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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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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관/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
안준관/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

지난 11월21일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2008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기후변화 종합계획에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미국의 비협조로 답보 상태에 있는 유엔기후회의를 진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변화된 입장이 국내의 기후변화 대응에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오고 국제 기후외교에서 지구적 이익과 한국의 이익을 드높이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이며, 에너지소비량 세계 10위다. 에너지소비량 증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1990년 이후 연평균 5.4%씩 증가해온 추세가 이어지면 2010년에 영국과 캐나다를 제치고 7위로 올라서고 2013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국민총생산(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라는 선진국의 압력이 우리에게 집중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면서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가 아닌 나라는 멕시코와 한국뿐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1명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의 3분의 1 정도로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가 채택될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었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의무감축을 면제받은 것이었다. 이제 경제가 회복된 상황에서 2013년부터 시작되는 2차 의무이행기간에 한국이 참여하게 되리라는 건 너무나 분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제2차 환경성과 평가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명확한 목표와 대책을 다음 기후변화 대응 국가 종합대책에 담으라고 한국에 권고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너무 오랜 기간을 목표 없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고만 해왔다. 유엔회의에서도 ‘침묵’을 협상전략으로 하여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눈치만 살펴왔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빠져 있지만, 주정부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자율적인 노력을 보인 것이다. 이렇게 국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고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또 시행해가고 있다.

이 장관의 발언에 벌써부터 시멘트업계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일부 산업계에서 반발이 있다고 한다. 산업자원부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대해 과거처럼 시기상조를 이유로 반대한다. 하지만 산업계에서조차 목표 없이 자발성만 강조하는 대책으론 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다는 반성이 일고 있다. 기후협상을 담당하는 외교통상부에서도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마당에 산자부와 일부 산업계만 세상과 문을 닫고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기후변화협약은 피할 수 없는 인류의 공통과제이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도 온실가스 감축 체제에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목표를 잘 세우고, 정부 시민 기업이 합심해서 노력한다면 기후변화를 줄이는 데 국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의 생산성도 향상시켜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12월 1일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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