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활동소식

필리핀의 전기요금이 아시아 2위?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외채와 물·전력 사유화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이 회의는 제3세계
외채탕감 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Jubilee South Asia-Pacific) 사무국이 주최한 것으로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환경과 인권·노동 문제에 관해
일하고 있는 70-8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회의였습니다.

▲ 회의장 모습

1997년을 전후하여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IMF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은 외환을
빌려주면서 경제적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사회 각 부문의 사유화와 민영화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물과 전력 산업이 사유화되자 시장 논리에 의해 물과 전력이 공급되고 가격이 올라가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물을 사먹지도 전기를
이용하기도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 아시아 지역의 일반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이러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사유화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IMF는 자신이 빌려준 외채가
반드시 상환되도록 채무국에 공공부문의 매각과 사유화라는 조건을 달아 외채를 빌려주었습니다. 각국의 정부가 공공부문을 매각하면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 투입되던 보조금을 줄일 수 있는데, 그 돈을 IMF가 노린 것입니다.

▲ 한국 노동자들의 물 사유화 저지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환경연합 회원 모임 ‘물사랑’과 ‘그린허브’ 장용창 회원(맨 오른쪽)

IMF와 세계은행은 “공공부문을 정부가 관리하면 부정부패와 과잉투자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므로 사기업 참여가 더 낫다”는 구실로
사유화와 민영화를 촉구했습니다. 그 결과,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법이 개정되고 물과 전력이
사유화되었습니다.

이런 사유화에는 국제금융기구 외에도 공적수출신용기관(Export Credit Agency)도 큰 몫을 담당했습니다. 예를 들면,
필리핀의 전력 생산설비 투자에 미국의 공적수출신용기관이 자금을 지원하면 이들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전력회사를 끌어들여 발전소를
건설합니다.

▲ 이번 회의를 주최한 주빌리사우스-아시아태평양 사무국 리디 낙필씨와 간담회를 가지고 있는 한국 참가자들

미국의 전력회사는 필리핀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비싼 값에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데 전력이 남아돌아 그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다 팔리지 않는 경우에도 필리핀 정부는 이에 대한 비용을 다 지불해야 합니다. 팔리지 않은 전력에 대한
부담금은 다시 외채로 남게 되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리핀의 전기 요금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비싸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유화가 진행되면서 물과 전력은 상품으로 취급되어 기업의 이윤논리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게 되어 아시아 각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깨끗하고 안전한 물과 전기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기업은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적게 사는 오지나 외딴 곳에는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투자에 매우
인색하여 사람들의 건강과 위생, 복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칩니다.

▲ 물은 상품이 아니라 권리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대대로 이용하던 샘과 강물까지 사유화시켜 기업이 물에 대한 접근권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어
사람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서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가 주빌리사우스인데,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외채를 분석하여 부도덕한 외채 상환을 거부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사유화 정책을 버리고 관련 법을 개정하자고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에게는 외채를 빌려줄 때 아무런 조건을 달지 말며, 채무국에 사유화를 강요하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은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로서 공급되어야하며, 경제적인 상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됩니다.
전기와 도로·교량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어야 합니다. 기존의 공공부문을 개혁하여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대중이 참여하여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면 사유화를 대신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 회의를 마친 뒤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다행히, 한국은 노동·사회운동이 상당히 강력하여 사유화의 악영향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있으며, 만성적인 외채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렇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형 전력난이 발생한 것을 보면 사유화의 재앙은
남의 나라만의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번 회의 참가를 통해 아시아 다른 지역의 외채와 물·전력 사유화 문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의 가까운 이웃들의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여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 만들기에 앞장
서야겠습니다.

글/사진 : 국제연대국 마용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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