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고유가 대책에 웬 원자력 발전 확대?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지난 6월 4일, 지식경제부는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어 에너지경제연구원 용역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7년 12월 현재 전력 공급 설비에서 26%인 핵 발전 비중을 37-42%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총 석유 소비에서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석유는 3.5%(2006 에너지통계연보)에 불과한데 고유가 대책으로 난데없이 웬 핵 발전 확대 정책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석유 소비의 대부분은 산업용, 수송용
  
핵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는 석유의 55%가 쓰이는 석유화학, 섬유제품을 대체할 수도 없다. 또 36%에 이르는 수송에너지로 쓸 수도 없다. 전기는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고작 17%를 차지할 뿐이다.
  
이런 대책에는 석유에 중독된 한국 사회 진단이 없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낭비하고 있는 에너지 소비 구조와 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도로와 승용차 위주의 교통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2006년 기준, 1인당 GDP가 23위에 불과하지만 1차 에너지 소비와 전기 소비는 세계 10위에 이르는 에너지 과소비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수입되는 석유의 32.5%는 정제 과정을 거쳐 다시 수출되고 있으며 에너지가 아닌 제품 생산에 쓰이는 비에너지유의 비중이 40%이다.
  
고유가 시대에 이런 석유화학 산업이 지속될지는 시장이 스스로 판단하겠지만 혹여 국가가 개입하여 변화를 역행하려 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지금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산업 구조가 어떤 것인지 검토해봐야 할 적기이다.








▲울진 원자력 발전소. 이명박 대통령부터 나서서 고유가의 해답이 ‘원자력 발전 확대’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전후 맥락을 모르는 무지한 주장일 뿐이다. ⓒ뉴시스


세계는 핵 발전 르네상스?
  
핵 발전은 핵 분열을 일으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핵 분열 반응을 중단시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해서 한 번 가동하면 12~14개월을 멈추지 않고 가동해야 한다. 하지만 전기 소비는 1년 내내 일정하지 않다. 밤낮이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다. 그래서 핵 발전을 가동하면 다른 발전 설비를 꺼두기 때문에 설비 비중은 26%이지만 발전량 비중은 35.5%로 높아진다. 이를 감안한다면 37~42%의 핵 발전 설비 비중은 51~58%의 발전량 비중으로 높아질 것이다. 바야흐로 핵의 시대가 한반도 남쪽을 장식하는 핵산업계의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전망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어서 프랑스와 같은 핵 발전 강국을 꿈꾸고 있는 핵 산업계의 비전이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여기서 잠깐, 세계적으로 핵 발전이 기후변화 시대의 대안처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현재까지 폐쇄된 핵 발전소의 평균 수명은 20.8년이었다(Mycle Schneider, 2004). 7월 1일 현재 전 세계 핵 발전소 439기 가운데 21년 이상 된 핵 발전소가 328기라서 이른 시일 내에 대부분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 폐쇄를 늦춘다거나 폐쇄될 발전소를 부분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은 과장되었다.
  
신규 투자에 대해서 ‘스탠더드앤푸어스(Standard and Poors)’와 같은 신용평가 회사는 투자 리스크가 높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Credit Aspects of North America and European Nuclear Power, 2006).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월 29일자에서 핵 발전에 대한 투자비용이 170%까지 올랐다고 하면서 이는 2000년 이후로 세 배나 증가한 양이라고 했다(Greenpeace). 다른 발전원에 비하면 급속한 증가량이다.
  
유독 미국은 부시 정부가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에너지법 개정(Glenn R. George)에 힘입어 긍정적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인허가 절차와 건설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핵 발전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오는 대선에서 민주당의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보조금 지원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한국처럼 국가가 주도해서 부지도 선정해주고 핵폐기물 처리도 맡아 주고 신규 투자 비용도 유치해 주고 핵폐기물 처리 비용 납부도 유예해 준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찾기가 힘들다. 지난한 사회적 논의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지금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성사될 확률은 높지 않다.
  
기독교 사회당 연합정부인 독일의 메르켈 수상은 최근 “핵 발전 탈출법으로 정해진 핵 발전 폐쇄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이는 개인의 의견에 불과할 뿐이며 연합정부의 정책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7개의 오래된 발전소를 “법으로 정해진 폐쇄 계획보다 더 조기에 폐쇄해야 한다”는 환경부장관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뿐이었다.
  
