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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다 사고 났다는 얘기 들어봤니?”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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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자전거 천국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이 소개된 파리의 명물 벨리브(Velib)가 이를 대표한다. 그러나 이는 비단 파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럽의 어느 도시라도 수많은 자전거를 거리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사실 어떤 경우 이 자전거는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기까지 할 정도이다.







▲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에 어지러이 주차된 자전거(왼쪽), 보행자와 차량으로부터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해 턱을 설치한 암스테르담 자전거 도로(오른쪽). ⓒ프레시안

내가 머물고 있는 독일의 경우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총 6330만 대의 자전거가 보급되어 있는데 이는 독일 전체 인구 8000만 명 중 약 80%가 자전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수보다 많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일까?

사실, 그간 우리는 하드웨어만 유심히 살펴보았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자전거 도로가 필요하고, 자전거 주차장이 필요하고, 자전거 정비소가 필요하다는 둥. 지난 해 11월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 대책’을 살펴봐도 온통 인프라 확충에 관한 얘기뿐이다.

물론 하드웨어를 잘 갖추는 것은 이용 확대를 꾀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자전거 인프라의 확장은 마치 속 빈 강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 도로까지 자전거를 ‘모시고 가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고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재미난 제도가 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종휴는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학교는 집 바로 뒤에 있어 굳이 등굣길에 자전거를 탈 필요가 없지만, 친구 집에 놀러 갈 때 또는 가끔씩 열리는 벼룩시장에 갈 때 아빠의 차보단 자신의 자전거를 즐겨 탄다. 종휴가 사는 플랜스부르크는 인구 8만 명 정도의 아주 작은 마을인데, 안타깝게도 자전거 타기의 최대의 적(?)인 언덕이 상당히 많다.







▲ 차로를 따라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자전거.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고 있다. ⓒ프레시안
자전거 타기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힘들면 밀고 가면 되지요’라고 답한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도로 통행해야 하는데 이때 위험하지는 않는지도 물었다. (종휴는 겨우 14살이다.) 종휴는 뜻밖의 대답을 한다.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대신 가끔 운전하는 아저씨, 아줌마에게 미안하지요.”

자신이 차도로 달리는데 속도가 많이 안 나는 경우 뒤 차량은 자기 자전거를 천천히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어서 또 물었다. 뒤 차량이 경적을 울리거나 전조등을 켜서 위협을 주지 않느냐고. 아주 난폭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조용히 그저 자전거 뒤를 따른다고 한다. 자전거에 피해를 안 주고 추월할 수 있을 때까지….

종휴는 아버지를 따라 지난 2004년 독일로 이사 왔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아주 낯선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 운전 면허 시험’. 독일 전역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이 면허 시험을 치러야만 한다. 이거 절대로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일단 이 시험은 성인 운전 면허 시험과 마찬가지로 필기와 실기로 구성된다. 우선 필기 시험의 경우 성인의 자동차 운전 면허 시험에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교통 표지판과 운전 수칙(예를 들어 교통 표지 없는 사거리에서 어떤 차량이 우선인지, 추월하는 방법, 안전 거리 등등)이 다뤄진다.

차량 부품이나 기능을 대신해 이 필기 시험에서는 자전거 부품의 명칭과 기능을 ‘암기’해야만 한다. 해당 점수 이상을 못 얻으면 실기 시험을 치룰 수 없다. 이를 위해 모든 학생들은 ‘운전 면허 필기 시험 1주일 만에 합격하기’ 같은 시험 준비 서적을 숙지해야만 한다.







▲ 종휴가 공부했던 자전거 면허 필기 시험 준비 자료. ⓒ프레시안

얼마 후에는 또 실기 시험이 치러진다. 실기 시험에 앞서 ‘자전거 검사’. 시험을 치룰 모든 학생들은 자기 자전거를 학교로 가져와야 한다. 경찰 입회하에 자전거 검사가 진행된다. 자전거 필수 부품은 모두 갖추어져 있는지, 이 부품은 제 기능을 다 하는지, 타이어의 공기는 적당한지를 살펴본다. 이 검사에서 떨어지면? 당연히 실기 시험에 임할 수 없게 된다.

그 후 학생들은 시험 감독관인 경찰과 함께 도로로 나간다. ‘도로 주행 시험’을 위해 실제 ‘필드’로 나가는 것이다. 시험에 앞서 경찰은 도로를 막는다. 시험 중 발생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량의 무분별한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아무리 도로 주행 시험이라 하더라도 지금 시험을 치루는 학생들은 겨우 10살이니까.)

