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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성찰 : 사회포럼2002




△ 지난 24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
연대와 성찰:사회포럼 2002′
네번째 주제인 `2002 양대선거와 사회운동의 과제’ 토론회 모습.

따로 또 같이!”
지난 22~24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 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연대와 성
찰:사회포럼 2002’가 열렸다.
이번 포럼은 진보진영이 작은 차이를 넘어 현안 쟁점들에 대한 연대틀을 모
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민련(1989년)·국민연합(1990년)
이후 부문별로 분화·발전해온 진보적 민중·시민운동진영이 한자리에 모
여 연대를 도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포럼은 각 단체들이 2박3일 동안 때로 밤을 새우며 열띤 토론을 벌이
는 “운동권의 엠티이자 장날”이었다.

녹색연합·문화개혁시민연대·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민변·민주사회정
책연구원·민언련·전국연합·민교협·건강권실현보건의료단체연합·전국교수노조·전국농민회총
연맹·전국빈민운동연합·참여연대·천주교인권위·여성단체연합·환경운동연합
등 진보진영의 18개 단체가 망라됐다. 이들은 “차이는 인정하되, 함께 할
것은 많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사회포럼’의 연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사회운동의 성찰과 과제 △
신자유주의와 공공성 담론 △미국
패권과 한반도 △2002 양대 선거와 사회운동의 과제 등 4개의 큰 화두를 둘
러싼 전체토론 외에도, 비정규직노동자의
빈곤문제에서 성매매·테러방지법·언론개혁·건강보험 문제 등에 이르기까
지 14개의 광범위한 부문·쟁점별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도 벌였다. 편집자

첫번째 전체토론 주제는 `한국사회운동의 성찰과 과제’였다. 문민정부 이
후 각개약진하며 크고 작은 이견을
드러내온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이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였던 만큼 자연스럽
다. 이 주제는 두번째 전체토론 `신자유주의와
공공성 담론’으로 연결됐다. 두 토론에서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쪽은 신자유
주의(정책)에 반대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점에선 어렵잖게 공감대를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공공성’에 대한 의견 정
리를 시도했다. 그러나 공공성에
대한 이해와 확보 방안에서 양쪽은 적잖은 견해차를 드러냈다.

한국사회운동의 성찰과 과제

김상곤 교수노조 사무총장은 `새로운 세기, 한국사회운동의 발전조건’ 발
제에서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이라는
구분이 작의적이랄 수 있지만, 그동안 (지난해 2월 시민사회연대회의를 중
심으로 결집한)`시민운동’과 (역시
지난해 3월 민중연대를 중심으로 결집한)`민중운동’으로 불려왔다”고 전제
한 뒤 “최근 발전노조 파업 등
공공부문 노동자의 투쟁은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노동·민중운동의 성찰과 과제’ 발제
에서 “아이엠에프 시대에 마치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각개격파 당해, 신자유주의의 전면적 공세에 맞서 전면적 민중연
대 전선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치에 대한 염증이 공공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되는
편향이 있어왔다“면서 “그러나 사회운동의
지향점이 공동선에 대한 추구라면 공공성 축소를 주조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과는 모순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대중정부의 개혁이 사회통합적 민주진보형 방향이 아니라, 신
자유주의적 개혁이었고, 민주적 절차(예컨대
노사정위, 농업개혁위)를 강조하는 등 유연화하긴 했지만 (민중진영은) 들
러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하승창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시민사회운동의 성찰과 과제’ 발제
에서 “여성·인권·환경·장애우·정보화·교통·도시
등 계급문제로 환원하기 어려운 과제들에 대한 시민운동의 도전이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환경·시민단체쪽이 민주주의적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반드시
공공성은 아니라며 국가의 규제를 경계하고 자율성을 강조했다. 반면, 민중
연대쪽은 자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가진 자의 자율성이 되기 쉽다며 사회시스템 또는 올바른 국가적 규제가 있
어야 한다고 맞섰다.

`신자유주의와 공공성 담론’

국가와 공공성의 관계를 둘러싼 이런 토론은 두번째 주제에서도 격렬하게
벌어졌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와 한국의 종속형 신자유주의’라는 주제로 발제
한 손호철 교수(서강대 정외과)는
김대중 정부에 대한 비판적 지지 분위기가 반 신자유주의 연대전선에 걸림
돌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대북정책과 신자유주의 정책간의 균열은, 신자유주의에는 반대하면서 대북
정책은 지지해야 하는 (사회운동권의)
자기분열을 초래했고, 이는 연대전선 구축을 어렵게 했다.

노항래 민주노총 공공연맹 정책국장은 `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정책의 내
용과 문제점’ 발제에서 “공기업
민영화가 국제금융자본에 대한 국민경제의 굴복”이라며 헐값매각, 주인찾
아주기식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필렬 환경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이사는 `전력산업 민영화’ 발
제에서 “중요한 건 한전의 민영화
여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
다. 그는 “현재의 독점적·중앙집중적
전력 생산공급 구조가 깨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민영화가 되더
라도 중앙집중 구조는 전혀 변할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에서 시민진영쪽은 “민중진영의 한전 민영화 반대가 지속가능
한 에너지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동운동 진영에선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
발을 위해서라도 사적 자본이 발전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토론은 결국 `공공 노조라면 환경 유지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안을 내는,
공익적 노동운동을 펴야 하고,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이 대안 에너지 개발 및 새로운 고용 창출 방안을 내와
야 한다는 수준에서 의견을 모았다.
공공성의 개념과 관련해서도, 국가가 개입해 역할을 한다고 해도 관료적 국
가의 개입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합의에 바탕한 개입이어야 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이밖에 두 진영은 이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민주노총·녹색연합·환경운
동연합·여성단체연합 등 4자가 공동실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4개 단체는 이번주중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진
행되는 발전산업 민영화는 국민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된 만큼 중단돼야 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대안
과 새로운 고용 창출을 위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할 예정이다.


