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인도에서 햇빛에너지의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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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환경문제는 지구온난화이다. 인도와 중국은 아직 미국, 일본, 유럽,
한국에 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기여하는 바가 적다. 하지만 향후 두 나라의 적극적 참여가 없이는 세계의 기후 문제에 대한
어떤 진지한 해결책도 불가능하다. 이에 2006년 8월 28일부터 9월 5일까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의 염광희, 김연지,
인천환경연합의 성리혁수 부장은 환경재단의 그린아시아 기금 지원으로, 인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에너지를 주제로 재생가능에너지 기업과 관련 정부기관, 재생가능에너지로
에너지 자립을 시도하는 농촌마을을 방문하였다.

인도 시골마을의 햇빛에너지 학교



▲ 교실을 지날 때 마다 일제히 우리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 ⓒ환경연합 인도방문팀

‘나마스테’…’나마스테’…’나마스테’…. 각 교실에서 울려나오는 우리 팀을 반기는 합창소리였다.
교실을 하나하나 지날 때 마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초롱한 눈망울이 일제히 우리를 주시하며 인사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이 학교를 방문한 첫 번째 외국인이었다.

스와미 비베칸다 학교는 현대산업문명과 동떨어진 깊고 깊은 시골에 위치해 있다. 이 학교는 인적이 드문 진흙길을 따라 한참을 덜컹거리며
들어가야 하는 오지에 있다. 그러나 햇빛에서 얻은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다. 태양광 발전기로부터
얻은 전기로 책상과 기숙사 방안의 불을 켜고 선풍기를 돌리는 것이다.

이 학교에서 제공되는 점심과 저녁식사도 모두 태양열 조리기로 만든다. 환경연합도 한국에서 재생가능에너지 교육을 할 때마다 태양열조리기로
아이들과 라면을 끓여보는 등의 시연을 했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태양열조리기가 단지 시연용이 아니라 중요한 생활도구로 쓰이고
있었고 장난감으로만 여겨졌던 태양열조리기가 인도의 현장에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햇빛이 넉넉한 인도의 실정에 딱 맞는 유용하고 좋은 도구인 듯했다.


▲ (왼쪽) 태양열조리기를 활용하는 학교의 주방 시스템. (가운데) 학교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조리기. (오른쪽) 몬순 기간인
두세 달은 태양열조리기를 쉬고 나무바이오매스를 쓴다. ⓒ환경연합 인도방문팀

스와미 비베칸다 학교에는 현대화된 시스템을 갖춘 태양열조리기가 비치되어 있다. 학교 지붕에는
주방에서 필요로 하는 열을 제공하기 위해 10개의 태양열 조리기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뜨거운 스팀은 관을 통해
학교의 주방으로 바로 연결되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흐린 날도 전기를 만들어 내는 태양광발전기와는 달리 태양열 조리기는 2-3달 정도의 몬순 시즌에는 기능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가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나뭇가지를 모아 밥을 지어 먹고 있었다. 인도의 농촌에는 아직도 이렇게 나무를 때거나 소똥을
때 조리를 하는 등 전통적 바이오매스(생물자원)를 이용한 생활방식이 일반적이다. 태양열조리기는 인도의 여성들이 밥을 짓기 위해
나뭇가지를 주으러 돌아다니는 3-4시간 정도를 아끼게 해 준다.


▲ (왼쪽 위) 전등은 모두 에너지를 절약하는 고효율 전등으로 교체되어 있다. (왼쪽 아래) 기숙사 책상의 등과 천정의 형광등은
모두 태양광발전기에서 얻은 전기다. (오른쪽) 학교의 복도 바닥이 뚫려 있어 지붕의 햇빛조명이 1층까지 전달된다. ⓒ환경연합
인도방문팀

학교는 재생가능에너지 시설만 이용하는 게 아니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비용도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은 기본이다. 아예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스템을 갖춰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있다.

건물은 통풍이 아주 잘 되도록 설계돼 선풍기만으로도 시원했다. 방과 교실의 전등은 고효율 전등으로 바꾸었고, 건물 복도는 바닥이
모두 철망으로 뚫려 있어 등을 켜지 않아도 지붕의 햇빛이 1층 복도까지 전달되도록 했다.

이 학교에 머물며 공부하는 아이들은 500명이었다. 이 아이들은 인근 30여 개의 마을에서 온 아이들이다. 가난한 농촌의 아이들로
보통 집이 30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어 통학을 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방학을 제외한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를 한다. 대신 몸만 입학하면 의식주는 모두 학교에서 제공하는데 이는 마을 일대의 사회복지센터인 ‘무니 세바 아쉬람’에서
이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무니 세바 아쉬람’은 가난한 농촌 아이들을 위한 교육, 의료, 장애인 시설 등을 운영하며 마을
전체가 친환경 에너지자립마을이 되도록 하는 비전을 가지고 활동하는 비영리기관이다.

농촌마을 에너지자립을 위해 발로 뛰는 햇빛전도사

무니 세바 아쉬람은 센터 안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빈자들을 위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병원시설은 한국의 좋은 종합병원
수준이다. 이 병원 역시 바이오매스, 태양열,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해 화석에너지로부터 독립하려는 실험이 계속 하고 있다.

이곳은 가능한 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다. 축산분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거나, 관개를 위한 펌핑에 소형풍력을 쓰거나, 강렬한
햇빛의 도움으로 요리를 한다. 이런 식으로 이 지역에 잘 맞는 좋은 모델을 하나씩 갖추다 보니 에너지 자립의 꿈에 성큼성큼 다가서게
된 듯하다.


