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참가기]’물고기가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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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buhay! ‘2003 동아시아 해양환경 회의(2003 East Asian Seas Congress)’의
주제 연설자로 초대된 필리핀 전 대통령 Fidel Ramos는 그의 연설을, 필리핀식 인사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Mabuhay’는
필리핀어로 ‘물고기가 당신과 함께!(Be fish with you!)’라는 뜻이다. 필리핀에서는 이 말이 아침 인사이고 저녁
인사이면서 또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이기도 하고, 하여간 모든 인사에 다 쓰인다고 한다.
물고기는 계급을 초월하여 모든 이들의 일용할 양식이기에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가장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인사가 된 것이다.
물고기가 가지는 풍요와 다산의 상징성, 이번 동아시아 해양환경회의는 바로 이 물고기의 삶터로서 바다가 처한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행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물고기가 당신과 함께!’
지난해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2003 동아시아 해양환경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지속가능지구정상회담(WSSD)의
지역 이행 프로그램으로서, 지구환경기구(GEF)와 유엔개발계획(UNDP), 국제해사기구(IMO)의 공동협력조직인 ‘동아시아 해양환경관리
협력체(PEMSEA)’의 주관으로 열렸다. 한 마디로 PEMSEA가 그 동안 동아시아 지역 12개 국가 및 해양 관련 이해당사자들과
토론하여 마련한 ‘동아시아 해양 지속가능발전 전략(Sustainable Development Strategy for the Seas
of East Asia, SDS-SEA)’을 각 참가국 장관들이 서명하여 승인하고,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자리였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이 12개 나라 – 부루나이, 캄보디아, 중국, 북한,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폴, 태국, 베트남,
한국- 가운데 하나였으며, 필자는 이 행사의 공동 주관자인 ‘아시아태평양환경기자포럼(Asia-Pacific Forum of Environmental
Journalist, APFEJ)의 초청을 받아 한국 기자 대표(?)로 참가하였다. 사실 필자도 초청을 받고 나서야 PEMSEA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행사에 임박해서 참가가 결정된데다가 더해서, 어떻게 한국 기자 대표까지 되고 보니 참으로 부담스러운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2002년 람사회의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정말로 이역만리 낯선 땅에 혈혈단신으로 대한민국
대표기자의 막중 임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사명감이 내내 팽팽한 긴장감으로 다가오곤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라 할 만큼 유익한 공간이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PEMSEA는 미디어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아시아태평양환경기자포럼 참가자들과
함께

동아시아 해양 지탱가능 발전 전략 승인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번 회의의 주 이벤트는 12월 12일 열린 12개국 ‘장관회의(Ministerial Forum)’였다.
이 장관회의에서 ‘푸트라자야 선언(Putrajaya Declaration)’을 채택하여 ‘동아시아 해양 지탱가능 발전
전략’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약속하는 것이 형식적인 목적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장관들이야 서명하러 오는 것이고,
실제 내용은 이 장관회의에 앞서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열린 ‘동아시아 지탱가능 해양 발전을 위한 국제회의: 지역
협력과 합작의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Sustainable
Development of the Seas of East Asia: Towards a New Era of Regional
Collaboration and Partnerships)’라는 긴 이름의 회의에서 훨씬 충실하게 채워졌다. 동아시아
해양 환경이 직면하고 있는 각종 위협들과 그에 응전하는 각 지역의 노력들이, 각 네 가지 워크숍으로 구성된 두 개의
회의에서 소개되고 검토되었다. 주요 분야별 노력에 대한 평가를 위해 해상 운송, 육상 기인 오염, 어업 및 양식,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지탱가능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 분야간 접근으로 지방 거버넌스와 협력,
기술과 전문성, 재정·투자 및 기업 책임성, 국가 연안·해양 정책 및 지역 협력에 대한 워크숍이 열렸다.
그런데, 무엇보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회의의 규모가 아니라 이 회의를 준비한 PEMSEA의
접근이 철저히 지역의 실례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PEMSEA는 8개의 연안통합관리 시범지역(demonstration
site)을 비롯한 14개의 관리 지역을 두고, 각 지역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검증된 체계와 관리 기법을 다른 지역으로
전파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각 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들도 뜬구름 잡는 식의 원론 강독이 아니라
생생한 현장 경험을 두고 벌이는 평가와 논쟁이었다. 각 지역과 도시가 가진 조건에서 적용된 기술적 요소와 거버넌스의
사례들이 던져주는 시사점은 어떤 뛰어난 이론보다 강력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단히 특이하고 중요한 개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는데, ‘챔피언(champion)’이라는 단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지도자’, ‘모범 사례’ 등의 개념이 통합된 의미로서 챔피언은, 비젼과
의지를 갖고 지역의 연안통합관리가 성공하도록 이끄는 지도자를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들이 참고하고 빌려다 적용할
만한 모범 사례를 의미하기도 한다. 연안통합관리를 지탱가능한 해양 발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이해하고 그 실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한 사람의 시장이, 혹은 지역 특성에 맞는 연안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하나의 도시가
바로, 챔피언이 되어 동아시아 전체의 지탱가능한 해양 발전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챔피언’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우리나라 환경 운동에서도 앞으로 널리 사용되었으면 하는 용어였다.

