기준 감축 목표를 슬그머니 빼버렸다. 그리고 올해, 2020년 에너지수요전망치를 당초보다 10% 더 높게 잡은 셈이다. 만약에 이 에너지수요 전망안이 확정된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숫자놀음으로 이미 10% 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셈이다. 2005년을 기준으로 보면 4% 감축이 아니라 오히려 5%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계산식과 계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이상한 전망치를 검증할 수도 없다.













2020년 BAU대비 30% 감축(백만 TOE)


218.12


240.24


2005년 대비 감축 비율


           -4.6%


                        5.1%


*2005년 에너지소비량 228.6백만 TOE
<표2>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요전망 수정에 따른 에너지 감축량 변화


객관적이지 않은 지식경제부, 특정 업체의 이익과 지역공동체와 환경 파괴
문제는 이런 결과가 지식경제부의 특정 업체 봐주기에서 비롯되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008년 당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제조업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지만 제조업 내 에너지다소비 산업 비중은 감소 추세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에너지다소비산업(조선·철강) 2020년까지 급속성장’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초부터 에너지목표관리제를 시행하면서 업체별로 중장기 에너지 수요전망치를 관리해왔다. 결국, 조선과 철강업체들이 에너지수요 전망치를 늘려 잡은 것을 그대로 반영해준 꼴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앞서 설명한 배출권거래제를 앞으로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사전에 에너지수요 전망을 부풀리기 했다가 결과적으로 설비를 예상만큼 늘이지 않게 되면, 에너지감축을 하지 않아도 감축한 셈이 되어 배출권을 팔아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이렇듯 잘못 산정해서 늘어난 에너지수요전망 때문에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더 많이 지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구시대적인 중앙집중식 에너지체계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른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인천 앞바다 작은 섬, 영흥도에 유연탄 화력발전소 2기가 보류되었지만 6기가 가동될 예정이고, 당진군은 지금도 석탄화력 발전소 8기가 가동 중인데 2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민자발전 2기를 대기 상태에 두고 있다. 울산과 부산 사이의 고리와 신고리는 한 장소에서 모두 12개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될 예정이라 세계 최대 원자력단지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현재 4개의 원전부지가 모자라 신규 원전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고흥, 해남, 삼척, 영덕은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양환경을 파괴하고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력발전소는 서해안 갯벌들을 가로질러 방조제를 건설할 예정이다.
발전소 집중과 대형화에 따른 대기오염, 온배수 피해, 방사성물질 오염, 갯벌파괴, 지역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에너지는 특정 업체와 수도권 시민들이 쓰는 탓에 초고압 송전탑이 산하를 가르며 지역 공동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객관적이지 못한 정부의 정책변화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환경을 파괴하는지 이번 졸속적인 공청회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참고자료
– ‘국가에너지·전력수급·천연가스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 대한 공동 성명서
–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시안
–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수요전망 및 목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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