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지속가능발전 간데없고 원자력산업 번영만 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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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주최하고 <산업자원부>가 후원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자리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을 논하는 자리가 아닌, 에너지안보, 단기적인 에너지 경제성 확보를 위해 원자력이 왜 필요한지를
역설하는, 그야말로 예전 논리를 되풀이하는 자리였다.

특별강연을 포함한 총 8명의 발제자 중 6명이 현재 전 세계적인 에너지 안보의 안정적인 보장을 위해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또한, 후세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의 관점보다는 단지 지금 현재 값싼 에너지원을 확보하는데 원자력발전이 유용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번 토론회의 제목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원자력의 역할’, 또는 ‘(미래와는 상관없이) 현재의 값싼 에너지 확보를 위한 원자력의
역할’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찬핵 논객들의 상투적 토론

IAEA 원자력에너지부에서 온 Dr. Mark Howell은 2030년 한국의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의 비중이 50%가
넘을 것이라는 본인의 의지가 강하게 실린 예측을 내놓았다. 이쯤 되면 토론회의 원래 취지인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고려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 된다.
현재 가동되는 20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고준위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고민은 없이 발전소만 증설하는 것이
한수원과 발제자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발제자들은 재생가능에너지를 원자력에너지와의 경쟁 상대로 설정하고, 이 경쟁
대상의 기술적인 한계와 비경제성을 강조했다. 이 또한 지극히 현재의 상황과 조건만으로 재단한다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지금은 비록 원자력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을지 모르지만 미래에 전가되는 환경피해가 원자력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는 것은 이들의 관심 밖이다.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조차 파악을 못한 수준이다.

한 주제발표자의 황당한 제안

마지막 8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중앙 일간지의 한 기자는 한수원측과 환경단체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을 소개했다. 그 기자는 본인이 원자력과 관련한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쓰고 싶어도 등골이 오싹해져서 쓸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기사를 쓴 후 혹시 ‘한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게 아니냐’라는 오해를 살까봐 두려운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반핵 단체 활동가로부터 테러를 당할까봐’ 겁이 나서 못 쓴다는 것이다.
반핵 단체 활동가들이 테러리스트라는 말인가? 공인이라는 언론사 기자가 공개적인 토론회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또한, 그 기자는 다음과 같은 ‘원자력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기록으로 남기기위해 내용 전문을 소개한다.)

1. 원자력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제언(1) – 원전 주변 지역 공동체
중심
– ‘지역 공동체 경영’ 위한 각종 사업 발굴과 지속적 추진
– 지역 경제 발전과 교육 사업 등 주민 수요 파악: 일방적으로 결정해 퍼주기식 사업 자제
– 지역 주민의 반발 무마 위해 접근하는 자세 버려야: ‘원전과 주민은 한 식구’라는 의식 가져야, 일 있을 때만
점심 먹거나 설명회 하는 것은 무익
– 지역 주민과 위화감 조성하는 한수원 직원 자세 교정: 가난한 사람 도와준다는 식의 동정심이나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태도 등 지양

2. 원자력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제언(2) – 원전 주변 외 대중 중심
– 초중고 교재에 삽입: 청소년들로부터 원전의 올바른 인식 제고, 사회 교과서에 ‘NIMBY’ 용어 해설에 나오는
수준으로 언급, 기술 교과서에는 원전 뿐 아니라 전기에 대한 항목도 없어
– 원자력 포털 더 알차고 치밀하게 구성해야: 각종 동영상과 청소년 또는 관련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을 위해 계층별로
콘텐츠 갖춰야
– 원자력 테마 파크 건설: 원자력 문화재단이나 원전의 견학 시설로는 대중 인식 제고에는 한계

3. 원자력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제언(3) – 원전 주변 외 대중 중심
– 신문이나 잡지, TV에 이미지 광고 지속적으로 추진: 방폐장 선정 일 있을 때만 몰아치다 멈추면 효과 반감
– 잡지도 성인용, 청소년용 계층별로 고려, 광고의 내용도 이미지성, 원전 기술 해설성(교육용) 등으로 다양화
해야
– 야구나 농구단 창단: 스포츠 마케팅처럼 인식 제고도 가능
– 원자력 과학기술인의 교육 봉사: 교육청 등에 요청해 원자력의 과학 소개 – 원자력의 일방적 홍보 지양
– 청소년 원자력 글짓기 등 이벤트 발굴

4. 원자력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제언(4) – 유력 정치인 키우기
– 사회 지도층이 원전 건설과 지역 유치에 솔선수범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 조성해야: 부시 대통령 본 받게 해야
– 친원전파 정치인 후원: 2004년 당시 김종규 부안군수 같은 인사 지속적 후원해야
– 정부 여당 내 실세 로비스트로 활용: 김성호법무장관 로비스트법 추진 계획

