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참가기]ADB(아시아개발은행)의무분별한 개발에 맞선 아시아연대

3월초 어느 날 국제연대팀을 맡고 있는 김춘이국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관련한 엔지오(NGO)회의에 다녀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필리핀이라는 말에 머릿속에는 아름다운 섬 팔라완, 보라카이와 바탕가스 바다 속에서 만났던 수많은 열대어, 분쟁의 섬 민다나오,
트라이시클과 지프니의 소음이 끊이질 않았던 라구나의 농촌지역, 그리고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하게 상존하고 있던 메트로 마닐라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작년 한해 그곳에서 안식년을 보냈던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치 외갓집을 다니러 가듯이 간단한
출국준비를 한 뒤 3월 14일 필리핀 발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 참석한 회의의 공식 명칭은 NGO Forum on ADB(이하 엔지오 포럼)가 주최하는
“FORUM ANNUAL MEETING 2004″ 였다. 회의장소는 퀘존시티 술로(Sulo) 호텔로 필리핀의 행정수도인 퀘손시청건물
뒤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시아개발은행(이하 ADB)은 남태평양지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의 경제성장과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지역 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촉진하기 위하여 설립된 국제적인 지역금융기관으로 흔히 ADB로 약칭한다.
1963년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ECAFE) 각료회의에서 설립구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고, 65년 12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설립협정을
체결하여 66년 12월 업무를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1966년에 ADB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는 데 2004년 현재 가맹국은
63개국에 이르고 세계 24개의 사무소에서 20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이 아주 방대하다.
마닐라에 본부를 두고 개발자금 융자, 지역 내 각 국 경제계획의 조정, 국제연합 등 국제기관과의 개발협력,기술원조 및 지역 내의
공사(公私) 자본에 의한 개발투자의 촉진 등을 주요 업무로 한다. 자본은 가맹국으로부터의 갹출자본금, 차입금에 의한 통상자금,
각 국의 불입자본금의 10%와 특별각출금에 의한 특별기금(아시아개발기금,기술원조특별기금)으로 나뉜다. 융자는 공공투자의 비중이
높고, 부문적으로는 농업,에너지,운수,통신 등에 많다.

이러한 ADB의 개발사업이 아시아, 태평양 각 국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그 부작용으로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 환경문제들이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각 국의 엔지오와 주민조직들이 1994년에
처음으로 아시아지역협의회(The 1st Asian Regional Consultation)를 구성하였다. 이것이 엔지오 포럼으로
발전하였다. 그 후 매년 ADB 총회와 때를 맞추어 엔지오 포럼은 정기회의를 통해 ADB 개발사업으로 인한 각 국의 피해 사례와
경험들을 서로 나누고, 대응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대중집회 등을 통해 지역 주민의 입장을 꾸준하게 대변해 왔다. 이러한 엔지오
포럼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자 ADB는 본부에 엔지오협력부서를 신설하여 엔지오 포럼을 비롯한 각 국 엔지오와 지역주민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부터 ADB는 자체 사업을 계획하거나 진행할 때 준수해야 할 ADB 가이드라인(Guide Line)을
만들고 있는 데 이 과정에 다양한 엔지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하여 엔지오가 참여하는 워크샵을 각 국을 돌면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ADB의 변화는 각 국 엔지오와 주민조직의 연대를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 회의는 ADB와 관련해 발생한 특별한 사건이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엔지오
포럼의 활동 연장선에서 개최된 것이었다. 첫째 날은 참가자 등록을 받고, 회의기간내 토론할 이슈를 정하고, 이어서 계속되고 있는
각 국의 이슈 캠페인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둘째 날은 일반적이고 관례적인 이슈정리, 지역별 그룹토의, 및 국제위원회 멤버(international
committee, IC)선출, 로비데이인 셋째 날은 마닐라에 있는 ABD 본부를 방문하여 ADB의 엔지오 및 사업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역별, 이슈별 입장 전달 및 문제 해결을 위한 로비 활동, 넷째 날은 지역별 이슈 정리와 한국에서 개최되는 ADB 총회에
대한 활동방안을 논의하고 며칠 간의 회의를 요약 정리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번 회의 참가자는 남부아시아에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메콩지역에서 캄보디아, 버마, 타일랜드, 남동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이유가 있는 지역별 국가와 중국,
한국,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 ADB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활동하는 엔지오와 지역 주민 조직에서 온 40여명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먼저 지금까지는 ADB 본부가 마닐라에 소재하고 있는 관계로
필리핀을 중심으로 엔지오 포럼 이사회를 운영하여 왔으나 운영의 주체를 보다 확대하여 국제이사회(IC)를 신설하고 이를 담당할
멤버들을 지역별로 안배하여 선출하였다. 둘째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4년 초까지 논의를 통해 도출된 세 활동지역(남아시아,
남동아시아, 메콩 지역) 각각에 대한 지역별 활동그룹을 구체적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결정하였다. 이 지역들은 아시아에서도 ADB가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여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이다. 셋째는 ADB 정책에 대응하는 캠페인과 대중캠페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엔지오 포럼이 ADB의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엔지오가 공동의 목소리를 필요한
때에 효율적으로 내는 것이 필요한 만큼 이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토론이라 생각되었다. 넷째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엔지오 포럼의 입장을 ADB에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적인 방법에 관한 토론, 마지막으로 엔지오 포럼이 전체 네트워크를
지원할 수 있는 보다 전략적인 이슈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각각의 논의를 매일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때로는 전체회의를 통해 때로는 그룹회의를 통해 결론을 진지하게 토론한 결과 그들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번 회의에서 다룬 주제들은 서술하였다시피 그동안 엔지오 포럼의 활동과 운영의 연장선상에서 다루는 내용이니 만큼 이 회의에 처음
결합하는 환경운동연합으로서는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불필요하였다. 그러나 아시아 각 국의 빈곤을 몰아낸다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이루어지고 있는 ADB의 무분별한 개발사업들은 필연적으로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자연환경을 파괴시키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연대 필요성을 자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고통받고 있는 지역주민과
자연환경은 우리와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5월 13일부터 17일까지 70여 개국에서 3500여명이 참석하는 ADB 총회가 제주도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ADB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개발사업 선봉으로서의 그들의 지위를 다시 한번 서로 확인하고 지속적이고 더 많은
자본투자를 통해 지역주민과 자연환경에 대한 착취를 더욱 강화할 것을 결의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각 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ADB의 개발사업들이 거의 예외 없이 주민들의 피해와 환경 파괴를 가져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ADB 총회가 주요 회원국의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한국의 엔지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것은 한편으로 ABD가 아시아 민중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민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국제 자본으로 인해 전 세계 민중의 삶이 고통받고 있듯이 ADB는 그들의 자본을
무기 삼아 아시아 지역 곳곳에서 민중의 삶을 수탈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ADB에 의한 무분별한 자연훼손은 결국 아시아 지역
전체의 환경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을 북돋우고 그 대응능력을 점검하고자 하는 것이 엔지오 포럼이 이번 회의에 환경운동연합의 참석을
요청하게 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비록 예산문제로 엔지오 포럼에서 많은 활동가가 참석할 수 없어서, 각 국에서 동시캠페인을
벌임과 동시에 엔지오 포럼의 입장을 ADB에 전달하는 것으로 의견은 모았지만 ADB총회가 제주에서 열리는 만큼 우리가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ADB 반대 국제행동에 함께 하는 것은 성장한 시민사회의 모습을 국제엔지오 사회에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문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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