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녹색’의 진실…’태양’ 죽이고,’석탄’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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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태양 에너지와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를 언급하면서 ‘녹색 성장’을 얘기할 때, 정작 태양광 발전 관련 중소기업, 태양광 발전 보급에 힘써왔던 시민단체 관계자 등은 울상이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의 햇빛 산업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도대체 이 대통령, 청와대의 ‘녹색 성장’ 구호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0년간 국내의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에 앞장서왔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 대통령의 ‘선의’가 지식경제부 관료들에 의해서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고발하는 연속 기고를 보내왔다. (☞관련 기사 : “李 대통령! 지식경제부에 휘둘리면 ‘녹색 성장’은 없소”, “미국도 따르는 정책, 왜 한국만 버리나”)


<프레시안>은 지식경제부의 반론을 포함한 다른 독자의 기고도 환영한다.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에너지 정책은 공개 토론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편집자>


한 달에 돈 200만 원도 벌기 어려운 세상에 TV에서 누가 뭔 돈을 받았다 하면 억 단위가 넘더니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한다. 허 참, 세상에 돈 참 많네 했다. 그런데 둘러보면 조금씩만 나누면 구할 목숨과 가족도 많은데, 돈은 엉뚱한데서 헤매고 있는 건지 연일 비극적인 보도가 전해진다. 남의 비극이 무뎌지는 세상은 아닌지 한숨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운하 사업을 한다더니 이젠 ‘조’ 단위가 쉽게 오르내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꾸더니 순식간에 30조 원이라는 돈이 아무렇지도 않게 회자된다. 그런데 정작 녹색 성장에 필요한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에는 돈이 궁해서 잘 나가는 정책을 접어야 할 판이다.


한국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 목표는 그동안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2011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 목표를 100메가와트로 잡았지만 3년 빠른 2008년 말에 297메가와트 용량을 달성했다. 3배나 빠른 증가다.


이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도입한 나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201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 목표를 8.4%로 잡았지만 2006년에 12%로 조기 초과 달성했고 2020년까지 15.7% 목표를 잡았는데 2007년에 이미 14%만큼 재생 가능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채택한 일부 나라들이 초기에 겪는 어려움이 있다. 바로 재원 조달의 문제다. 특히, 전기 요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우리나라처럼 기존 기금 등에서 재원을 마련하게 되면 급증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용량만큼 급증하게 되는 지원금 마련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


이 글은 그 재원인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 얘기다. 전력기금에서 발전 차액 지원 제도로 지원되는 비용이 얼마라서 재원이 부족한 걸까? 선택의 문제라면 전력기금은 그 목적에 맞는 사업 집행을 하고 있을까? 이 글은 바로 이런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자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발전 차액 지원 제도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가 어떻게 도입되는지부터 살펴보자. ‘개미’ 사업자와 소비자는 스스로 비용을 마련해서 재생 가능 에너지에 투자하고 발전 차액 지원금을 지원 받아 수년 동안 원금을 회수한다. 우리나라는 바로 이 발전 차액 지원금을 전기 요금에 붙는 전력기금으로 마련한다.


전력기금은 전력 산업의 경쟁 체제 전환에 대비해 한국전력공사가 수행해 오던 공익적 기능을 정부로 이관함에 따라 조성된 돈이다. 현재는 전기 요금의 3.7%가 전력기금이다. 필자의 5월분 전기 요금은 1만4400원인데 그 중에 전력기금이 460원이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전 국민이 조금씩 낸 것을 모아보니 연간 2조 원 가까운 돈이 모인다.


2005년까지는 전기 요금의 4.6%를 모으다 보니 2조 원이 넘었는데 2006년부터 3.7%로 낮추니까 1조8000억 원 정도가 되었다. 매년 6000억~7000억 원 정도 되는 여유 자금을 이월해오다가 2006년부터 에너지및자원자업특별회계(에특회계)에서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및 보급 사업 중 전력 분야를 전력기금으로 이관하고 핵융합로 연구 개발 비용 등으로 지출 규모를 확대하면서 여유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계획한 것보다 1000억 원 이상의 초과 수입이 발생하고 있어서 국회로부터 수입 계획을 과소계상했다고 매년 지적받고 있다. 2007년 결산에도 애초 계획한 것보다 7.4%인 1350억 원 가량의 수입이 늘어서 지식경제부가 예상하는 것처럼 여유 자금이 대폭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더해서 전기 판매 수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 전력기금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기금은 전기사업법 49조에 그 사용처가 명시되어 있다. 그 첫 번째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을 위한 지원 사업이고 두 번째가 전력 수요 관리 사업이다. 현재 여유 자금 등을 제외하고 1조4452 원 중에 에너지 안전 관리 832억 원, 국내외 자원 개발(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 3542억 원, 전력 경쟁력 강화·수급 안정 8510억 원, 원자력 발전 및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2027억 원이 책정되었다.







▲ 전기 판매 수입 추이. ⓒ한국전력공사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석탄 발전에 쓰이다니…

전력기금은 법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 지원과 전력 수요 관리 사업에 우선해서 주되게 집행돼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전력 수요 관리에는 각각 3542억 원과 1840억 원이 책정되었다. 전체 수입에 비하면 30%에 불과하다.


반면 전력기금의 목적에 맞지 않은 항목이 보인다. 먼저 국제 핵융합 실험로 공동 개발 사업이다.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 필요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려는 사업으로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므로 동 사업에 부족한 예산을 국가 재정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기금에서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 실험실 내에서도 성공하지 못하는 기술로 상용화의 불확실성, 안전성 논란, 구시대적 대규모 중앙 집적 발전 방식 등으로 갈등의 소지가 있는 사업이다.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라고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무리하게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국회에서 검토한 보고서에는 이 사업에 대한 지원을 2011년까지 한정된 범위에서 지원하도록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력기금의 목적에는 부합되지 않는데 4년간 2513억 원이 책정되어 있어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타당성 조사를 한 뒤에 전력기금이 아닌 원자력기술개발기금과 같이 목적과 취지에 맞는 재원에서 부담해야 한다.







