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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억제 정책 의지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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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치솟는 휘발유값 그래프를 한국석유공사 유가상황실 직원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경향신문>


유가 전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하락세와 급등세를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유가가 내려가는 듯하자 고유가의 배경에 투기자본이 있다는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유가 상승세가 꺾여 안도의 숨을 쉬는 이들은 고유가가 정말 투기자본 때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다수 언론 기사에는 ‘석유 투기자본이 있다’는 사실 확인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같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에서는 일시적인 유가 등락에 연연해 장기적인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온난화 책임의식 부재·해결의지 실종

지난 6월 4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에 결여된 것도 바로 이러한 장기적인 유가 전망의 현실성이다. 계획안은 2030년의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로 예측해 에너지 수요를 전망하고 있다. 이런 예측은 투기자본이 이익을 실현하고 빠지면, 향후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자본이 석유시장을 쥐락펴락해온 석유시대의 역사는 거의 100년에 가깝다. 금융자본 모두 석유투기자본은 아니지만, 둘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도 없다.

2030년께는 석유투기자본이 활동을 중지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20여 년 남은 2030년의 유가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배럴당 100달러라고 못 박아 주먹구구식 예측치를 근거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울 일이 절대 아니다. 최소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200달러, 더 나아가서는 300달러가 될 수도 있다는 가변성을 전제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구나 투기가 고유가의 핵심은 아니다. 석유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으로 유명한 윌리엄 엥달은 투기자본이 고유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가의 장기적 전망에 관해서는 피크오일연구협회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들의 주장은 간명하다. “이미 발견된 모든 석유와 미래의 석유 생산량을 종합할 때, 인류는 2010년께 석유생산량의 정점을 맞게 된다.” 미래에도 고유가는 일상이 될 것이며, 유가 상승은 장기적인 면에서 투기가 아니라 석유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2030년 배럴당 100달러 시대의 존속을 전제로 한 정부 계획안의 더 큰 문제는 온난화에 대한 책임의식의 부재와 해결 의지의 실종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이 전제는 산업구조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량은 줄어드는 선진국의 추세와 한참 어긋난다. 전력 소비 증가를 당연시하면서 내놓은 처방도 그렇다. 현재 가동 중인 28기의 핵발전소에 더해 최대 13기의 핵발전소를 더 건설하겠다는 것은 현실감이 없는 무모한 발상이다. 전력이 최종 에너지 소비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계획대로라면 신규 핵발전소 부지를 최소 4곳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부지 선정 과정에서 치러야 할 극심한 사회 갈등과 사회적 총비용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핵심적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어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 억제,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에서 정책 의지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나라다. 우리나라 국민은 우리보다 3배나 잘 사는 독일과 일본 국민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 에너지 다소비산업 위주로 편성된 경제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석유시대의 종말이 곧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봄 제주도에 남방계 희귀조인 부채꼬리바위딱새가 찾아왔다. 얼마 전 낙동강 하구에서도 긴꼬리제비갈매기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역시 열대와 온대를 오가는 남방계 희귀조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은 이처럼 새들이 전하는 온난화의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에너지계획은 국가 위기를 극복한다는 자세로 새롭게 짜야 한다.


* 이 글은 뉴스메이커 787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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