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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우경화 바람에 사민-녹색 결별 위기

△ 노동절인 1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코로이츠베르
크 지역에서 좌파
시위대가 반자본주의 시위를 벌이며 차량을 뒤집어엎고 있다. 베
를린/로이터 뉴시스

독일, 우경화 바람에 사민-녹색 결별 위기

노동절인 1일 오전 독일 수도 베를린 부근에선 눈길을 끄는 풍경이 연출
됐다. 극우 국민민주당을 지지하는
800여명은 경찰이 베를린 도심집회를 불허하자 교외에서 집회를 열었
다. 그러자 1천여명의 반극우 시위대가
이들을 막아선 채 “나치는 물러가라”고 외치며 달걀 등을 던졌다. 충
돌 위험이 커지자 주변에 배치돼
있던 2천여명의 경찰이 재빨리 투입돼 양쪽을 갈라놓았다.
9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독일의 정치적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특
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난한 재집권이
점쳐지던 사민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우파 바람이 불면서 좌-우간 긴장
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잡지 <슈테른>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사민당은 32%의 지지를 얻어 2주 전보다
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우파 기민-기사당 연합은 41%로 1%포인트 높아졌다.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9·11 동시다발
테러의 여파 등이 겹치면서 국민의 `우향우’ 현상이 뚜렸해진 것이다.

사실 사민당의 노선에서도 좌파 색채를 찾기는 쉽지 않다. 1998년 토
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3의
길’과 비슷한 `신중도’라는 개념을 내세워 승리한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
서도 “중도의 정치-개혁, 단합,
우리 독일에서…”라는 신자유주의적인 슬로건으로 선거를 이끌어가고
있다. 독일에서 요즘 널리 퍼지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어느 정당에 가도 총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슈뢰더 총리와 사민당의 정치적
성향을 잘 보여준다. 사민당은 슈뢰더 총리의 개인적 인기와 선거가 가
까워질수록 강해지는 과거의 집권당
지지 경향 등에 기대는 눈치다.

사민당은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과 손을 끊는 방안도 검
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연정 지지율을 볼 때 사민당이 녹색당보다는 새로 떠오르는 자민당과 손
잡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자민당은 젊은층에 다가가기 위해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 출
연하는 등의 전략을 쓰고 있으며 지지율도
최근 10%까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사민당과 녹
색당의 결별은 사민당의 우경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사민당의 노선은 더 이상 사민주의가 아니기 때
문에 슈뢰더 총리가 승리한다 하더라도
좌파의 승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연정 불안 속에서 지난달 26일 에어푸르트의 고교에서 일어난 총
기 난사사건은 슈뢰더 총리에게
더욱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또 오는 6일부터는 금속산업노조가 임금인
상 등을 내걸고 7년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짐이 되고 있다.

사민당보다 좌파 성향이 강한 녹색당 역시 큰 변화를 겪
고 있다. 녹색당은 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고 공습에 독일군이 참전하는 것을 적극 옹
호했으며, 지난해 마케도니아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에도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는 해외파병을 지지하는 정강까지 채택했다.
애초의 환경·평화주의 이념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당내 좌·우파의 갈등
이 깊어졌고 정통 좌파들은 대부분
떠났다. 정체성 위기에 빠진 것이다. 지금은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 등
현실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다.

녹색당의 변질은 사민당과의 연정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
책의 측면도 있다. 실제로
녹색당은 전당대회에서 연정이 깨지는 것을 최악으로 상정했다. 기민-기
사당 연합은 정권을 장악할 경우
원전을 모두 폐기하기로 한 현 정권의 정책을 바꾸겠다고 공언하는 등
상당한 반동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베를린/김학준 기자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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