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핵폐기장을 뛰어넘어 ‘에너지 자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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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은 한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곳으로, 인구 6만5천 명의 도시이다. 변산 해수욕장과 채석강 등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내소사, 개암사 등의 사찰을 품고 있는 변산과 넓은 들판을 가진 전형적인 농촌, 어촌 마을이다. 변산반도는 위로는 군산, 김제, 아래로는 고창과 이어진다.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으로 대표적인 개발과 환경의 가치가 대립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현장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 최장인 33㎞의 방조제가 군산까지 이어져 있다. 지난 2006년 4월 21은 수많은 생명을 생존의 터전이었던 갯벌에 가두어 둔 채 생매장시켰던 방조제가 완공 되는 날이었다.




▲부안핵폐기장 반대 시위 사진


새만금 간척사업과 함께 부안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사건이 있다. 바로 핵폐기장 반대운동이다.
2003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하 방폐장, 핵폐기장)’ 추진에 반대하며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곳이다. 인구 7만도 안 되는 평범한 시골 주민들이 2년 여 동안의 반대투쟁으로, 구속자 55명을 포함하여 300여 명이 사법 처벌을 받고 500여 명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1년이 넘는 촛불집회와 등교거부 등 수많은 주민 투쟁이 있었던 곳이다. 게다가 2004년 2월 14일 전국의 변호사, 종교, 시민사회, 민중 단체 등 각계각층과 함께 전대미문의 ‘지역주민에 의한 독자적인 주민투표’를 치루었던 지역이다.



4년이 지난 2007년 4월 26일. 부안에서는 ‘유채꽃 축제’가 열렸다.


바이오디젤용 유채를 주민들이 경작하고, 노란 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잡은 행사이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노인요양원의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한 자리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아직도 어려운 시절을 보낸 아픈 흔적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고, 특히 찬,반으로 나누어진 주민 간의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게 패어있다. 그렇지만 부안은 이렇게 천천히, 꾸준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부안투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구호의 변화이다.


투쟁 초기의 ‘내 고장 부안에 핵폐기장 결사반대!’에서 ‘대한민국 어디에도 핵폐기장 반대!’ 나중에는 ‘정부는 에너지정책 전환하고, 핵폐기장을 포함한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를 하라!’라고 바뀌어 갔다. 이들이 외쳤던 구호를 이제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부안투쟁이 일단락된 이후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통하여 높아진 주민들의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위하여 시민단체가 만들어졌다. 지역의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종자돈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직접 출자하여, 전국 최초로 주민에 의한 시민발전소를 세운 것이다.


2005년 부안시민발전소를 중심으로 부안지역의 생태학교와 원불교 부안교당, 부안성당에 ‘햇빛발전소 1,2,3호기’가 설립되었다. 용량은 각각 3kW로, 연간 3500~3700kWh를 생산하며, 한전을 통하여 716.4원에, 향후 15년 동안 판매하고 있다. 2006년에는 변산공동체에 햇빛발전소 4호기가 설립되었다.


2008년에는 부안시민발전소, 서울의 시민발전(유), 생명평화 마중물에서 등용리에 각각 10kW씩 총 30kW의 햇빛발전소를 5월 말까지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전되는 태양전기는 kW당 711.25원의 고정가격으로 판매하게 된다.


부안은 방폐장 반대투쟁 이후에 재생가능 에너지운동을 시민적으로 전개하고 있고, 그 출발로 전국에서 최초로 주민출자에 의한 시민햇빛발전소를 세웠고, 지금까지 계속 넓혀 나가고 있다.


부안 지역 농민들은 스스로 3년 째 바이오디젤용 유채를 심으면서, 이러한 실천을 근거로 정부와 지자체를 앞서서 이끌고 있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에 있는 등용마을은 약 30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변산을 향해서 5km만 더 내려가면 정부와 전라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테마파크’1) 예정지가 나온다. 하지만 이곳 등용마을은 에너지 테마파크와는 전혀 별개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천주교 부안성당 등용공소가 있다. 등용공소는 부안에서 최초로 세워진 천주교회이다. 마을주민들의 80%가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다. 조선 말 ‘선참후계’의 천주교 박해를 피해 도망 온 신자들이 집단으로 마을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이면서 순교자였던 김대건 신부의 직계후손들이 이곳에 정착하였다. 그러니 천주교 신자도 많고 성당도 먼저 지어졌던 것이다.


마을입구에는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숲으로 가는 길에 올라서면 야트막한 언덕위에 제법 넓은 평지가 있다. 비녀등 이라 불리는 언덕이다. 이곳은 가톨릭 농민회를 중심으로 지난 1985년 소몰이투쟁을 하였던 곳이다. 1990년대 초까지는 부안군농민회에서 교육과 단합대회의 장소로 쓰이기도 하였다. 2006년에는 ‘생명의 숲’과 함께 전통마을 숲 복원으로 깨끗하게 가꾸고 단장을 하였다.


