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반 관련자료

자연관의 공존 배우는 ‘미래학교21’ 아이들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이름으로 소유권이 등록된 등기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새만금 갯벌이 매립돼 국가의 소유가 되면, 이 갯벌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체들은 삶터와 존재를 잃게 된다.
모든 자연이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은 애초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여우가 잠자는 산, 장수하
늘소가 나는 숲, 개구리가 폴짝
뛰는 연못이 있을 뿐이었다. “가장 늦게 태어난 인간이 자연을 독차지할
수 없다”고 외치는 어린이들이 그들의
소망에 `야생의 꿈’이란 이름을 붙여 무대에 올렸다.

지난 5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소극장. `미래학교21′ 학생들이 족제비와 토
끼, 솜다리, 금방울꽃 등 야생동식물들로
분장한 채 무대 위에서 쿵쿵거리며 뛰논다.

미래학교21은 지난 1998년 `생명체가 주체가 되는 생명운동’을 화두로 창
립된 단체인 생명회의가 운영하는
팀 가운데 하나로 2000년 9월 개교했다. 문화세계팀, 유기농팀, 민권연대
팀 등 다른 팀에 소속된 전문가와
학부모들이 어린이들에게 `야생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
다.

“사람들이 산과 바다와 풀과 동물들을 다 차지하려고 욕심 내기 전까
진, 우린 자연의 법 안에서 참 행복했어요.”
대사가 끝나기 무섭게 한 무리의 인간들이 등장해 이들을 내쫓는다. `악
역’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맡았다.

“우리 딸이 높은 산 위에 올라가는 데 힘들이지 않게 엄마가 케이블카
를 달아놨단다.” “아들아, 우리
동네, 옆 동네, 앞 동네 산을 쫘~악 뚫어버리고 도로가 뚫렸단다. 아빠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도 무려 15분이나
빨라졌구나!”

동식물들은 옥황상제에게 편지를 쓴다. 죽어가는 독수리는 “하도 배가
고파 죽은 닭 한 마리를 먹었는데,
그 닭이 농약 먹고 죽은 닭이래요”라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다.

옥황상제가 내려다본 세상에서 인간들은 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입고 털
에 윤기가 딸린다며 투덜거리고, 소고기
근수를 늘리기 위해 젖소에 물을 먹인다. 한켠에선 `작고 부드러운 인
간’인 어린이들이 “우린 너희들을 아프게
하지 않을거야. 우리가 어른이 되면 너희와 함께 살아가게 될 거야”라며
동식물들을 위로한다.

옥황상제는 인간의 대표인 각 나라 대통령들을 불러 모은다. 하지만 이들
은 “댐건설촉진법에 따라 물고기
이동통로를 막아도 물 확보에 도움이 되며, 공유수면매립법에 따라 쓸모없
는 갯벌을 간척하며, 체육시설법에
의거해 전 국토를 골프장화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야생의 꿈’이란 제목의 연극은 다음과 같은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막을
내린다.

“야생들의 몫을 가로채지 말라! 인간에게도 좋고 야생에게도 좋다는 상
생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라.
하지만 인간의 법이 바뀌기를 기다리다가는 야생의 씨가 마를 것이다. 야
생과 마음이 통하는 어린이들을 야생의
대리인으로 임명하니 그들의 입이 되어라. 그리고 인간들은 너희들이 태어
나기 전부터 야생동식물이 살아왔던
산과 숲, 들판 모두를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야생들의 이름으로 등기하
라!”

초등5~중3으로 이뤄진 미래학교21 학생 10여명은 자신이 원하는 야생동물
과 식물을 한 가지씩 정해 서식지와
현황, 보호대책 등을 연구하는 `대리인’이 된다. 다람쥐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제아라실(13·안산 시곡중1)양은
“청설모에게 서식지를 빼앗기고 애완용으로 이용돼 자연의 삶터를 잃고
있는 다람쥐가 불쌍해요.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다시 숲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서식지를 찾아 다니고
인터넷을 통해 보호방법 등을 연구한
뒤 8월에 보고서를 낼 거예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한 달에 한 차례씩 갯벌탐사, 들꽃 관찰 등 야외활동을 하거나
물질순환의 원리, 공동체 정신
등 생태이론을 배우기도 한다. 2000년에는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새만금 갯벌 매립 반대소송을
냈고, 다음달에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어린이환경회의에 참가해 야생대
리인 운동을 소개할 예정이다. 전재경
생명회의 유사(간사)는 “환경운동가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커서
어떤 직업을 갖든 생명과 인간의 공존관계를
중시하는 기본소양을 갖추도록 힘쓰고 있다”며 “3년 정도 훈련을 거쳐
아이들이 독자적인 야생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연극을 통해 `야생의 꿈’을 이해하는 듯했다. 김수진(서울 월촌
초등5)양은 “잔디밭에 불쑥불쑥
들어가곤 했던 행동을 반성하게 됐어요. 왜냐면 야생들의 생명을 짓밟는
행위거든요. 야생에도 생명이 있으니까
소중하게 보호해줘야 해요”라고 말했다. 정지윤(〃)양도 질세라 외쳤다.
“특히 멸종위기에 빠져 있는 동식물들을
사랑해줘야 해요. 우리가 무시하면 나중에 우리도 자연한테 무시당해
요.”

이지은 기자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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