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시청을 ‘지속가능성의 상징’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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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템즈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타워브리지를 비롯한 여러 명소를 만날 수 있다. 그 중 달걀모양의 건물이 단연 눈에 띈다. 바로 런던의 신청사 건물이다. 2002년 첫 모습을 드러낸 런던 신청사의 형상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이뤄진 타원형의 모습이었다. 디자인이 인상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단순히 건축미를 뽐내기 위한 설계가 아니었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군데군데 반영되어 있었다.


건물의 외형이 구형이면, 직육면체 모양에 비해 표면적을 줄여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단순한 구형이 아니었다. 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태양으로부터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남쪽으로 기울인 것. 남쪽 벽면은 가파르게 계단모양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늘을 만들어 햇빛과 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북쪽 벽면은 완만하다. 남쪽과 반대로 햇빛을 최대한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이처럼 디자인과 에너지 관점을 조화시키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건물 자체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구조화되어 있었다.



템즈강변에서 바라본 런던 신청사의 모습(좌), 런던 신청사의 남쪽 측면(우) ©이지언

자연환기를 위해서 모든 창문을 여닫을 수 있고, 컴퓨터와 조명으로부터의 열은 난방용으로 재활용된다. 별도의 냉각제를 사용하지 않고 강에서 끌어올린 차가운 물을 활용해 냉방을 하고, 그 물을 다시 화장실 용수로 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엔 건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지붕의 둥근모양에 맞춰 특수 제작된 태양광 설비는 한 해 5만kWh의 전기를 생산하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효과를 낸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가 신청사 전체 전기 사용량의 1.5%만을 담당하지만, 시청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태양광발전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교육적 효과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청이 ‘지속가능성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매월 얼마만큼의 전기가 생산되는지 신청사 접수대와 런던시 기후변화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것도 이런 노력으로 읽을 수 있다. 템즈강변에 위치한 런던 시청사는 승용차 이용보다는 도보나 자전거로 접근하기 편리하다. 교통 혼잡과 수송에너지를 고려해 입지를 선정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청은 시민 모두가 공유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서울의 경우는 어떨까. 대도시 수도라는 점에서 서울은 런던과 비교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특히 서울시 역시 신청사 디자인을 발표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친환경 건물로 짓겠다고 선언한 점도 닮았다. 서울시는 신청사 건축에 필요한 공사비의 5% 이상을 태양광, 지열 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할당하겠다고 발표했다. 런던 신청사의 태양광발전기에 들어간 비용이 전체 건물 공사비의 1%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서울 신청사의 경우 결코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서울신청사 디자인은 높은 점수로 ‘친환경 건축기준 I등급’ 예비인증을 받았다. 사진출처: 서울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던 지난 6월 서울시는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교량의 경관조명 시간단축, 교통신호등의 고효율조명 교체, 관용 승용차 감축운행과 같은 대책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빼든 급박한 카드였다. 하지만 유가가 다시 하강곡선을 그리자 이런 방안들이 다시 자취를 감췄다. 석유 고갈이나 에너지 전환에 관한 장기적인 안목 없이 주먹구구식 대응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지우기 힘들다. 특히 건축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에 과연 에너지 관점이 체계적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201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을 기준에서 20% 줄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서울시는 건물의 에너지 낭비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리고 시청사와 같은 공공건물과 공공시설에서의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홍보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축물은 다른 생산물에 비해 한 번 만들어지면 수명이 더 오래 지속된다. 처음 어떻게 설계되는지에 따라 이후 수십 년 동안 건물 운영에 불가피한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설계와 건축은 건물 관리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냉장고나 자동차와 같은 제품과 마찬가지로 건물에 대해서도 에너지효율등급을 적용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및 절약이 우수한 건물을 보급, 촉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울, 인천,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동주택의 고층화 및 고밀화 경향은 에너지 낭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건축정책에 역행한다. 그런데도 아파트 단지와 초고층빌딩으로 상징되는 도시 건축양식은 어떠한 문제제기의 대상도 되고 있지 않다. 서울에 63빌딩보다 더 높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이제 낯선 현상이 아니다. 초고층 공동주택의 경우, 수직화로 인한 엘리베이터 및 급배수 에너지의 과도한 사용, 인공환기로 인한 냉난방 에너지 낭비 같은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건물은 부동산 거래의 대상이거나 디자인에 관해 논의될 뿐, 건설업체나 심지어 건축학자들조차 건물의 에너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서울시가 뉴타운과 신도시에 대한 ‘친환경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도시의 규모와 인구가 늘어날수록 에너지 자립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다.


일상에서 쓰는 가전제품과 냉난방 에너지는 우리가 생활하는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구성한다. 에너지 절약 구호는 갈수록 귀가 따가울 정도로 자주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 습관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해법을 찾자는 목소리도 많다. 에너지 가격문제도 그 중 하나다. 현재 전기요금이 너무 싸기 때문에 낭비에 무감각하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송배전 거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면 어떨까? 현재의 도시와 건물 구조가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을까.

*이 글은 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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