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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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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지난 4일 한국 정부와 국회에 서한을 전달했다. 한국의 책임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개도국 지원 등 기후변화 협상에서 한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자발적 감축 목표 마련에 환영의 뜻을 보내면서도, 현재 제시된 안들보다 과감한 감축 목표치인 최소 20%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말에는 그린피스와 옥스팜 등 다른 국제적 비정부기구(NGO)들도 비슷한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녹색성장위원회는 제6차 회의를 통해 지난 8월4일 제시한 국가 중기(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3개안 가운데 동결 또는 4% 감축안으로 좁혀 제안했다. 그리고 이번 제안을 근거로 위기관리대책회의와 당정협의를 거쳐 17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결국 국가의 중대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이 세상에 알려진 지 불과 3개월 만에 개도국 수준의 감축 목표로 결정될 불행한 운명에 처해 있다. 이로써 기후변화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얼리 무버(early mover)’가 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적 약속은 허풍이 될 처지다. 저탄소 비전을 강조했던 국가비전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국제적 망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결과는 애초부터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부풀린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바탕으로 정부의 소극적인 감축 목표안에 한정해 성급하게 논의하고 결정지으려는 일방적 소통 방식에서 이미 예견됐다.

최근 국회를 통해 밝혀진 정부의 추가 감축 시나리오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는 더욱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설명했어야 했다.

비록 70여차례의 간담회와 토론회, 공청회, 여론조사가 있었다고 하나 그 횟수가 무색할 만큼 ‘책임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바라는 제안들에 대해선 의견 수렴의 형식만 갖췄을 뿐 진정성 있는 의견 수렴은 없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계의 부담 완화를 이유로 단지 건축, 교통, 가정 부분만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제시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산업계의 떼쓰기만 있었을 뿐이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선진국 지원 시 BAU(전망치) 대비 최대 41%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질 또한 현재 대비 최대 40%까지 감축할 수 있음을 발표했다. 이처럼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열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세계 9위)과 누적배출량(세계 22위)을 고려해 볼 때,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며 초라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코펜하겐에 가기에는 민망하다.


이 글은 2009년 11월 17일자 경향신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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