바다 쓰레기 청소가 연안통합관리로
대단히 많은 챔피언들을 볼 수 있었지만, 특별히 관심을 끌었던 두 지역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먼저, 바다 쓰레기
청소가 연안통합관리로 발전되어 지금은 기업 부분 참여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는 필리핀의 ‘바타안(Bataan)’ 사례이다.
바타안은 필리핀의 정치, 경제적 중심지의 관문인 마닐라만에 돌출된 반도로, 12개 자치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석유화학,
의류, 전자산업과 양식업이 발달하였고 해변 휴양지도 많이 갖고 있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지역민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연안이 오염되어 갔고, 이러한 문제를 연안통합관리로 대응하여 성공을 거둔 지역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바타안의
성공이 ‘국제연안정화의 날(International Coastal Cleanup)’이라는 바다 쓰레기 청소 행사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1999년 9월 18일 제13회 국제연안정화의 날을 기념하여 Petron Foundation과
바타안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Kontra Kalat sa Dagat(해양 쓰레기와 전쟁)’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이
때는 3개 자치주에서 8,000명의 주민들이 참여하였다. 이후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 사이에서 해양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나중에는 바타안주 전 지역에서 월1회에서 주2회까지 연중 해양쓰레기 정화 활동이 펼쳐질 정도로 대중의 참여가
늘었다. 2000년 7월에는 바타안에 기반을 둔 기업 18개가 모여 Bataan Coastal Care Foundation,
Inc를 설립하였으며, 이 재단이 바타안의 연안역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재정적,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바타안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 온 주지사 Leonardo B. Roman이 연임 제한에 걸려 국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가 당선되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의정활동에서도 해양환경 관련 입법에 힘을 쏟아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바다의 정원’ 중국 셔먼시
또 하나의 챔피언(!)은 중국의 셔먼(Xiaman)자치시 사례이다. 셔먼은 중국 남부에 위치하며 6개의 district와
1개의 county에 인구는 131만명, 면적은 1,516㎢이다. 1980년대 이전에 대규모 간척사업이 연안환경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왔으나 수질은 그나마 깨끗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주요 경제 활동이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육상기인 오염원이 별로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1980년대 중국 정부가 셔먼을 특별경제구역으로 선포하면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었고, 전통적인 연안관리 체제로는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각종 자원 이용 갈등과 증가하는
환경 오염 위협에 대응할 수 없었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샤먼자치주 정부는 1994년, 해양관리단을 창설하고,
부시장을 의장으로 하여 20개 이상의 정부 기구를 아우르는 집행위원회를 구성하여 계획 수립, 재정, 육역 이용, 어업,
관광 등 분야에 대한 부처간 협력 및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등을 수행하게 된다. 23개에 이르는 방대한 영역의
프로젝트에는 전략적 환경 계획 수립, 경제 성장에 따른 생태 및 경제사회학적 영향 분석, 법제도의 정비 및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가장 특징적인 것이 ‘해양 이용 기능 구역 계획’이다. 말 그대로 연안 지역을 자연 조건과 사회적
요구에 기반하여 기능에 따라 구역을 나누어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각 지역의 지배 기능, 경합 기능, 통제 보전 기능,
제한 기능을 분석하여 어떤 곳은 항구로 다른 어떤 곳은 관광지, 양식장, 주거지 등으로 정하고 개발을 유도하였다.
셔먼의 연안통합관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했겠지만 이렇게 정부가 정한 개발 계획에 따라
이미 존재하는 양식장도 없애버리고 관광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한 평가는 사회주의 국가의 정부 주도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기 쉽지만, ‘녹색은 적색’이라는
대단히 비약적인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해양본능을 되살려야
마지막으로 라모스 필리핀 전 대통령의 누나이자 전직 상원의원이면서 문화학자인 Dr. Leticia R. Shahani가
들려준 너무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필리핀의 선조들은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삼고 살았기에 바다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았고, 바다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요즘의 필리핀 사람들은 바다에 있는 것이 불안하다. 샤하니
박사는 그 이유를 필리핀을 식민지 지배했던 나라들 특히 미국이 대륙에 기반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식민지
경험을 통해 ‘해양 본능(marine-instinct)’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으나 고향을 오래 떠나 있었던 탓에 바다가 불안했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고부터
바다가 너무 편안하고 정겹다. 나에게 해양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나보다.

▲’바다 본능’이라는 감동적 개념을 들려준 샤하니 박사(왼쪽)

글/ 이종명(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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