도로에서 학생들은 차량과 안전거리 유지하는 법, 좌회전 우회전을 위한 수신호 하는 법, 정차선 앞에서 멈추는 요령, 추월하는 요령 등을 종합적으로 테스트 받는다. 문제없이 통과하면 드!디!어! ‘자전거 운전 면허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 도로에서 주행 시험 중인 초등학생. ⓒphotopunkt-coburg.de

운이 좋게 종휴는 한 번에 면허증을 발급받았지만, 동생인 채린이는 시험 볼 당시 두발 자전거를 익숙하게 타지 못했기 때문에 시험조차 보지 못했다고 한다. 선생님의 배려였을까 아님 강한 권고였을까?

무려 1945년부터 시행된 이와 같은 자전거 면허 시험 제도는 독일 시민들이 자전거와 익숙해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자전거 타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고, 또 자전거 면허 시험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전거 또한 보행자나 차량과 마찬가지로 고유한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종휴가 아무리 천천히 자전거를 운전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종휴가 누릴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종휴를 탓할 수 없는 것이다.







▲ 1951년 발행된 자전거 운전 면허증. ⓒsaar-nostalgie.de

독일 어느 도시를 가든 어느 마을을 가든 잘 갖춰진 자전거 도로를 만날 수 있다. 가끔씩은 차량과 함께 나란히 차도를 달리는 자전거를 만나기도 한다. 우리에겐 좀 우스꽝스러운 풍경이지만, 자전거를 타는 운전자들이 한 손을 활짝 펴 뒤 차에게 우회전 신호를 보내는 장면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양복을 입은 백발의 신사가 형광색 조끼와 안전모를 갖춰 입고 수신호를 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상상해보시라.







▲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자전거를 모는 독일 신사. ⓒ프레시안

이처럼 자전거가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것은 사회적 관심과 배려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전거 면허 시험을 거의 모든 독일인들이 경험했으니, 자기의 경험을 추억하며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을 위해 공간과 시간을 배려해 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러한 시민들과 사회적 관심에 더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전거 전용 도로의 확장 등이 유럽을 자전거 천국으로 만들어낸 마술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자전거 면허 시험을 몇몇 특정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면허증을 발급받은 어린이들이 어디에서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며 맘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종휴와 채린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등굣길에 자전거를 이용하느냐고. 집이 아주 먼 곳에서 등교하는 친구들과 자기처럼 너무 가까운 곳에서 오는 친구들을 빼고는 거의 다 자전거로 통학한단다. 혹시 친구들이 학교 오면서 교통사고 당했다는 얘기 들어봤니?

“아직까지 한 번도 못 들어 봤는데요….”





독일의 자전거 규칙 몇 가지







▲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서 자전거는 차로로 다녀야만 한다. 신호를 기다리는 자전거. ⓒ프레시안

– 자전거는 자전거 전용 도로로만 달려야 한다. 단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을 경우 차도로 다녀야 한다.

– 10살 미만의 어린이는 인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그 외에 인도와 횡단보도 등 보행자를 위한 공간에서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 자전거에서 내려 밀고 다닐 수는 있다. 이를 어기면 벌금 10유로!

– 자전거에 필요한 모든 부품(헤드라이트, 후면 반사경, 측면 반사경, 경적 등)을 갖추어야만 한다. 또 도로 주행을 할 경우 이에 적합한 타이어를 이용해야만 한다.

– 차량 일방도로에서는 자전거 또한 한 방향으로만 달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벌금 5유로!





세계 4위 경제대국 독일의 ‘헌’ 교과서







▲ 채린과 종휴의 교과서. ⓒ프레시안

종휴와 채린이를 만나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했다. 바로 교과서.

독일에 오기 전 한국에서 우연히 조카의 교과서를 본 경험이 있는데, 그 엄청난 품질에 사실 적잖이 놀랐었다. 너무 고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사용하기에는.

채린이는 2001년부터 사용되어 온 생물 교과서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종휴의 수학 교과서는 심지어 1989년부터 전해져 온 것이다. 모든 교과서는 후배에게 대물림 되어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 교과서 앞에 학생 이름과 사용한 해를 기록으로 남겨두게 되어 있다. 만약 책을 파손하면 책값을 물어내야만 한다. (책마다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종휴의 것은 12유로!)

어떤 책은 현재 통화인 유로가 아닌, DM(독일 마르크)으로 쓰여져 있다고 한다. 2002년 3월에 없어졌는데도 말이다.

세계 4위 경제대국 독일의 자린고비 정신과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현재 모습은 왜 이리 간극이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




* 이 글은 ‘프레시안’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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