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건물의 에너지성적,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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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절약형 건물은 ‘거주자가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에너지를 줄이는’ 건물이다. 단열이나 자연채광이 잘 되지 않는 건물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더위나 추위와 같은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에너지절약형 주택은 난방과 전기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거주자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보장할 수 있다. 지난 10월 27일 서울환경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에너지 절약형 주택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함께 의견을 모았다. 기존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유형에 대한 재평가부터 공동주택에 에너지절약 요소를 적용한 실제 사례까지, 토론회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건물 부문의 에너지 수요는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지만, 선진국과 같은 추세라면 현재의 두 배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다. 이는 고유가나 자동차 보급의 포화로 인해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수송 부문과 대조된다.” 건물 에너지절약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각 부처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반영되어 있다.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환경부, 국토해양부), ‘건물에너지 효율등급 인증제도’(지식경제부),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국토해양부), ‘친환경 건축기준’(서울시)이 대표적이다.


18세대 이상의 신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건물에너지 효율등급제도는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한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평가하고 인증한다. 지식경제부 엄혜선 에너지관리과 주무관에 따르면, 이 제도가 2001년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173개 단지가 인증을 받았고, 온실가스 저감 잠재량은 2만 TOE(석유환산톤)에 이른다. 다만 자발적 참여방식에 머물러, SH공사나 대한주택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건축한 공동주택이 인증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어할 수 없는 건축물’ 유리건축
커튼월(통유리) 방식을 적용하면 건물의 에너지를 줄이는 데 과연 효과적인가? 이런 물음과 별개로 유리건축은 우리에게 친숙한 디자인으로 존재한다. 첨단기술이 적용된 ‘미래지향적’ 이미지로 선호되는 유리건축은 이미 도시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유리건축물이 “얼마나 비실용적이고 쾌적하지 못한가”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독일의 대표적인 유리건물을 직접 조사해 이렇게 지적했다.





‘유리건축은 에너지절약형 건물인가’ ⓒ이명주


우선 여름철 실내와 외부의 온도가 심한 차이를 보였다. 친환경적 환기시스템을 설치했다고 자부하는 건물 내부는 덥고 눅눅한 기운이 가득했다. 한낮 25도를 기록한 외부온도와 비교해, 실내온도는 32도에 습도는 75%에 달했던 것. 심한 건물의 경우엔 실내 온도가 53도까지 측정되기도 했다. 단열에 취약한 유리가 과도하게 적용된 건물에서 나타나는 온실효과가 원인이다. 마찬가지로 겨울철 유리를 통한 열 손실은 난방부하를 높이게 된다.


단열에 취약한 구조는 냉난방 에너지소비량 역시 증가시킨다. 실측한 유리건물의 면적당 1차 에너지요구량은 410 또는 700kWh/㎡a로, 에너지절약형 주택인 패시브하우스 기준(120kWh/㎡a)보다 3~5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햇빛을 막기 위한 차양으로 실내조도가 낮아지고, 공기 조화장치의 소음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리건물이 건축학자들 사이에 ‘제어할 수 없는 건축물’로 불리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명주 교수에 따르면, 커튼월 건물은 에너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건물 표면에 과도한 유리사용으로 인해 단열성능이 낮아지고 2) 유리표면의 뜨거운 열이 작은 환기창을 통해 유입되면서 내부온도가 상승하며 3) 타워형 고층의 경우 기계장치에 의존한 환기 시스템이 불가피하고 4)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유리 실내의 커튼이 실내 조도를 낮춰 한낮에도 인공조명 사용할 수밖에 없다. 과거 서구에서 ‘친환경 건축’으로 인기를 누렸던 유리건물이 한국에서도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유럽에선 에너지 관점의 재평가에 의해 지양되고 있는 상황이다.


초고층 탑상형 아파트, 온실가스 배출 최다
기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전기 과소비에 대한 문제는 이미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전기뿐 아니라 가스 사용량까지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떨까? 서울환경연합이 저층(5층 이하), 중층(25층 이하), 초고층(30층 이상) 총 30개 공동주택의 전기와 가스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사용에 의한 연간 가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2.95톤, 4.78톤, 8.1975톤(2007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초고층 아파트 가구의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탄소발자국이 저층이나 중층 아파트 가구에 비해 2~3배 큰 것이다.




주택별 가구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초고층 아파트의 에너지 실태에 대한 지적이 단지 ‘부유층의 이미지’에 대한 공략일까? 이번 조사에 포함된 13개 초고층 주택의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943kWh이고, 이 중 상위 6개 단지를 따로 계산하면 평균 1,140kWh에 이른다. 한전에 의하면, 월평균 1,000kWh 이상 전기를 소비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상위 0.3%에 불과하다. 여기에 초고층 아파트의 가구가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27일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 역시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가구당 전기요금 상위 30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 포함된 단지의 가구는 전기요금만으로 한 해 220~330만 원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가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전력사용량이 초고층 아파트 가구에 요구되는 원인인 무엇일까?


