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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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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케빈 러드 호주 노동당수는 총리선거에서 승리한 뒤 이렇게 말했다. “오늘 호주 국민은 함께 미래로 전진할 것을 결정했다.” 선거에 관한 한 역전의 명수로 이름 난 존 하워드 총리의 패배는, 그가 호주 경제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던 인물이었기에 충격적이다. 하워드 총리의 정책노선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미국의 노선을 추종하는 국제외교, 이른바 ‘광산경제’를 앞세운 성장주의 경제정책,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체제’의 부정이 그것이다. 그의 패인은 경제 정책의 실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환경보호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 유권자들의 반발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패배했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무관심한 후보는 총리는 물론 지역구 대표조차 될 자격이 없다’는 냉엄한 심판을 호주 국민들이 내린 것이다.

 

대통령 선거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우리는 어떤가? 세계 정치지도자와 경제인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은 2005년 우리나라의 환경지속성지수를 세계 146개 나라 가운데 122위로 평가했다. 명백한 메시지다. ‘경제력은 있는데 환경 분야는 형편 없는 나라, 코리아!’ 하지만 부끄러운 등수라고 자성하던 시간은 잠깐이었다. 지난 2년 동안 형편 없는 환경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치지도자들은 도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가? 평가지수가 엉터리여서 등수가 낮게 매겨졌다고 강변하던 정치인들의 발언 정도가 기억날 뿐이다.

 

2008년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는 과연 어떤 취급을 받고 있을까? 지난 11월27일 경향신문과 환경연합이 공동개최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각 당의 후보들은 저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인류 공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필요하면 기후변화방지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의 시점까지, 그들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정책대결이 실종되고 구도만 남은 선거라지만, 세계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지구온난화 문제는 경제공약의 들러리 정도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진보와 보수, 부패와 반부패의 경쟁보다 더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존의 문제다.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멸망할 것인가?’는 지구온난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사람들은 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바로 밥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도 생태계에서 나온다. 지구가 존속할 수 없다면 밥도 있을 수 없다.

 

현재의 추세대로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2020년에는 1도 이상 상승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가장 대표적인 생태지표종인 양서류 전체가 멸종할 수밖에 없다. 2050년까지 온도가 3도 상승하게 되면,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의 30%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먼 미래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세대가 되어있을 때다. 파국의 수레바퀴를 멈추는 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40~50년이다.

 

왜 한국의 대선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는가? 대통령 후보들에게 호소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당파 이익과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의 생존을 위한 큰 정치의 대결을 시작하라.

 

 

* 이 글은 2007년 12월 7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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