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사실상 ‘실패’, 미국 일본 캐나다는 ‘발리3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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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부터 2주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192개국에서 정부 대표자, 과학자, 국제기구 관계자, NGO활동가, 기업인 등 약 1만 명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는 2013년부터 기후 변화를 막고자 전 세계가 어떤 대응을 할지를 놓고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격론을 벌였다.
  
  <프레시안>은 환경재단과 공동으로 회의 기간 동안 발리 현지 기고를 통해 생생한 소식을 전했다. 15일 예정보다 하루 늦게 폐막한 이번 회의에서는 이른바 ‘발리 로드맵’이 어렵게 채택되었다. 환경운동연합 안준관 기후변화본부 부장은 발리 로드맵의 주요 내용과, 이 발리 로드맵이 채택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다른 때와는 달리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고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처럼 속도감 있는 곳에서 온 우리에게 이곳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했다. 이러한 회의를 놓고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은 “Government, don’t go at snail pace(정부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행동하지 말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보다 하루가 더 연장돼 15일 발표된 ‘발리 로드맵’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2013년부터 선진국이 얼마나 더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지가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쟁점이었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고작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이전보다 더 강도 높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자고 합의를 했을 뿐이다.
  
  다만 발리 로드맵은 2013년부터 시작될 새로운 협약의 내용을 2009년까지 협상하도록 규정했다. 이 새로운 협약에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는 것이 전제된다. 즉, 한국 역시 앞으로 2년 동안 2013년부터 온실가스를 어떻게, 얼마나 감축할지를 놓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국 vs 유럽연합…일본ㆍ캐나다의 미국 편들기
  






▲ 그린피스 ‘태양세대’의 퍼포먼스. “우리는 당신을 지켜봅니다.” ⓒ안준관

  이번 회의에서도 유럽연합(EU)은 미국과 대결했다. EU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한 내용을 토대로 선진국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5~40%까지 줄여야 한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이미 2020년까지 20%를 줄이는 계획을 가졌던 EU는 좀더 강도 높은 감축 방안을 통해 기후 변화에 관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특히 독일은 2020년 30%를 줄이겠다는 선언을 통해 EU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의 제안은 결국 좌초되었다.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온 미국의 반발이야 예상됐던 것이지만, 일본과 캐나다가 미국에 동조하고 나선 것은 의외였다.
  
  캐나다와 일본은 EU의 이러한 주장이 너무 과도한 것이라면서 딴죽걸기에 나섰다. 그간 필사적으로 에너지 효율 제고에 신경을 써온 일본은 자국 내 산업 보호를 이유를 25~40%까지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제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일본 내 산업계가 이런 입장을 이끌었다.
  
  캐나다 역시 온실가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석유 고갈로 ‘오일샌드’ 산업이 부흥하고 있다. 오일샌드 즉, 모래에서 석유를 얻어내는 기술은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되는 산업이다. 에너지를 투입해서 석유를 얻어내는 이 아이러니한 산업에 에너지 기업의 엄청난 투자가 있었고 캐나다 정부는 바로 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노동당 출신 케빈 러드 총리가 교토의정서에 비준한 탓에 충격을 받았으나, 일본과 캐나다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고립될 줄 알았던 미국은 일본, 캐나다가 EU의 제안에 강하게 반발함으로써 힘을 얻게 되었다. 미국은 여전히 기술 개발을 통해 자발적으로 국가별 감축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희망은 여전히 살아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발리 회의에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미국 때문이다”라며 “미국 대선에서 부시 행정부가 곧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이 그들의 정부를 바꾸고, 총리가 교토의정서에 비준한 변화를 보라”고 덧붙였다.
  
  고어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적극적인 기후 변화 대응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며칠 전 미국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 등이 등장했던 ‘Climate Change Security Act(기후변화보호법)’ 워크숍이 있었는데, 민주당은 2050년까지 7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법안을 상정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텅빈 한국 부스…이러다 낭패 볼 것
  





▲ 텅 빈 한국 부스.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소극적 자세로 다른 국가의 빈축을 샀다. ⓒ안준관

  주요 국가들이 자신의 카드를 꺼내고 협상을 주도하고 있을 때 한국은 어때한 태도를 취했을까? 있은 듯 없는 듯 입 다물고 있는 한국정부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었던 12월 10일부터 정부를 대표해서 에너지관리공단이 만들었던 홍보 부스는 일주일 내내 관계자를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이미 전 주에 철수했다고 했다. 텅 빈 한국의 부스를 보면서 참당한 심정이 드는 것 나뿐이었을까? 중국, 일본 등의 정부 부스가 자신의 에너지 정책과 입장을 설명하기에 바쁜 것과 대조적이었다.
  
  내년이면 세계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등장하는 중국 정부마저도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받는다면 감축 용의가 있음을 표현했다. 여러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모든 지표는 선진국이지만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선진국 책임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웠다.
  
  10년 채 회의에 온다는 한 전문가도 “10년째 똑같은 한국의 모습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는 한국 정부 대표인 이규용 환경부 장관이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할 때 왜 한국의 NGO들이 야유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이제 우리는 ‘포스트 2012’ 체제에서 감축 의무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선진국처럼 강도 높은 방향이 안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타당성 있는 감축안이 나오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협상에서도 적극적인 카드를 내놓아야 하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다가 낭패를 보는 결과를 맞이해서는 안 된다. 이미 세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감축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
  
  개발도상국 NGO 목소리 작아…민중 개입 필요해
  
  이번 총회에서 한국의 시민사회는 어떠했을까? NGO 역시 서구 선진국 활동가에 의해 진행되는 NGO 네트워크를 탈피해야 한다.
  
  ‘지구의 벗’ 국제본부 미나라만 의장은 “회의가 아시아에서 열림에도 개발도상국 NGO의 참여가 부족했다”며 “2008년에 개발도상국 시민사회의 힘을 모아 2009년에 최종 목표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큰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농민, 노동자 등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힘은 민중의 힘이다. 회의장 안에서 NGO가 협상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기후 변화 대응에 노력하지 않는 국가에게 주는 ‘오늘의 화석연료’ 상과 같은 퍼포먼스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행동 아닐까?
  
  앞으로 전 세계 NGO 간의 연대를 통해 2009년도에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2년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이번 회의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발리 로드맵은
  
  세계 각국은 발리 로드맵에서 합의한 골격을 구체화하고자 2008년 3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13년 이후의 기후 변화 대응 방법을 최총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채택된 발리 로드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13년부터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온 미국, 중국ㆍ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가가 자국의 실정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 점이다. 온실가스 감축 조치는 측정ㆍ보고ㆍ검증이 가능한 방법이어야 한다.
  
  또 발리 로드맵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 온실가스 감축ㆍ기후 변화 적응 기술 이전을 협상하고, 이를 위한 재정 지원 방법을 고민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브라질과 같은 국가가 기존의 산림을 벌목하지 않고 보전하면 이를 보상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합의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그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자국의 열대우림 보호에 상응하는 보상을 선진국이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발리 로드맵이 과연 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결국 발리 로드맵의 성패는 앞으로 2년간의 추가 협상에 따려 달려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발리 회의가 “말만 무성했지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 이 글은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과 공동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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