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세상에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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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문제가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미래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루를 찾았다고, 또는 찾겠다고 난리니 말이다.

이곳에서 공부하기 전 2007년 말까지 에너지대안센터와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했을 때 나의 일감 중 하나는 소위 무한동력을 발명했다는 분들을 응대하는 것이었다. 평균 잡아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무실로 찾아온 그들은 자신이 ‘발명’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무한동력을 목청껏 소개하곤 했다. 기득권을 가진 주류 과학자들이 자기의 혁명적인 연구 결과를 본 체 만 체 한다고, 이것이 상용화되면 인류는 에너지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등….







▲ ITER 주장치 모형.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 정부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핵융합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국제 프로젝트이다. 핵융합은 두 원자핵이 결합할 때 일어나는 질량 결손에 의해 방출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태양이 핵융합 에너지의 대표적인 예이다.

원리는 간단하나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1억 도 이상의 온도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쉽게 얘기하면 또 다른 태양을 지구 위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ITER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핵융합을 실용화할 수 있다면 ‘인류가 걱정하는 에너지 문제는 거의 영원히 해결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란다. 성공한다면 말이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가로 한국 정부는 약 1조6000억 원을 분담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5년 ‘수소경제’를 선언했다. 에너지 변환 과정의 하나인, 에너지 저장 수단에 불과한 수소일 뿐인데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만 하면 에너지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듯 호들갑이다. 이후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예산의 많은 부분이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투입되었다.

이런 에너지 고갈 위기에 대해 많은 환경론자들이 주장하는 대안이 바로 재생 가능 에너지이다. 햇빛, 바람, 물이나 땅 속에 있는, 바닥나지 않고 또 환경적으로 부담을 덜 주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하기만 하면 우리의 에너지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까? 우리의 삶은 정말로 지속가능해질 수 있을까?

재생 가능 에너지에 얽힌 다섯 가지 작은 얘기

하나. 지난해 4월 내가 재학 중인 플렌스부르크 대학에서는 바이오에너지 원료에 관한 유럽연합 차원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한 네델란드 과학자는 주장한다. 안정적인 바이오연료의 확보를 위해 하루빨리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을 개발해야 한다고.

둘. 작년 7월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있는 2만4000헥타르(㏊), 서울시 전체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팜오일 플랜테이션을 매입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재배되는 팜 열매는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된다. 대부분의 팜오일유(油)는 유럽연합이 제시한 계획, 즉 2020년까지 수송연료 10%를 바이오연료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셋. 한국에서 햇살 좋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전라남도 지역에 몇 해 전부터 태양광 발전소 설치 붐이 일었다. 갯벌이나 폐염전, 심지어 농지도 상관없다. 그저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곳이라면, 행정 절차에서 하자가 없는 한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가능했다. 몇몇 태양광 발전소는 멀쩡한 산을 깎아 그 자리에 건설되었다.

넷. 중국의 그 유명한 싼샤댐을 아시는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인 물을 이용하기 위해 가로 2300미터, 높이 185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을 쌓아 전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 공사 당시의 중국 싼샤댐. ⓒ환경운동연합

다섯. 시화호를 시작으로 조력발전 붐이 불었다. 울돌목, 가로림만, 강화도 등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모든 바닷가가 대상이 된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무분별한 개발은 또 다른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GMO 개발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에 어떤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지, 직접적으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어느 누구도 모른다. 말 그대로 농업판 판도라 상자라 할 수 있다.

서울시의 40%에 해당하는 그 넓은 열대우림에 오로지 팜 나무 한 종만 심는다. 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재배 목적이 재생 가능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함이 아닌가. 그 이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팜 나무를 심기 위해 기존에 있던 열대우림은 모두 불태워져 없어졌고, 그곳에서 수백 년간 살아오던 원주민들은 우리나라 철거민처럼 한 순간에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오죽했으면 UN조차도 팜오일 플랜테이션이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겠는가.







▲ 바이오디젤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프레시안
농지가 부족해 새만금 갯벌을 매립해 농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가 기존 농지에 태양광 발전소 짓는 것에는 매우 관대하다. 농지의 형질을 변경해야만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세금 감면 혜택까지 주었다. 헐값에 농지를 매입한 후 ‘재생 가능한’ 햇빛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싼샤댐 건설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소거’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세계 최대의 댐 앞에서 얼마나 급격한 생태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관심 밖이다. 그저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이 자랑거리일 뿐이다. 조력 발전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조력 발전이 그곳의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도 없이 무작정 건설부터 한다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외부비용과 정부 정책

외부비용(external cost)라는 것이 있다. 경제학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다. ‘가격’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가격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가격이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이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의 맹점 중 하나가 바로 외부비용에 대한 고려이다.