▲ (왼쪽) 무니 세바 아쉬람 대표이자 의사인 파텔박사와 함께 무니 세바 아쉬람에서 찰칵! (오른쪽) 무니 세바 아쉬람이 운영하는
병원은 나무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것은 인근 지역의 소득에도 기여한다.
ⓒ환경연합 인도방문팀

무니 세바 아쉬람이 이런 원대한 사업을 꿈꾸게 할 수 있었던 핵심에는 태양열 조리기 회사를 운영하는
디팍 가디아 씨의 활약이 있었다. 디팍 가디아 씨는 세계 태양열 조리기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업인이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대단히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인도 사람들처럼 늘 행복해
보였다.

인도에서 햇빛 희망을 나누는 햇빛 전도사 가디아 씨. 우리에게 인도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인도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느끼게 해
주었던 그의 24시는 늘 바빴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기쁨으로 수용하고 헌신적으로 임했다. 바쁜 시간을 빼앗아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인도에서는 손님이 오면 신이 오셨다’고 생각한다며, 너무도 극진히 대해주셔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 (왼쪽) 태양열조리기 회사 가디아 솔라의 마당. (가운데) 가난 거부, 빈곤 퇴치라는 문구가 새겨진 가디아 씨의 손목밴드.
(오른쪽) 가디아 솔라의 환경연합 방문팀 환영 현수막 ⓒ환경연합 인도방문팀

가디아 씨의 손목에는 하얀색 팔찌가 늘 채워져 있다. 바로 UN의 빈곤퇴치 운동인 ‘화이트밴드’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그는 2005년 7월 1일부터 UN에서 시작된 캠페인의 일환인 ‘화이트밴드’를 차고 다니는데 이
밴드에는 ‘가난 거부’ ‘빈곤 퇴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는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에너지 빈곤 마을에 지구를 살리는 깨끗하고
평화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인류가 고르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마을 단위의 자립과 자치를 이룩해야 한다’ 는 간디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간디의 꿈이 자급자족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인도의 농촌은 붕괴되고 농민들 대부분이 소작농으로,
입에 풀칠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가디아 씨가 발로 뛰는 만큼 보람과 행복이 커진다. 가디아씨는 한 시도 쉴 틈이
없었다.

그 덕분에 우리 인도 방문팀도 가디아 씨의 템포에 맞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나중에는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가디아 씨를
따라 인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을 찾고 정부관료를 만나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현황과 전망에
대한 밑그림도 그릴 수 있었다. ‘에너지 자립’과 ‘빈민을 위한 복지’가 만나는 각종 실험의 현장인 농촌마을에서의 경험은 큰
감격과 숙제를 던져 주기도 했다.

정부 안에 ‘재생가능에너지부’를 둔 인도

▲ 재생가능에너지 홍보 및 촉진활동을 맡아 하고 있는 구자라트 주 에너지개발공사 ⓒ환경연합 인도방문팀

재생가능에너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지만 값이 비싸다. 그러나 인도에서의
경험은 재생가능에너지의 높은 비용만을 주장하는 것이 핑계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 재생가능에너지가 빈자와 만났을 때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교집합의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인도는 가난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축산분뇨를 이용해 전기를
얻는 바이오가스 발전 보급도 이미 인도 농가의 실정에 맞게 널리 이용되고 있었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에너지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심각하게 에너지가 부족한 나라이기도
하다. 총 50여만 마을 중,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 정부 통계 1만5000개, NGO 통계 7만5000여 개에 이르고
만약 전기가 들어오더라도 하루에도 수 차례 정전이 될 정도로 불안정하기만 하다. 물가는 우리나라의 1/5 정도이며 1인당 소득은
약 500달러도 안 된다.

뭄바이 공항으로 오는 길에 뭄바이에서 본 도시 빈민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뭄바이는 인도 최고의 경제중심도시이지만
최대의 슬럼가를 안고 사는 도시다. 실로 인구 11억의 나라를 실감케 할 정도로 곳곳이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뭄바이에는 집 없는
사람이 4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도시빈민이 넘쳐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도는 이미 정부부처 내에 ‘Ministry of Non-conventional Energy’ 라는 재생가능에너지부를
따로 두고 있다. 또한 각 주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촉진하는 에너지개발공사를 두고 주마다의 경합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촉진하고
있었다. 광활한 대지를 중앙집중형 에너지로 모든 곳에 전기를 보낸다는 것은 비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2001년부터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마을에 아예 재생가능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보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은 산업자원부 내의 실, 국 단위도 아니고 ‘신재생에너지’과라는 작은 부서가 관장하고 있다. 과연
이런 정도의 관심과 비중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체제가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체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인도의 투자와 관심, 그리고 작고 영세한 기업들이 개발해 내는 놀라운 첨단 · 응용 기술과 실험정신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현재 세계 최고의 1인당 에너지소비를 자랑하면서도 철저하게 수입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관성과 타성에 취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 태양광 발전에 이용되는 셀을 개발하는 기업. 영세한 시설이지만 경쟁력 있는 하이테크 기술을 자부한다. ⓒ환경연합 인도방문팀

무엇보다 이번 인도 기행을 통해, 의지만 있다면 재생가능에너지는 어느 곳이든 다양한 형태의 얼굴로
찾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운동을 하는 한 개인으로서 얻은 소중한 성과는 나의 활동이 누구를 위해
어떠한 꿈과 비전을 그리며 무엇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를 성찰토록 하는 현장으로부터의 강렬한 메시지였다.

※ 이 글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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