▲ 국제 핵융합 실험로 공동 개발 사업 연도별 투자 계획 및 기금 지원 계획. ⓒ지식경제부


두 번째로 전력기금 목적과 맞지 않은 사업으로 타에너지 지원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의 지원 대상은 무연탄 발전과 열병합 발전인데 일종의 발전 차액 지원이다. 이 중 무연탄 발전 지원 사업이 80%가량 차지한다.


무연탄 발전 지원 사업은 발전사업자가 발전원가가 비싼 국내 무연탄을 사용하여 생산한 전력량에 대하여 시장에서 보전 받지 못한 손실을 기금에서 지원받는 사업이다. ‘2006년 기준으로 국내 무연탄 총사용량의 약 72.5%를 발전용으로 소비’하고 있는데 현재 지원을 받는 화력 발전소는 2004년 이후로 지원이 중단된 군산화력을 제외한 3개의 화력 발전소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금지원액은 2008년 경우 전력기금 전체 수입액 중 9%가 넘는 비용이다.







▲ 전원 개발 및 전력 공급 지원 사업 내역. ⓒ프레시안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지금 석탄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력기금에서 뿐만 아니라 에특회계에서도 막대한 비용이 지원되고 있다. 2006년 <석탄 에너지 예산 지원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서 정창수 씨가 분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1987년부터 석탄 산업 합리화 사업단을 2006년부터는 광해산업방지단으로 개칭해 지속적으로 탄가 보조와 폐광 지역에 대한 지원을 병행해오고 있음. 이 사업의 결과 337곳의 탄광을 폐광시키고 6만 명에 달하는 탄광 근로자가 6000여 명으로 감소되었음. 하지만 이러한 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은 계속 유지돼 탄광에 직접 지원하는 액수만 1989년부터 2005년까지 7조7668억 원에 이름.


구체적으로는 수입 유연탄의 가격 인상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국내 무연탄과 수입 유연탄 간의 원가 차액을 보조해주고 있는 탄가 안정 대책비는 오히려 석탄 소비를 증가시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고 수명이 다해가는 발전소를 유지시키기 위해 연간 1700여억 원의 공공재원을 사용하는 등 2005년 현재에도 6500억여 원의 공공재정을 사용하고 있음.”


탄광 근로자 6000여 명 중에서도 갱 내부에서 일을 하는 광부는 3400여 명에 불과하다. 결국 이들을 볼모로 탄가 안정 대책, 폐광 대책, 폐광지역진흥지구개발, 무연탄 지원 등 각종 지원 사업을 통한 지원금이 매년 수천억 원씩 집행되고 오히려 석탄 산업과 직접 연관이 없는 도박 사업에 지원금을 집행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에특회계에서 2005년에 폐광지역진흥지구개발과 탄광 지역 개발에 1848억 원이 책정되었고 2008년에는 석탄 가격 보조와 연탄 가격 보조에 2868억 원이 책정되었다.


재생 가능 에너지에 쓰이는 돈은?


그렇다면, 신·재생 에너지 발전 차액 지원 사업에는 얼마나 비용이 쓰이고 있을까. 2008년 신·재생 에너지 지원 사업 3542억 원 중 발전 차액에 지원된 비용은 1197억 원이다. 애초 예상보다 많은 양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건설돼 2008년 전력기금 예상 지출보다 많이 지출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전체 전력기금 수입의 6.3%에 불과하며 무연탄 발전 지원 사업비보다 적은 액수다.







▲ 발전 차액 지원 발전소 수와 지원 금액. ⓒ프레시안


연도별 실적을 보면 소수력과 매립 가스 발전 지원은 일정하지만 풍력은 급감하고 태양광은 급증했다. 풍력 발전의 발전 단가가 떨어지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높아지니까 차액 지원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수익을 보장하는 발전 단가와 시장 가격이 동일해지는 상태를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라고 한다.


특정 재생 가능 에너지원이 이때에 도달하게 되면 발전 차액 지원금은 필요 없게 된다. 풍력 발전은 그리드 패러티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보이고 태양광은 2015년이면 그리드 패러티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력기금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차액 지원으로 부담하는 비용도 2015년 전부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예산 계획을 보면 2012년부터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폐지할 것이므로 이에 따라 여유자금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매년 과소계상으로 인해 1000억 원 가량 초과 수입이 발생하고 전력소비 증가로 전력기금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는 한편, 전력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 내역을 줄이거나 무연탄 지원에서와 같이 에특회계를 활용한다면 2015년까지 발전 차액 지원 제도에 의한 지원금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서 2009년 전력기금 예산을 검토한 것을 보면 신·재생 에너지 발전 차액 지원 제도로 부담할 비용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79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추정했는데 이는 연간 2000억 원도 되지 않는 돈이다. 4대강 정비 사업을 위해 30조 원의 돈을 만들어내는 현 행정부의 능력을 보았을 때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력요금에서 전력기금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2005년까지 적용하던 4.6% 비율을 적용하면 2008년 기준 3000억 원의 수입이 늘어난다. 필자는 5월 전기 요금 기준으로 하면 460원에서 580원으로 전력기금 부담이 늘어나는 정도다. 더 근본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도 내가 쓰는 전기에 포함되어 있으니 전기 요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안정하게 운영하는 독일의 경우가 그렇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은 모자라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의지라는 것이 이번 분석 작업을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신·재생 에너지 공급량을 초과 달성할 수 있고, 기후변화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세계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으로서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적은 투자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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