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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감축정책도 ‘친기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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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정부정책은 사실상 무방비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월 기후변화센터 창립총회 참가자들이 ‘스톱 이산화탄소’를 외치고 있다. <김세구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최초로 2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환율과 물가상승 덕분에 이뤄진 것이라 체감경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힘들다.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 교수는 이른바 환경 쿠즈네츠 곡선이라는 가설을 창안했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환경 투자가 많아지고 환경기술이 발전해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2만 달러 소득시대가 열렸으니 이제 우리나라 환경문제도 개선되는 기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가설은 역시 가설인 모양이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이 매긴 우리나라 환경 점수는 149개 나라 가운데 51위였다. 경제력은 세계 11위인데 환경은 경제력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는 말이다. 분야별로 보면 일부는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난다. 생태계 지속성 분야의 순위는 109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3위였다.

기업의 짐을 국민에게 전가

2005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억9000만t으로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배출량 증가율이다. 1990부터 2005년까지 98.7%가 증가해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경제력 순위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우리 경제가 낮은 에너지 효율의 포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기후 변화 위기 앞에 무감각한 한국 사회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환경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온실가스가 2.2%씩 늘어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다른 선진국들이 세운 목표와 비교할 때 사실상 감축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선진국들은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5.2% 감축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엇비슷한 감축 목표를 세운다면 지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이번에 환경부는 비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20% 감축하겠다는 말을 슬며시 끼워넣었다. 이는 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짐을 국민들에게 전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선진국들은 최근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까지 줄이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태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80%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교토의정서가 체결된 후 10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셈이다.

거꾸로 가는 환경 쿠즈네츠 곡선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의무감축 대상이 아닌 유일한 나라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될 때 IMF 외환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외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환경부의 입장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환경정책은 펴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들에 당장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들에 도움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무임승차의 달콤한 시간이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무방비 상태에서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재앙 수준의 충격을 피하기 힘들다.

경제가 성장하면 환경도 자동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주장은 착각에 불과하다. 당장의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기업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가 있는 한, 환경 쿠즈네츠 곡선은 현실을 거꾸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상수원 공장입지 규제도 풀고 기후변화 대책도 손놓겠다는 환경부는 ‘기업환경부’로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 이 글은 2008년 4월 8일 뉴스메이커 769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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