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민중(The People), 그들이 원하는 것”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의 퀘손시티에 위치한 한국시민사회 아시아센터(Korean NGO’s Asian Center)는
지난해 초 아시아지역의 시민사회교류와 역량강화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제 3기째 한국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6개월 과정의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본인은 다른 5명의 연수생들과 함께 연수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필리핀에 오기 전까지, 필리핀에 대한 기억은 다소 어두운 그리고 회색빛이었다. 어릴적 작은 시골
교회를 찾은 필리핀 선교사가 보여준 필리핀의 모습의 담은 비디오에서 본 영상이 내가 아는 필리핀의 전부였으니까.
혹 그렇지 않더라도, 빈곤과 더위, 전쟁, 기나긴 식민지의 역사 속에서도 댄스와 노래를 좋아하고 낙천적이며 느긋한 그네들의 웃음을
읽을 수 있 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리라.

화려하고 풍요로운 도시와 가히 폭력적 환경에
노출된 도시빈민들

실제로 필리핀의 빈민은 전체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빈곤의 정도를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빈곤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며, 필리핀 사회내의 빈부의 차는 너무나 쉽게 피부로 와 닿는다.

마닐라의 대형 몰들과 화려한 도시에서 조금만 빠져 나오면 낡은 양철과 판자로 만들어진 판잣집들과
그 앞에 널린 수많은 옷가지들(한집에 아직도 5~7명의 아이를 갖는 것이 보통이기에)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화려한 마닐라만의
끝자락에 위치한 바세코(Baceco) 지역에 들어서면 심한 악취와 독한 가스로 머리가 아프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 쓰레기들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들, 심한 악취와 시커먼 폐수로 채워진 웅덩이
위에 얼기설기 놓인 판자 위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사람들, 쓰레기차에서 쏟아내는 정체불명의 시커먼 쓰레기들 속으로 몸을 던져
무언가를 찾아보는 사람들, 낯선 사람의 옷가지를 붙잡고 연신 ’10페소'(220원 정도로 필리핀의 서민식당에서의 밥 한 공기
가격임)를 요구하는 아이들의 눈동자를 마주할 때면 할 말을 잃는다.

반면에 필리핀의 부자들은 미국으로 쇼핑을 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부유층의 삶은 화려하다.
일년 내내 무더운 나라에서도 모피코트가 팔려나가고, 시내 곳곳에 자리잡은 대형 쇼핑몰들은 전체규모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물건들과 사람들을 소화해낸다.

그들의 역사, 그리고 무장투쟁

이러한 폭력적 환경과 빈곤의 상황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은 여타 강대국들의 전과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필리핀은 스페인 지배의 300년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다시 미국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식민역사를 갖고 있다. 때문에 필리핀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것은 그들의 식민시대의 연혁과 그에 따른 민중들의 반응이다. 자기
나라의 역사를 말하면서 누구누구에게 지배당한 식민역사로 구분하고, 그에 대한 사회, 경제, 문화적 영향력에 따라 국가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꺼울 수 없는 일이리라. 더욱이 그러한 역사 속에서 몇십년을 헌신하고 싸워온 이들에게 있어서는…

필리핀의 남쪽 분쟁지역인 민다나오에서는 지금도 무력투쟁을 하는 주민조직들이 있다. “Salute
me today, I will salute you tomarrow.” 라는 한 사령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처럼 비장하게
살아가야 하는 고단함들에 대해, 단순한 종교적 분쟁 또는 영토싸움으로 치부해버리는 왜곡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들이 누구로부터,
왜 독립하려고 총을 들고 공격 아닌 저항을 해야 하는지. 침묵으로 혹은 무지로 지구 곳곳의 분쟁들을 낙관하거나 지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들의 힘

한편 필리핀 NGO의 각 영역별 네트워크 단체들의 네트워크 단체인 CODE-NGO의 설명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5만-6만개의 NGO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NGO들과 보다 많은 주민조직들(CO, PO 등)의 힘은 필리피노들이
그들의 억압받는 자로서의 역사 가운데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는 듯하다.

30년을 주민조직에서 활동해온 한 활동가는 “필리핀에서 PO(대중조직)보다 NGO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들은 주민들의 심중에 귀기울이는 것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지고 또 그렇게 해오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 이루어낸 “피플 파워(People Power)”의 전설도, 그 날을 기념하며 거리로 모여드는 군중들의 행렬도 모두가
그들 자신들의 이야기이기에 제 삼자로 하여금 숙연하게 하는 힘이 있다.

필리핀 운동에 있어서는 CO(Community Organization; 지역사회조직)과 PO(People’s
Organization; 대중조직), 대중교육(Popular Education) 등에 강점이 찍힌다 –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들은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기울이고 있었으며, 주민들을 교육함으로써 지역의 리더로 키워내고 다시 주민들을
교육하게 하고, 그러면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활동해 오고 있다.

때문에 필리핀의 사회운동가들에게 ‘어떻게 주민들을 조직 혹은 교육하십니까?’라는 질문은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대답은 ‘그냥 함께 살고, 그냥 만나고, 그저 이야기합니다.’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운동에 조금만 가까이 가면 그들의 힘을 만나게 된다. 주민들이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힘 말이다.

필리핀에서의 환경을 이야기하기는 아직 조심스럽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환경이란 안정된 주거공간,
적당히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먼저일 것이다.
끝없이 데워지는 공기로 호흡하며 낡은 엔진에서 나는 수많은 소음들, 이들 탈것들이 내뿜는 검은 연기들 속에서 코와 입을 막아가며
이러저러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필리핀의 생활인 듯하다.

글/ 필리핀 퀘손시티, 아시아센터에서 장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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