천주교 등용공소 인근에는 몇 개의 사무실과 교육관이 모여 있다. ‘생명평화 마중물’ ‘부안시민발전소’ ‘생태학교 시선’ ‘한겨레 초록마을’ 등. 바로 문규현 신부를 중심으로 ‘생명, 평화’를 주제로 하는 마을공동체를 새롭게 꾸리기 위하여 모인 이들이다. 마을의 주제는 ‘에너지 자립, 올바른 먹을거리 생산, 생태를 주제로 하는 대안교육’이다.


지난 3년 전부터 일체의 비료와 농약을 뿌리지 않는 유기농을 시작하였다. 처음 마을 주민들은 생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신부님이 직접 농사를 지으신다는 사실이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었단다. 게다가 제초제 대신에 우렁이를 방사하고, 비료, 농약도 주지 않고 유기농으로 짓는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주위의 논들이 따라서 함께 유기농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겨레 초록마을 곳간’이 동네에 들어와 유기농 쌀과 잡곡 등을 가공, 유통하면서 일대에 작목반을 꾸려 함께 하고 있다.


2005년부터 서울에 있던 ‘생명평화 마중물(사)’이 지역으로 내려와서 다양한 활동을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여름,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열리는 ‘생태학교 시선’은 초-중-고등학생 들을 대상으로 생태, 환경 가치를 전국의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배우는 학교이다. 2006년부터는 조-손(祖-孫)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캠프를 열고 있다.



▲등용리 마을 전경 사진


무엇보다 등용리 마을은 중,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부안시민발전소 ‘햇빛발전소 1호기’가 세워져, 지난 2005년 10월부터 상업가동을 하고 있다. 이전에 설치하였던 태양열 온수기가 있고, 지난겨울에는 35RT2) 규모의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하여 교육관과 가정집 등 4채의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에너지자립마을이란, 2015년까지 마을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절감하여 30% 이상을 줄이고 ,특히 총 사용 에너지의 50%를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으로 대체하는 에너지전환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하여 부안시민발전소, 생명평화 마중물이 사무실과 교육관을 아예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뜻을 함께하는 일꾼들이 마을로 터를 옮겨 함께 생활하며 “에너지자립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2008년까지 설치되는 시민 햇빛발전소는 총 36kW이다. 이 정도 규모는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는 가정용 전기의 약 60%를 생산하는 것이 된다. 이와 함께 2008년부터 부안시민발전소, 서울의 환경단체, 마을주민들이 함께 1년마다 마을에너지 10%를 줄여나가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집집마다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교체하고, 멀티 탭을 나눠주어 대기전력을 아끼는 등 구체적인 절전운동을 시작하였다.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고령화된 주민들임을 고려할 때, 막상 절약이 습관이 되어있는 농촌에서 10%를 줄인다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겠지만, 마을 이장과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어 해마다 10%씩 줄여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동네에 “등용 마을 온실가스 감축 현황판” 등도 함께 설치할 계획이다.



▲등용리 마을에 있는 30KW 태양광 발전소


2008년 여름방학부터는 부안을 포함하여 전국을 대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체험학교 및 캠프”를 운영한다.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재생가능 에너지 체험학교는 햇빛 에너지로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조리기, 바람 및 운동 에너지로 풍력 발전기와 자전거 발전기, 물을 이용한 에너지로 소수력 발전기(수차 발전기), 메탄가스 포집 시설 및 조리기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러한 것을 활용하여 제작과정에 참여하고,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현장 학습을 하고, 직접 다루고 만지면서 에너지를 체험하며 생산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외부 전력이 없이 생산된 전기로 생활을 하는 캠프를 운영한다. 밤에는 촛불을 밝히는 등 ‘전기 없이 생활하기’와 ‘내가 만든 전기로 영화보기’등을 진행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마을 주민과 함께 에너지자립마을을 향하여 작지만 의미있는 일들을 꾸준히 전개할 것이다. 앞으로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나가고, 소형 바이오메스 열병합 시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핵폐기장의 악령이 한바탕 지역 공동체를 짓쑤셔버리고 지나간 곳이 모두 다 그러하듯, 부안도 주민간의 갈등의 깊게 패인 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오랜 기간 동안 생업을 내팽개치고 싸운 덕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는 가히 바닥을 맴돌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 의하면 532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손실되었다는 연구보고가 나왔다. 3)


부안 사태와 관련하여 구속되었던 주민들 55명의 사면복권이 2006년 8월에 실시되면서 이제 지역정서도 회복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부안사태를 일으킨 책임이 있는 중앙정부이든 당시의 지자체장이든 그 누구도 이에 대한 해명과 책임 있는 반성을 하는 일은 지금까지도 없었다. 오히려 관련 장관과 정치인들은 옷만 바꿔 입은 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안은 바뀌고 있다.


