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고유가 시대, 에너지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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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서울 차 없는 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환경연합
 


전 세계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정신이 없다. WTI(서부 텍사스 원유)니 두바이유니 매일같이 올라가는 유가에 한눈을 팔 수 없을 지경이다. 연일 뉴스와 신문에서는 투기자본 개입,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미국경제의 하락, 달러화 약세, 유럽 금리 인상, 물가폭등 등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유가상승은 세계 경제의 복잡성을 넘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소시민에게도 너무나 긴박하게 연결되어 있다. 20세기 석유는 생명을 이어주는 혈관처럼 우리 생활 어느 곳에나 들어와 있다. 탐욕스러운 인간의 무분별한 자원소비로 인해 끊임없이 솟구쳐 나올 줄 알았던 석유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무엇보다 석유에 취약한 대한민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이렇게까지 오르리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전무하다. 미국에서 공부한 대부분의 자원경제학자들은 석유가 배럴당 150달러가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을 것이다. 2005년도에 서부 텍사스 원유가 60달러를 넘어설 때도 마찬가지였고, 2008년 100달러를 넘어설 때도 유가상승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140달러를 왔다 갔다 하는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과거의 자료를 찾아보면 알 수가 있다. 골드만삭스가 배럴당 200달러가 올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몇몇 연구가 이루어졌을 뿐, 과거자료는 75달러 정도 상승을 예측했던 것이 전부이다. 작년 12월 있었던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자료를 보면 2030년 석유가격을 59달러로 예측했다. 불과 1년도 안된 보고서 내용인데, 돌이켜보면 기가 막힌다. 이는 무수한 전문가들은 있지만 어느 누구도 불안한 석유미래를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런 상황인데, 행정 관료들은 어떨까?


모든 것이 정신없고 우왕좌왕이다. 연일 에너지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고 즉흥적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고환율정책을 고수했다. 모든 나라에서 달러화 약세로 인한 투기자본이 석유시장에 유입되어있다고 말할 때도 유독 국내에서만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최고치였던 지난 7월 3일 1달러에 1047원까지 올랐다. 작년 같은 시점에 비해 13.8%가 올라갔다. 만약 유가 상승이 없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원자재를 구입하려면 작년에 비해 14% 비싸게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가상승으로 인한 모든 원자재가격이 폭등했으니,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고통을 말할 것도 없다.


올 초부터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초고유가시대가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율은 1년 전에 비해 82.1%, 현대자동차 81.6%, 현대중공업 58.9%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2조 1천억 원 중 환율 요인만 3천억 원에 이른다. 대기업만 고환율정책으로 이익을 본 것이다.


지난달 고유가대책으로 내놓은 세금환급은 무대책 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인별로 최대 24만원의 세금을 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았다. 유가상승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세금을 돌려주겠다고 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개인한테 얼마 안 되는 이 돈이 전체로 하면 3조원 가까이 된다. 만약, 이 비용을 미래를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개발과 보급, 그리고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 비용으로 쓰겠다고 했다면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을 것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최대의 고통수혜자는 서민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문제의 갈등은 더욱 불거질 수 있다. 초고유가로 인한 심해지는 사회적 양극화가 그것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서울시 통행량이 조금 줄었다고 한다. 서울시에 의하면 1, 3호 터널 통행량이 지난해에 비해 2~4%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하철은 0.6% 정도 증가했다. 고유가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자동차를 포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휘발유 사용량은 지난해에 비해 줄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자료에 의하면 1~5월까지 휘발유 사용량은 1.17% 증가했다. 반면, 경유는 같은 기간 동안 2.81% 감소했다.
휘발유에 비해 경유가격의 급상승이 감소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경유를 주로 쓰는 생계형 화물차의 운행이 급속히 줄어든 것으로 생각된다.


치솟는 경유가격에 운행을 중단하는 화물차가 존재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통행량 감소로 인해 대형 승용차가 도로에서 활기를 친다. 널뛰기 유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차의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승용차 판매에서 대형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9.2%에서 올해 상반기에 16.1%까지 올라섰다. 외제 수입차의 경우 꾸준히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 올 4월까지 외제승용차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나 늘어났다. 실제로 서울 한복판을 다니는 차량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형차와 외제승용차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돈 없으면 차도 못 굴리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한쪽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 상대적으로 싼 에너지로 이동한다. 전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전기사용량은 올 1~2월에 지난해에 비해 9.6%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5.6%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1~2월 겨울 동안은 기름보다 싼 심야 전기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산업계 역시 가격이 저렴한 산업용 전력 이용률이 늘어났다.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기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전기가격 통제로 인해 한전의 적자가 눈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반면,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나 LPG의 경우 특소세로 인해 지역난방이나 도시가스에 비해 2배 가까운 비용을 내고 있다. 강남, 분당 등이 지역난방의 수혜자인 반면 도시외곽이나 농어촌에서는 치솟는 등유, LPG가격에 값싼 심야전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전기 쏠림현상은 겨울에도 전력피크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값비싼 연료인 천연가스를 태워 발전해야 하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것이다. 전력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 방안이지만 전기요금상승=물가상승 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정부의 현실이다.


에너지가격 상승은 소비의 양극화를 낳고 있다. 지난 5월 명품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39.1%나 증가했다. 고급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물가상승, 에너지가격 상승은 실질소득의 하락을 의미한다. 명품 매출의 증가만큼 저소득층도 증가할 것이다. 2005년 단전으로 촛불을 켜고 공부했던 여중생이 잠들다 불에 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이미 2004년도에 단전, 단수를 경험한 가구가 48만 가구, 156만 명이나 된다. 지금은 훨씬 많은 숫자가 에너지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미 인도네시아, 인도, 네팔 등의 국가들은 유가상승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만약, 정부가 근원적 대책 없이 서민들에게 에너지절약만을 강조한다면 다시 대규모의 촛불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근시안적 해결이 아닌 중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유가상승은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대안을 도로와 승용차가 중심이 아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과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전용도로 마련에 힘써야 한다. 세금환급, 유류세 인하라는 짧은 생각은 그만하고 그 비용을 이와 같은 곳에 써야한다. 고유가 대책을 원자력이라는 치마폭에서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효율향상과 재생가능에너지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실질소득이 하락한 만큼 임금을 인상해 줘야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유가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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