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겨울이 겨울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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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이 화제이다. 지난 12월 2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2월 하순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도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난방유 소비가 크게 줄고 동부지역엔 겨울에 그 흔했던 눈 구경조차 어렵다고 한다. 한 번씩 반짝 추위가 오지만 지난 번 소한 추위처럼 한두 번씩 예년 기온으로 떨어지는 것은 계절이 겨울임을 일깨워주는 정도, 지구온난화를 망각하게 하는 정도의 구실을 할 뿐이다.

‘따뜻한 겨울’은 감각적 결론이 아니라 관측에 따른 진단이다. 5도 이하를 겨울로 정의할 때 1920년에 비해 겨울이 한 달 정도 짧아졌다고 한다.
부경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지난 56년간 한반도에 추위를 몰고 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약화된 반면 하층 기온은 1도 정도 상승하였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형성되는 시기는 빨라졌지만 강도가 약해지는 바람에 과거처럼 북반구에 강한 동장군을 몰고 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루 최고기온이 18도 이하인 난방일수는 15일이 줄어들고 하루 최저기온 0도 미만인 서리일은 30일이나 줄었다.

‘따뜻한 겨울’ 때문에 희비가 교차된다. 난방용품, 겨울의류 등 겨울 장사는 대목 경기가 실종되고 스키장은 눈이 녹아 애가 탄다. 반면 골프장엔 비수기인데도 손님이 줄지 않고 시설 원예 농가는 난방비가 크게 줄어 희색이다. 하지만 추위와 싸우기가 버거운 노숙자, 달동네 서민, 북녘 동포들도 이른 봄날 같은 겨울 날씨가 싫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따뜻한 겨울을 실리나 감각의 차원에서 보아 넘기기엔 이미 우린 너무 많은 것을 겪었다. 지난 10여 년 전부터 자연재해나 날씨를 표현할 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수사가 ‘기상관측 사상’이다. 이것은 언론의 자극적인 어법의 영향도 있겠지만 갈수록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잦아지고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국제적십자 기후센터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에 비해 최근 10년 동안 자연재해는 2배가량 더 발생했고 자연재해의 피해자는 약 3배 증가했다. 곰곰이 생각하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겨울’은 ‘기상관측 사상 가장 강력했던 태풍이나 폭우, 혹서나 혹한’ 등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전문가 2천5백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기후변화패널은 약 5년 주기로 세 차례 보고서를 내서 지구 평균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면서 안정된 기후체계가 교란되는 기후변화는 자연의 순리가 아니라 인간 활동의 결과라고 과학적 결론을 내렸다.
기후가 안정된 가운데 평균 기온만 약간 올라가고 강수 유형이 바뀌는 정도라면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온실효과로 생겨난 엄청난 에너지가 지구의 대기와 해류 순환에 영향을 미쳐 예측하기 힘든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돌이킬 수 없는 환경적, 경제적 재앙을 몰고 오면서 다른 한편,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입는 피해액 총액은 비록 선진국이 많고, 국민경제가 입는 손실은 기후변화의 책임이 없는 최빈국에서 훨씬 크게 나타난다. 최빈국들은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자연재해로 국내총생산의 13%가량 손실을 입는다. 선진국들이 자연재해로 국내총생산의 2% 내외의 손실을 입는 것과 대비된다. 방재와 구호체계가 갖추어진 선진국들은 아직은 견딜만하지만 최빈국들은 이미 기후변화가 경제적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라 안에선 농업, 수산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농어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받는다. 기상재해가 발생하면 농어촌은 쑥대밭으로 변한다. 이에 비해 2차 산업과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적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이나 배출권 거래 등 새로운 기회도 생긴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0.6도 상승한 것만으로도 기후의 역습은 충격적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21세기 말에는 평균 기온이 추가로 5.8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것은 공룡의 멸종을 가져올 정도의 급격한 기온 변화이다. 지금은 최빈국이나 도서개발국에서 기후난민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기온이 2~3도만 더 상승하면 유럽이나 북미도 기후변화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따뜻한 겨울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또 다른 모습이듯이 최빈국과 도서개발국의 고통은 얼마 후 선진국도 겪을 기후 재앙의 시작일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따뜻한 겨울이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기후변화를 억제할 방법도 명분도 알고 있다. 2002년 남아공에서 열린 세계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WSSD)에서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해결책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임이 공유되었다.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으뜸 요소인 화석연료의 고갈과 기후변화 문제를 푸는 길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에너지원 고갈의 대안이면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은 현실에서 가능하다.
유럽연합은 이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기반한 기후보호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8%(1990년 기준) 줄여야 하는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1차 에너지의 12%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16일 나이로비 유엔기후회의에서 참가자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강력하고 신속한 행동의 편익이 미래 비용을 크게 줄여주고 기후변화가 몰고 올 경제적 파국을 막아줄 것’이라는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의 발표를 경청하였다. 스턴은 온실가스 감축에 세계GDP의 1%만 투자하면 최대 세계 GDP의 20%가 넘는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지난해 11월 21일 환경부 이치범 장관은 “2008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기후변화 종합계획에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과 호주는 물론이고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상당수 산업국들은 아직도 기후변화의 현실엔 눈감고 책임을 회피하고 부담을 줄일 궁리에 연연하고 있다. 한국도 크고 다르지 않다. 눈을 돌려 넓게 멀리 보며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정책과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는 것이 기후변화가 몰고 올 파국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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