급격하게는 아니지만 천천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희망을 쌓고 있다.


정부의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 사업에 2006년 한해에만 약 40여 가구가 참여 하였다. 4)


농림부에서 추진하는 ‘바이오디젤용 유채생산 시범사업’5)에도 전국 최대인 402농가, 728ha를 신청하였다. 2007년 가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500ha의 논에 바이오디젤용 유채가 뿌려져 2008년 6월이면 첫 수확을 한다. 지난 가을 날씨가 잦은 비로 보리나 밀의 파종조차도 어려운 상황임에도 어려움을 감수하며 선구자적인 노력으로 함께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러기떼가 뜯어먹어 아예 흔적조차 남지 않은 곳도 상당하다. 물론 지자체나 정부로부터 십 원 한 푼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다음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논과 밭에서 생산하는 ‘착한 바이오디젤용 유채’를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고 있다. 6)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는 지난 부안투쟁의 결과물이다. 촛불집회와 각종 행사에서 교육받고, 스스로 외쳤던 구호-“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라!”-에 대하여 솔선수범하여 앞서서 직접 실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의 경험을 통하여 얻게 된 자각, 민주적인 경험은 사라지거나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길 기다릴 뿐이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노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채, 때가 오길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가장 낮은 곳, 에너지 자립마을을 준비하는 지역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이다.


이렇게 조금씩 미래를 열어가는 길에 부안이 앞장서고 있다.




1) 신재생 에너지 테마파크는 지난 부안 핵폐기장 반대투쟁 이후 정부의 부안 지역주민에 대한 신뢰회복의 차원에서 제안된 것으로 2005년 이후 추진 중이다. 총 1,000억원(국비 800, 도100, 군100억)을 들이고, 공사기간은 2004-2009년 까지 이다. 수소연료전지를 주제로 하여 실증, 연구 개발을 하는 산,학 단지 1만2천 평. 신재생 에너지의 교육, 홍보, 체험 관광을 위한 테마파크 2만 8천평. 수소연료전지 산업단지 7만 평. 총 11만 평의 규모이다.
2) RT는 지열냉,난방의 단위이다. 1 RT는 0 ℃의 얼음 1톤(1,000kg)을 24시간동안 0 ℃의 물로 만들때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1 RT는 0.75W의 전기를 들여 히터로 640kcal/h를 추가하거나, 냉동기로 3320kcal/h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1 RT로 8~10평을 냉,난방 할 수 있다.
3)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가 지난 2007년 2월에 밝힌 바에 따르면 부안 사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532억으로 평택 미군기지 537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산정되었다. 특히 경제 활동비용에서 319억여 원으로 평택보다 높았다. 주민들이 장기간의 크고 작은 시위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한 지역경제의 피해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부안사태를 군수가 유치신청을 발표한 2003년 7월 11일부터 독자적인 주민투표가 있었던 2004년 2월 14일까지 7개월간 발생한 것을 근거로 하였다.  보고서는 이 기간 동안 집회 참여 연인원 22만 9,158명을 통하여 319억 원의 경제활동비용, 진압동원경찰병력 4만 9,900명을 통해 35억 원의 질서유지비용, 117억 원의 교통지체비용으로 총 532억 원이 발생하였다고 분석했다. 그밖에 새만금의 사회적 손실비용 159억 원(이 역시 상당 부분이 부안 경제에 영향을 주었다.), 사패산 57억 원, 천성산 55억 원으로 산정 되었다.
4) 한전 부안지점 자료에 따르면 3kW급 이상에 30가구가 참여하였다.
5) 바이오디젤 원료용 유채의 국내재배 기반확보, 보리재배 감축에 따른 농가소득 작물 확보, 교토의정서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비 등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농림부사업으로, 2007-2009년 까지 3년 동안 500ha * 3개 지역 총 1,500ha 규모이다. 사업비는 26억 원 /년으로 국비 70% 18억 원, 지방비 30% 8억 원이다. 유채 재배농가에게는 생산된 유채를 농협을 통하여 바이오디젤 기업에 계약판매하고, 쌀보리 재배 시 소득과의 차액(실제로는 쌀보리 생산의 약 80% 수준 임)을 보조한다. 보조금 단가는 170만원/ha 이다.
6) 굳이 ‘착한 바이오디젤용 유채’로 표현한 것은, 중앙정부와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작물 해외 플랜테이션 확보와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한국 역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현지에 쌀, 밀, 콩 등 작물뿐만이 아니라 자트로파, 유채, 팜 등의 대규모 현지 법인을 세워 생산된 원료곡을 들여오는 사업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의 경우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원료곡에 의해 생산되는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매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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