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뱃살과 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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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목욕탕에 가면 내 또래 아저씨들의 배를 유심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작게는 임신 5개월에서 크게는 만삭에 이르기까지 다들 뱃속에 애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나도 그냥 내 또래의 정상적인 아저씨라는 것을 확인하는 셈이다. 뱃살을 흔히 나잇살이라고도 한다. 나이가 먹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의 하나이니 받아들여야지 저항한들 무슨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모 의과대학 교수가 쓴 ‘누구나 10㎏ 뺄 수 있다’는 다이어트 서적을 우연히 접한 뒤 나의 희망 섞인 믿음은 보기 좋게 깨졌다. 세상에 나잇살이라는 것은 없고 단지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음식(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고 덜 움직이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즉 노화가 아니라 체중관리의 실패일 따름인 것이다. 사실 의학적으로 보면 비만처럼 기전을 이해하기 쉬운 질병도 없다. 섭취한 칼로리와 사용한 칼로리의 차이만큼이 정확하게 지방으로 축적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관절염, 암 등 각종 만성질환이다.

 

몸에 비축한 석달치 식량

 

정상체중보다 10㎏ 정도 초과하고 있는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몸 안의 지방은 대략 20㎏ 정도 되고 이를 칼로리로 환산하면 18만㎉에 이른다. 대략 석달 정도는 아무것도 안 먹고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요즘처럼 손만 뻗으면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세상에서 석달치 식량을 몸에다 비축하고 다니는 미련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몸 속에 비축하고 있는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숲을 경작지로 바꿔야 한다. 작물을 경작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그 에너지의 대부분은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얻어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가 온실 효과를 일으켜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 넓은 경작지와 에너지가 필요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가축의 분비물이나 방귀나 트림을 통해서 배출되는 메탄가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게다가 칠레산 포도, 미국산 소고기와 같이 태평양을 건너 온 농축산물은 운송과정에서 추가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지구온난화 영향은 우리에게도 현실로 닥치고 있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기후로 변화하고 있고 잦은 기상이변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동남아에서나 유행하는 아열대성 전염병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안지대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어디 숨을 곳도 없다.

결국 나의 뱃살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서 만든 셈이고 그 결과로 내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운명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몇 달치 식량들을 뱃속에 축적해 다니는 것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인류는 환경에 맞추어 진화해왔는데 600만년 전에 인류가 처음 나타난 이래 나의 바로 직전 세대까지는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다. 기름진 음식이 있으면 최대한 많이 먹고 불필요한 활동은 최소화하여 칼로리를 비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가 가장 적합한 유전자였던 것이다.

 

뱃살 보며 지구 미래 고민을

 

따라서 몸이 시키는 대로 해서는 결코 칼로리 중독에서 헤어날 수 없다. 의식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책이 권하는 다이어트 법은 매우 간단하다. 첫날은 하루 종일 금식하고 그 다음부터는 평소의 절반만 먹으라는 것이다. 나처럼 뱃살로 고민하는 분들은 하루쯤 곡기를 끊고 자신의 건강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 이 글은 경향신문 2008년 2월 3일자 [삶터에서]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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