서울환경연합의 조사에 포함된 13개 초고층 아파트단지의 전기 공동사용량 비율은 평균 38.9%다. 가구당 엘리베이터 대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고속 엘리베이터의 운영, 복도나 로비를 포함한 공동시설에서의 조명과 환기장치의 사용이 높은 공동사용량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커튼월과 탑상형 방식과 같은 에너지 비효율적인 요소가 함께 적용된 사례도 대다수이다. 지금과 같이 초고층 탑상형 아파트가 이대로 계속 지어져도 좋을까? “향후 초고층 커튼월 건물이 범람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이지언 서울환경연합 간사는 “기존의 초고층 탑상형 아파트가 온실가스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타워팰리스와 같은 에너지다소비 주택이 더 이상 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절약 공동주택, 가능하다!
하지만 고층화 경향이 곧바로 건물의 에너지효율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건물 에너지절약 기술을 공동주택에 적용하는 시도는 이미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파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에너지절약 공동주택에 대한 연구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림산업은 2년 전 ‘3리터 하우스’라는 에너지절약형 공동주택 모델을 공개했다. 냉난방에 필요한 석유 소비량이 1년에 평방미터당 3리터 수준에 해당하는 이 모델은 기존 주택(16리터/평방미터)에서 에너지 80% 수준을 절약한 사례다.

원종서 대립산업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얼마나 쉽고 간단하게 건축하는가가 관건”이라고 언급하면서, “독일 사례의 경우(23가구 공동주택) 단열재, 외벽, 지붕, 바닥, 창호에 필요한 1천 만 원 가량의 추가비용과 간단한 시공방법을 통해 기존 주택의 에너지 대비 80%를 절약했다”고 선례를 소개했다.




대전 ‘에코 3리터 하우스’에 적용된 3중유리(좌)와 외벽단열 구조(우) ⓒ서울환경연합


대전에 있는 ‘3리터 하우스’를 실제 모니터한 결과, 난방소비량은 일반주택의 7분의 1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는 “영하 4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난방이 필요없다”고 단열성능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공동주택은 외단열 벽체, 3중유리와 고기밀 창호, 폐열 회수장치, 옥상녹화 그리고 소형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요소를 적용했다.


원종서 연구원은 50% 에너지를 저감한 중국 상하이의 60층 초고층 아파트 사례에 대해, “중국의 경우 대부분 외단열 방식으로 시공된다. 보급형 아파트에도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동시에 “외단열 적용으로 벽체두께가 증가하면 건물면적이 줄어들게 된다”며 용적기준의 현실화를 주문했다.


건물의 에너지점수를 부동산 가격에 적용하자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아파트 창호의 크기에 대해 언급했다. ‘창호면적을 줄이고 외부 벽면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서울시는 올해 6월부터 커튼월 형식의 공동주택에 대한 강화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벽면유리 면적을 60% 이하로 의무화한 ‘공동주택 심의기준’에 반영한 것이다. 커튼월 방식이 에너지낭비를 부추긴다는 사실을 서울시가 인정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건물 에너지절약을 위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커튼월 건물은 ‘디자인’ 측면에서 선호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에너지 관점에서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건축기준은 신축 건물에 대해 에너지성능지표 60점 이상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친환경 건축기준’을 통해 74점 이상의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서울시에서 허가된 50건의 평균은 65점으로, 상향 조정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평균 9점 가까이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점수가 건물의 에너지효율성을 증명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물에너지 효율등급의 첫 인증(2001년)을 받은 아크로비스타는 타워팰리스에 이어 가구당 전력소비량이 두 번째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의 에너지절감 정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건물 에너지절약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가?




영국의 건물 에너지성능 인증서의 예. 면적당 에너지소요량에 따라 8단계 등급으로 분류된다.


독일의 에너지절약 규정은 신축되는 모든 건물에 대해 단위면적당 에너지소요량을 파악해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명주 교수는 “이와 같은 건물 에너지증명서(Energypass)가 한국에도 정책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서민들은 주택을 고르면서도 관리비와 직결되는 에너지효율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건축주가 제출한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에 관한 증명서의 등급이 가격과 같은 부동산 매매에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너지절약형 주택을 위한 몇 가지 제언>

□ 남향을 선택하라. 남향에 가까우면, 자연채광에 유리하고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 차양을 설치하라. 여름철 직사광선을 막아 냉방비를 줄일 수 있다.
□ 발코니 확장을 자제하라. 공기는 전도율이 낮아 발코니의 공기층이 실내단열을 돕는다.
□ 자연통풍을 확인하라. 실내 바람길이 통하면 인공환기에 덜 의존할 수 있다.
틈새에 주목하라. 2중유리와 고밀도 창틀을 설치하고, 문 틈새를 막아 열손실을 줄인다.


<쾌적한 공간의 물리적 조건(‘에너지절약형 주택에서 살아야 할 이유(이명주)’ 발췌>

□ 실내온도: 최적온도 20 ~ 24도
□ 벽의 표면온도: 최소 16~18도
□ 바닥온도: 최적 22 ~ 24도
□ 상대습도: 실내 상대습도는 50~60%
                   (40% 이하 호흡기관 건조, 60% 이상 사우나효과)
공기흐름: 최대 0.2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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