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사람과 물새가 함께 사는 유럽의 습지를 찾아서①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와 각종 행사가 영국과 스위스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영국의 WBKEnglish와 에코-프라이어, 스위스의 버드라이프 스위스 등의 초청을 받아 수경스님과 도법스님, 이선종 교무님
등과 함께 유럽의 여러 습지보전 단체와 기관을 방문하고 느낀 것을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물이 주변 환경과 그 속에서 살고있는 동식물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는 지역을 습지라고 합니다. 얕은 물에 잠겨있거나
물높이가 지표면과 같거나 비슷한 땅이 바로 습지입니다. 강과 호수, 해안습지, 갯벌, 산호초뿐만 아니라 양어장과 염전, 저수지,
논, 운하, 하수처리시설까지도 다 습지에 포함됩니다.

습지는
세상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습니다. 또한, 습지는 무수한 동식물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차적인 산물과 물을 공급하는 생물다양성의
요람입니다. 새와 포유류·양서류·파충류·어류·무척추동물 등 많은 동물들이 습지에 의존하여 살고 있습니다. 인류의 절반 이상을
먹여 살리고 있는 쌀도 습지식물입니다.

그러나, 습지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여 세계 곳곳에서 관개와 매립, 오염 등으로 습지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근래 들어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협약이 맺어지고 습지보호에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습지 보호활동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영국 ‘새와 습지 트러스트(WWT; Wildfowl and Wetland
Trust)’입니다. WWT는 남극점을 최초로 도달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경쟁을 벌였던 스콧경의 아들이자 세계 최대
환경단체 가운데 하나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를 설립한 피터 스콧(Peter Scott)경에 의해 194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 슬림브리지 습지센터 전경

유명한 화가이자 자연주의자였던 피터 스콧경의 염원이었던 ‘사람과 동물을 위해 습지를 보전하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는 WWT는
영국 내에 9곳의 습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전체 면적이 2천헥타(약 6백만평)나 되는데, 슬림브리지 습지센터는
바로 WWT의 본부 사무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 사람들이 곁으로 지나다녀도 물 위에서 유유히 쉬고 있거나 먹이를 찾고있는 혹고니와 오리들

영국에서 가장 긴 강인 세번강 (Severn) 하구에 위치한 슬림브리지 습지센터에는 매년 러시아 북부와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에서
3-4만 마리에 달하는 쇠기러기가 도래하는 곳으로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람사습지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수많은 오리·기러기·고니·도요·물떼새류
등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야생 물새들이 많이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800에이커(약 10만평)에 달하는 습지는 과거에는 버클리 가문 사람들이 수백년 동안 소유하며, 오리와 기러기들을 사냥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곳을 사람들이 새들을 보다 가까이 관찰하고 친해질 수 있는 습지센터로 탈바꿈시켜 매년 20만명 이상의
관람객과 탐조인들이 찾고 있는 곳입니다.

▲ 인공 못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는데, 왼쪽은 깊게 오른쪽은 얕게 만들어 각각 다른 종류의 물새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놀란 것은 수백 수천 마리의 새들이 무리 지어 쉬고 있거나 먹이를 찾고 있는데, 사람들이 가까이
가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도 똑같은 종류의 새들이 겨울에 찾아오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새들을 관찰하려면
2-3백 미터 정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코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야생 오리와 기러기, 고니의 아름다움과 신기함에 넋을
빼앗길 정도였습니다.

▲ 인간의 간섭 때문에 1950년에는 30마리만 남아 멸종 직면에 처했었던 하와이기러기를 잘 번식시켜 보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섬세하게 새들의 생태와 습성을 배려하며 습지를 관리하고 있는 설명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새와 생태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멋진 교육시설을 보면서 바로 그런 차이가 새들도 변화시키는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디스커버리 센터에는 습지와 야생동식물에 대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각종 교육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한때 멸종 직전까지 이르렀던 하와이기러기(Nene)를 본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18세기말까지만 해도 2만5천
마리가 살고 있었지만, 인간의 간섭 때문에 1950년에는 30마리만 남아 거의 멸종 상태에 처했던 하와이기러기를 WWT의 설립자
피터 스콧경이 세 마리를 슬림브리지로 데려와 번식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1960년대에만 하와이의 야생환경으로 200마리를 돌려보냈는데,
지금은 700-800마리에 달하는 하와이기러기가 야생에서 살고 있습니다.

▲ 습림브리지 습지센터 앞의 참가자들. 왼쪽부터 필자, 도법스님, 김수경 간사, 이선종 교무님, 덕 헐리어 박사,
수경스님, 바즈 휴즈 박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습지와 새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체계적인 교육이나 습지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보다 나은 교육시설과 습지 관리 방법들을 도입하여 우리의 귀중한 습지와 새들을 더 잘 보호하고, 사람들도 자연과
야생동식물의 아름다움을 더욱 가까이서 즐기며 새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와야겠습니다.








▒ 미니인터뷰 ▒

덕 헐리어 (WWT 보전과 개발국장)

지난 2월초 영국
슬림브리지 습지센터를 방문했을 때 영국 ‘새와 습지 트러스트(WWT; Wildfowl and Wetland Trust)’
의 덕 헐리어 국장(보전과 개발국)을 만났습니다. 헐리어 국장은 “한국의 새 보전에도 관심이 크다. 북극 근처 러시아 북부에서
번식하는 새들이 겨울에 남하할 때 동쪽으로 가면 한국으로 가고, 서쪽으로 가면 영국으로 오는 것이다. 한국의 새와 서식지를
보호해야 영국의 새도 보호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한국의 새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헐리어 국장은 또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한국의 대통령과 농림부 장관, 주영국 한국대사관 등에 편지를 보냈지만,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도 계속 새만금 갯벌 보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환경단체와 협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몇 차례 방한에 이어 올 5월에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관련정보 사람과
물새가 함께 사는 유럽의 습지를 찾아서②

사람과
물새가 함께 사는 유럽의 습지를 찾아서③

글/사진 : 국제연대국 마용운 부장

관련사이트 : 새와 습지 트러스트 (WWT) http://www.wwt.org.uk
WWT 슬림브리지 습지센터 http://www.wwt.org.uk/visit/slim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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