대표적인 외부비용은 환경과 관련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 파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또 언제, 누구에게 그 피해가 나타날지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는 가능하면 이 외부비용에 대한 고려를 회피하려 한다. 계산 자체도 어렵거니와 그 잣대가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외부비용을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만 환경적인 파국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전기가 지금 당장은 가장 저렴해 보이지만, 미래 세대에게 던져주는 환경적인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그 가격은 당연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 독일 정부의 태양광 발전소 전력 구입과 관련한 제도이다.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에서 우리가 배워야만 하는 것







▲ 2009년 새롭게 개정된 독일 정부의 태양광 전력 매입 단가 표. 맨 땅에 설치할 경우 킬로와트시당 31.94센트를 주는 데 반해(맨 아래), 지붕 위에 설치할 경우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맨 위). ⓒ프레시안
우리가 현재 시행 중인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 기준가격 매입제도(Feed-in-Tariff)’ 이른바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효시는 독일이다. 우리의 제도가 독일에서 건너오긴 했지만, 실제 독일의 제도는 우리와 다른 것이 참 많다. 특히 태양광 전기의 매입 가격의 차이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왼쪽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맨땅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내가 얻는 수익은 제일 낮다. 만약 내가 발전소를 내 집 지붕에 설치할 경우 내 집 마당에 설치하는 것보다 조금 더 비싸게 전기를 팔 수 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크게는 설치 비용과 효율의 차이 때문이다. 집 마당에 설치하는 것보다 지붕에 설치하는 것이 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에 설치 비용에 차이가 날 것이다. 또한 다른 집 그림자에 가려 전력 생산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한편 태양광을 투자하는 내 입장에선 마당에 설치하든 지붕에 설치하든 심지어 벽면에 설치하든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싶어 할 것이다. 때문에 독일 정부는 가격을 달리 책정해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유도하고 있다.

또 다른 고려는 바로 외부비용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햇빛 발전기를 어디에 설치하든 생산된 전력에 똑같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옳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마당에 설치하든 농지에 설치하든 산을 깎아 설치하든 100이라는 전력이 만들어진다면 100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불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 후에 나타난다. 똑같이 100이라는 전기를 얻었지만, 논이나 산을 깎아 얻어진 전기와 주변 환경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내 집 지붕에서 얻어진 전기는 환경적인 ‘질’이 다르지 않은가. 독일 정부는 이 점을 고려해 자칫 형평성을 훼손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값을 달리 해 전력을 매입하는 것이다.

동시에 사업자에게는 환경을 덜 훼손하는 것이 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맨땅 100제곱미터(㎡)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보단 공장 지붕 100제곱미터에 햇빛 발전소를 설치해 전력을 얻는 것이 장기적으로 봐서는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외부비용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제도에는 이런 고려가 없다. 집 지붕에 설치하느니 값싼 농지를 매입해 땅을 갈아엎은 후 대규모 발전소 짓는 것이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뉴스에 등장하는 것도 독일처럼 대규모 물류창고 지붕이 태양광 발전기로 덮였다는 것이 아니라, 시골 마을에 논이나 밭, 심지어 산을 깎아내서 세계 최대 규모 발전소를 만들었다는 그런 것이 화젯거리가 된다.







▲ 부안성당 건물 지붕에 설치된 시민 햇빛 발전소. ⓒ프레시안







▲ 삼성 에버랜드가 김천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 ⓒ프레시안

재생 가능 에너지는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라고 해서 100% 무공해, 100% 환경 친화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재생 가능 에너지 또한 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칙 또는 규제가 필요하다. 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향으로의 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깨끗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멀쩡한 산을 깎는다던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 연료를 얻기 위해 열대우림을 불태우고 팜 나무 하나만 심는다던지, 눈에 안 보인다고 바닷속 생태계 파괴가 뻔히 예상되는 조력 발전소를 무분별하게 지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파괴 행위에 대해 ‘재생 가능 에너지니까 무조건 좋다’라는 인식만 갖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미래에는, 아니 몇 년 후에는 피할 수 없는 또 다른 환경 파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첫 발을 딛는 한국의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이 보다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앞서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을 추진한 여러 나라의 정책을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신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위 독일의 예처럼 각기 다른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을 깎는다든지, 논을 갈아엎는다든지, 아니면 대규모 사업을 통해 환경을 파괴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는 매입 가격을 낮추어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것 말이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세계 최대, 세계 최고에만 관심을 갖고 규모만 중시하는 정책을 펼 경우, 환경파괴는 불 보듯 뻔할 것이고 종국에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어렵게 얻은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라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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