핵 산업계는 이탈리아가 핵 발전소를 당장이라도 건설할 것처럼 예를 든다. 이탈리아는 현재 국민투표를 통해 핵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기로 한 결정 때문에 핵 발전소가 없다. 그러므로 현 정부가 친핵 발전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결정을 뒤집으려면 엄청난 사회적 논쟁을 감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핵 발전소 건설은 불가능할 것이다.
  
핵 발전은 기후변화 해답 아니야
  
핵 발전 건설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면 또 모르겠다. 핵 발전을 하기 위한 우라늄 채굴, 정련, 해체 등 전체 과정을 고려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화석연료를 통한 발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핵 발전으로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현재의 439개에 더해 앞으로 2000~3000개의 핵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거의 50년간 1주일에 하나씩 건설해야 하는 꼴이다(Helen Caldicott, 2006). 이는 불가능한 계획이다. 핵 산업계로서는 가장 좋았던 시절인 1980년대에도 신규 핵 발전소 건설은 불과 16기에 불과했다.
  
더구나 우라늄은 앞으로 50년 정도만 쓸 수 있다. 2000년 파운드당 7달러 하던 우라늄 가격이 2007년 6월에는 136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80~90달러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정된 양 때문에 가격 상승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우라늄이 적게 포함된 원석에서 우라늄을 캐낼 경우 핵 발전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의 30배를 소모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Jan Willem Storm van Leeuwen and Pilip Smith, 2005).
  
이런 사정 때문에 핵 산업계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핵 발전을 청정에너지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지난 12월 인도네시아 발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책으로 핵 발전 확대를 제시한 일본은 전 세계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또 핵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은 어찌할 것인가. 이산화탄소가 걱정된다고 핵폐기물을 선택할 것인가. “담배가 해롭다고 코카인을 권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편하자고 미래세대에게 핵폐기물을 떠넘길 정도로 무책임한 선조가 되지 말자.
  
여전히 가동 중인 핵 발전소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일본 도쿄전력이 지진 안전지대라고 장담했던 가시와자키 가리와 핵발전소는 설계치를 초과하는 강진으로 7개의 핵 발전소가 액체, 기체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며 심각한 피해를 입고 2007년 7월 이후로 멈춘 상태이다.
  
지난 3월 23일 미국의 인디언포인트 핵 발전소가 갑자기 비상 정지된 이유는 한 직원의 디지털 카메라 작동 때문이었다. 지난 8일 프랑스에서는 핵 발전소에서 우라늄이 포함된 액체 30㎥가 외부로 누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는 핵 발전
  
더구나 핵 발전은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는 에너지 수급 구조를 만든다. 1년 내내 가동을 하다 보니 겨울에 전기가 80%가량 남아돌게 되었다. 전기는 저장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주택용의 3분의 1 가량의 비용으로 심야전력을 공급하게 되었다. 그냥 버리느니 ‘떨이’로 처리한 셈이다.
  
그런데 고유가로 인해 값싼 심야전기로 난방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겨울철에 전기 소비가 폭등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06년에는 심야전력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LNG 복합발전을 가동해 2조5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석광훈, 2008). 심야전력으로 가동을 하려던 양수발전소 7기도 수조 원을 들여 건설했지만 1년에 평균 15일을 가동하고 멈춰 서있다(녹색연합, 2008).
  
등유나 가스로 직접 난방을 하면 효율은 80% 이상이다. 그러나 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한 다음에, 다시 이 전기로 난방을 하면 투여된 총 에너지의 10~20%만 쓰고 나머지는 버리는 꼴이다.
  
심야전력에 상업용 산업용 전기 요금도 원가보다 낮게 공급 하다 보니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긴 팔을 입어야 할 만큼 에어컨을 틀어대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낮에는 쉬고 한 밤 중에 대낮같이 불을 켜놓고 조업하는 공장이 생겼다. 핵 발전 사업자만 이익을 얻고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는 심야전력을 공급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을 위해 난방용으로 쓰는 등유와 LPG에서 특별소비세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비효율적인 전기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다 보니 투여된 에너지에 비해 최종 사용하는 에너지 비율은 점점 낮아지는 효율이 떨어지는 에너지 수급 체계가 굳어지고 있다. 2006년 현재 그 비율은 74%에 불과하다.
  
고유가의 대책은 에너지 절대 소비량을 줄이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에너지 소비가 항상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정 경제수준이 되면 경제성장이 오히려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다. 적은 에너지로도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정책이 뒤따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부 관료의 무책임,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과 핵 산업계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한 로비가 생뚱맞게 고유가 대책으로 핵 발전 확대라는 안을 들고 나오게 한 건 아닐까?


* 이 글은 7월 14일자 프레시안에 게재되었습니다.

admin

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