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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비전 포기하는 녹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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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산업계는 한 여름보다 더 뜨겁다. 지난 해 세계 4위에 오른 국내 태양광 시장이 달아 올라서가 아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분노와 불만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해 태양광 발전용량이 270MW나 증설되면서 과열된 시장은 2009년엔 세계 금융 위기 보다 더 큰 충격을 경험할 전망이다. 지난 4월 30일 지식경제부는 올해 발전차액 태양광 용량을 50MW로 제한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1년만에 국내 시장이 1/5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지식경제부는 태양광발전 시장에 설치되는 모듈에 외국산 비중이 높다는 것과 급증하는 발전차액 지원을 위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지 못한 책임을 업계에 떠 넘기는 한편, 효과성이 의문시되는 의무할당제를 강행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다른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태양광 상업발전 용량을 제한한다고 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국산이 들어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오히려 쪼그라진 시장마저 외국산이 점유한다면 국내 중소 태양광 업체들은 파산으로 몰리게 된다. 태양광 모듈 생산용량이 450MW에 이른 국내 태양광 산업계가 국내 시장 기반없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수출산업화도 현실성이 없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이는 대신 의무 할당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시장을 움츠러든 일본이 태양광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독일에 내주고 뒤쳐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양광 발전 시장에 외국산 제품의 비중이 큰 것은 우리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과정일 수 있다. 이미 국내 태양광 업계는 폴리실리콘에서 모듈, 발전 사업까지 가치 사슬을 형성한 상황이고 태양광 제품 가격 경쟁력도 한층 강화되었다. 만약 가격 경쟁력이 조금 떨어진다면 세제와 제도를 활용해서 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창의적으로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 자동차의 선전이 기업 자체의 노력만으로 가능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현대․기아 자동차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애국적인 소비행태나 품질과 가격의 경쟁력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미국 시장과 같은 조건에서 현대차와 도요타가 국내에서 경쟁해도 현대기아의 시장점유율이 유지될 것인가?
 
  그리고, 재정부담 증가 문제는 정부가 고정가격 구매제의 일환인 발전차액 지원 제도를 ‘정상화’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정부는 세계에서 널리 시행되는 고정가격 구매제를 도입하면서 발전차액을 정부 예산인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끌어 쓰도록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예산의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따라 붙었다. 그동안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다른 나라들처럼 고정가격구매제에 필요한 비용을 전기요금에 전가하면 예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경부도 이런 주장에 귀기울인 적도 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에너지공급자가 재생가능에너지 공급 의무를 이행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전가하도록 하는 의무할당제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발상을 바꾸어 효과성이 널리 입증된 발전차액 지원 제도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비용을 전기요금에 전가하도록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
 
 이미 제3의 산업혁명은 시작되었고 그 핵심이 재생가능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효율 기술이라고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도 제3의 산업혁명을 한국 선도하자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걸맞게 지식경제부가 지난 해 발표한 ‘그린에너지 산업발전 전략’에는 태양광분야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이렇게 급격한 시장 불안을 유발하는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변화로 시장의 신뢰,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태양광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포톤 인터내셔날(PHOTON International)’ 2009년 4월호에는 ‘한국이 태양광 비전을 거대한 핵발전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030년까지 핵발전의 비중을 59%로 높이면서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전을 포기하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려는 녹색성장인지 묻고 싶다.


* 이 글은 5월 11일자 한국에너지 신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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