그 기자는 국민들이 원자력에 반감을 갖는 이유가 한수원의 홍보 노력 부족 때문으로 보는 것 같다. 그간 한수원이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고 거짓 변명을 일삼던 과거 전력은 아무런 문제없고, 또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고장이나 사고를 일으키는 데
따른 두려움, 핵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사회적인 갈등 등 국민들이 불신과 불안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한수원에 야구단이 없어서, 또 교과서에 실리지 않아서,
언론에 이미지 광고를 지속적으로 싣지 않아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일까?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겉모양만 번듯하게 치장해 결국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최고의 압권은 맨 마지막에 유력 정치인을 키우라는 주문이다. 부시 대통령을 본받고, 또 김종규 전 부안군수와
같은 친원전파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야 한단다. 김종규 전 군수의 하루 아침 말 바꾸기로 근 2년 넘게 생업을 포기한 채 반대 투쟁을 벌인 부안군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부안군민들이 이 얘기를 직접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수원 내부 워크샾에서나 나올법한 이런 낯 뜨거운 얘기를 공개적인 토론회 자리에서, 그것도 지속가능발전을 논하는 자리에서
언급하는 그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 지금도 매년 100억원이 넘는 돈이 원자력을 미화하는데 쓰이고 있는데, 200억 쓰면
원자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300억?
한수원은 발제자를 선정할 때 주의에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위의 기자같은 사람이 위와 같은 주장을 제기하면 제기할수록 한수원이 그토록 원하는 사회적 수용성의 확대는 더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날 토론회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모토를 내걸기는 했지만, 원자력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번영을 모색하고 갈망하는 자리였다.
조만간 발족될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전망, 특히 원자력의 미래에 대해 논할 계획이라고 한다. 발전소를 몇 개 건설하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사후 대책을 먼저 심사숙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한수원이 관심을 포기한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에 대해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원자력은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 세미나에 앞서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지만, 2006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 중단선언과 함께
그 시작을 알렸다. 연일 유가는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며 상승했고, 급기야 지난 8월 8일 배럴당 72.16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50달러 후반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과거처럼 20달러 선으로가격이
내려갈 전망은 어디에서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제적인 신용평가 기관 중 한곳에서는 올 연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예측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 9월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전지구적인 환경재앙인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어 점점 더 지구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모든
것이 인류의 에너지 소비 때문에 기인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과연 원자력발전은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일까?

지속가능발전

1972년 로마클럽의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은 이제는 너무도 흔해져 거의 모든 정책이나 기업의 홍보문구에 이용되고 있다. 이 개념을 공식화한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의 1987년 보고서 《우리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는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환경단체 활동가 입장에서 보기에는 미래세대 까지 갈 필요도 없이 현 세대에서도 원자력발전은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손상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에서의
원자력발전

전력의 40%를 만들어내고,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소. 그 곳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녹색병원에 가둬져 아무런 해를 끼치지도 않는단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역 분열과 민주주의의 후퇴, 사실 왜곡이 숨어있다.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또 2003년 부안사태와 작년의 주민투표에서 보듯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해당 지역의 여론은 찬반 양측으로 갈라져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1년 넘게 방폐장 싸움을 벌였던 부안지역은
지역민의 합심으로 방폐장 부지 선정을 백지화시켰으나, 기나긴 싸움 이후 정신적인 공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병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작년 주민투표를 실시한 전북 군산, 경북 영덕, 포항, 경주에서는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주민투표 이후 갈등의 골이 더 심해져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하는 실정이 되었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지역 갈등이
일어난 것에 대해 치유책을 내놓기는 커녕, ‘방폐물 처리시설 부지선정 유공자’ 86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내렸다.
(왜 이 86명 가운데 경찰과 국정원 간부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작년 11월 4일 주민투표는 그야말로 부정선거 종합판이라 해도 무방하다. 엄정한 투표
관리를 맡아야 할 지자체 단체장과 공무원들은 유치 찬성 집회에서 삭발까지 감행하며 유치를 위한 운동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선거에서는 부재자 투표 신고 비율이 5% 미만에 불과하지만, 왜 방폐장 주민투표의 부재자 투표율은
25% 이상이나 되는 것일까? 또한 KBS 추적 60분에 방영된 것처럼,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는 누군가의 대리투표로
자신의 주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은 커녕 ‘19년간
표류해 왔던 대표적 사회갈등 과제인 방폐장 부지선정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및
갈등해결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자평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라고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발전 과정에서야 발생하지
않겠지만, 연료인 우라늄을 채굴하고 농축하며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방사성 폐기물과 사고의 위험 때문에 국제적인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도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권장하지 않는 형편이다. 지구온난화를 예방하면서도 핵쓰레기를
내놓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가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며 에너지원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불안,
공포

원자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환경단체가 불확실한 근거로
시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지20년이 지난 체르노빌은
아직까지도 출입이 통제된 현재진행형이며, 또 잊을 만하면 한번 씩 가동이 중단되는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를 지켜보는
심정은 결코 평온하지 못하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테러리스트의 공격 목표 중 한 곳이 원자력발전소 또는 방폐물
처리장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벌여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는데, 이에
앞서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시한 후 일본의 지자체에서는 북한 미사일이 일본 내의 원자력발전소를
목표로 삼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일본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핵무기만 무기로써 악용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주는 원자력발전소도 경우에 따라서는 무서운 무기로 돌변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현실

지난 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행한 환경지속성지수
평가 자료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전체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은 전체 146개 국가중 12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소비량과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로 구성되는 생태 효율성에서는 119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 보고서의
수력과 재생가능에너지 부문의 평가 기준은 원자력과 화석연료와 같은 환경에 피해를 주는 발전방식에 의존하지 않는
수력이나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즉, 원자력발전은 지속가능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원자력발전이 미래의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난 달 발표된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최소 8기 더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현 정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하는 수소경제
프로젝트를 위해 수소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차세대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는 오는 31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이라는 세미나를 연다. 과연 이 자리에서 나오는 얘기가 어느 정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것일지 자못 궁금하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중단하고 햇빛과 바람과 생물자원을 이용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글/염광희· 에너지기후변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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