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사람과 물새가 함께 사는 유럽의 습지를 찾아서④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영국의 환경단체의 초청으로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삼보일배를 하러 갔던 수경스님과 도법스님,
이선종 교무님 등의 일행은 행사 장소인 영국 남동부 와쉬만(灣)에 도착해서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홈 듄즈 보전지역에서 바라본 갯벌

케임브리지를 지나 북쪽으로 흐르는 우스강 하구에 북해를 향해 입을 벌리고있는 와쉬만에는 한국의
서남해안에서 보았던 것과 꼭 같은 갯벌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회갈색 뻘밭과 그 사이에 이러저리 얽혀있는 갯골을
보면서 이곳 영국에도 이렇게 넓은 갯벌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신기해 보였습니다.

와쉬만은 영국에서 가장 큰 강하구로서, 그레이트 우스강과 네네강 등 네 개의 큰 강 하구가 모여
하나의 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와쉬만에는 매우 넓은 염습지와 갯벌, 사구와 모래섬이 발달해있어, 도요새 등 각종 철새에게 영국
동부에서 가장 중요한 중간 기착지이자 월동지가 됩니다.

또한, 상업적으로 중요한 여러 조개와 어류의 산란장이자 양육장이기도 하며, 이곳의 모래섬과 사구는
유럽에서 가장 큰 바다표범 번식지로도 유명합니다. 이곳의 염습지는 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며, 뒷부리장다리물떼새와 붉은발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번식하는 곳입니다.

9월부터 5월초 사이에는 개꿩과 민물도요, 검은머리물떼새, 큰뒷부리도요 등 수많은 도요·물떼새가
이곳으로 찾아와 갯벌에서 각종 먹이를 구합니다. 겨울에는 흑기러기와 홍머리오리, 고방오리, 청둥오리 등 각종 오리·기러기류가
찾아오는 곳입니다. 여름에는 제비갈매기와 붉은부리갈매기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 번식합니다.

▲홈 듄즈 보전지역에서 바라본 갯벌과 모래해변, 염습지

그렇기 때문에 매년 수백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삼보일배가
진행되었던 스네티셤 자연보전지역은 영국에서 가장 멋진 자연 장관을 볼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밀물이 밀려들며 와쉬만의 넓은 갯벌이 물에 잠기면 수만마리의 도요새들이 물에 잠긴 갯벌에서 벗어나
바닷가로 몰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겨울에는 새벽이나 해질 무렵, 수천마리의 기러기들이 휴식을 취하던 갯벌과 먹이를 구하는
육지의 사탕무우 농장 사이를 무리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환경단체 관계자와 회원들과 함께 삼보일배를 진행한 후, 이들로부터 들은 옛날 이야기는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별로 다른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곳도 과거에는 해안을 따라 일제히 간척사업이 진행되던 곳이었으며,
20년 전까지만 해도 갯벌과 습지를 간척하려는 정부와 이를 보전하려는 환경단체의 커다란 갈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국의 환경단체 회원들과 함께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갯벌을 간척하여 농경지를 만드려는 계획은 완전히 폐기되었고, 대신, 와쉬만의
거의 모든 해안선이 자연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영국 조류보호협회(RSPB) 등의 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겨울에 발생하는 폭풍이 증가하여 와쉬만 연안의
갯벌과 사구가 폭풍과 해일로부터 심각한 침식피해를 겪고 있는 새로운 위협이 발생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 와쉬만
북쪽 연안의 프린스턴 해변인데, 이러한 해일 피해에 대해 관련 당국은 2000년부터 200년 빈도의 기준으로 제방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스네티셤 RSPB 보전지역에서 바라본 와쉬만 갯벌

그러던 가운데, 2002년 여름에 프리스턴 해변의 제방에 세 군데나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각각
50여미터 폭으로 제방에 균열이 생기자 당국은 이 틈을 통해 바닷물이 다시 들어와 78헥타의 땅이 물에 잠기게 내버려두었습니다.

제방을 다시 수리하는 것보다 제방의 균열을 내버려둔 채 제방 안쪽의 땅을 염습지와 갯벌로 복원시키는
것이 해일 피해를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으며, 훨씬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곳은 귀중한 야생동식물
서식지인 염습지와 갯벌로 다시 복원되고 있는 중인데, 이것은 간척지를 자연으로 되돌리려는 사례 가운데 영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또한 이렇게 간척지를 자연으로 복원시키는 모든 과정이 정밀하게 모니터링되고 있습니다. 이곳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새로 생기는 염습지가 어떻게 바닷물 침입을 막으며 어떤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되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고기와 새, 육지 높이, 바다와 조수 높이 등에 관한 방대한 조사는 앞으로 또 다른 습지 복원 계획을 세우는데 활용될 예정입니다.

간척사업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갯벌을 보다가 이렇게 잘 보전되고 있으며, 간척지를 다시
자연 습지로 되돌리려는 노력까지 진행되고 있는 영국의 갯벌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갯벌은 언제쯤 간척의 위협에서 벗어나 보전될 수
있을까, 그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관련사이트 : 잉글리쉬 네이쳐
http://www.english-nature.org.uk/about/teams/team_photo/Thewash.pdf

글/사진 : 국제연대국 마용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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