△ 24일 `사회포럼 2002′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 이회수(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씨와 김지선미(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씨가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개혁시민
연대

미국패권과 한반도 평화

이번 포럼에서 가장 이견이 없었던 토론이었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북미관계 개
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압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토론
참가자들은 또 미국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미국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되는 만큼, 남쪽 당국
이 북한의 과잉대응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밖에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쥐락펴락 못하
도록 사회운동권의 공동노력을 강조했다.

토론은 미국 패권주의의 향방을 전망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으로서
평화군축과 남북교류·협력의 방향을
모색했다. 발제에 나선 박기학 자통협 정책위원장은 “미국이 아시아 패권
에 중점을 두는 군사전략을 채택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앞으로 군사적 긴장이 첨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
보진영의 활동방향은 부시의 한반도에
대한 전쟁 책동 분쇄를 목표로 해야 하며, F-15K 등 무기도입 저지, 용산기
지 반환, MD구축 저지
투쟁을 벌여나가자”고 제안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반도의 위기와 시민사회의 대응방안’ 발제
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강조하는 배경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 전선 확대를
위한 명분쌓기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는 책임이 일차적으로 북한에 있으며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도 있
고 △북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급해지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 △대북정책과 MD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김대중 정부보다는 차기정권과의
한미공조를 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문제·제네바
합의 이행문제 등 북·미 현안에 대해
“대북전력지원을 제네바 합의 `밖’의 사업이 아닌, 이미 차질이 생긴 제네
바합의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접근할 경우 김대중 정부가 미국을 설득할 명분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
다.

토론자로 나선 김귀옥 한국여성평화연구원 부원장은 평화군축운동의 대중
화·일상화를 위해 평화교육프로그램 마련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미군의 환경파괴 문제와 미군기지 주변 주민생활권
문제도 거론됐다. 평화활동가 김승국씨는
“F-15K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팍스 아메리카나에 맞서 한반도 민중의 힘
에 의한 평화통일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채택된 공동선언문에서 참가단체들은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
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맞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칠 것”을 다짐했다. 이와
함께 “부당한 패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그 어떠한 이름의 전쟁
에도 단호히 반대하며, 국가안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모든 군사적인 정책을 감시하고, 국제반전평화
운동과의 연대도 더욱 강화”하기로
결의했다.

2002년 양대 선거와 사회운동의 과제

지자체선거 및 대통령선거 등 본격적인 선거국면을 앞두고 사회운동단체로
선 피할 수 없는 주제다. 그러나
단체간의 이견 노출과 그에 따른 분열 가능성을 우려한 탓인지 토론은 조심
스럽게 진행됐다. 토론에서 두 진영은
지자체선거와 대통령선거라는 양대 권력재편 국면을 진보운동권이 약진하
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원론에는 일치했지만,
선거전술에선 각 단체 간의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토론 참가자들은 민주당 대통령후보경선 과정에서 일고있는 `노무현 바
람’에 대해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것이며, 이를 민중진영이 어떻게 받아안을 것인가를 고
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대화
교수노조 정책실장은 `양대선거와 시민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이
른바 `노풍(盧風)에 대해 “이회창과의
대결에서 지역구도를 최소화할 수 있고, 영남유권자를 분점할 수 있는 인
물”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그러나 노무현 변수에 따라 비판적 지지냐, 진보진영의 독자후보냐가 달
라지는 것은 아니며 비판적 지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리어 노무현 후보가 국민경선 전후의 과정을 통
해 `영악하게’ 지도력을 구축해온
것처럼 민주노동당도 지도력을 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양대선거와 민중적 접근’)은 노 후보의
부각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한 반발이자 이회창의 수구성에 대한 비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거
공간에서 반개혁적 권력재편 흐름을
저지하고 민주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또는 정치력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일독자후보,
독자후보전술에 기초한 선거연합 등을 논의할 `민주진보진영의 양대 선거
승리를 위한 범국민추진기구’의 건설을
제안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노무현 현상에서 읽을 수 있듯 대중들의 갈망
을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낙천낙선운동이 성과가 컸음에도 민주노동당의 제도권 약진으로 이어
지지는 못한 만큼 시민운동의 성과를
어떻게 정치세력의 약진으로 이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교수노조 사무총장은 “97년 대선 때보다 범사회운동진영의 폭과
깊이가 커졌다”라면서 “시민운동·민중운동
진영이 함께 선거과정 속에서 새판짜기를 할 수는 없는가”고 물었다. 그
는 또 “보수정치세력에 정책적 강제를
하는 수준을 넘어서 후보연합까지 갈 수 있는 단계까지, 구체적으로 고민해
야 한다”며 정파와 단위를 초월한
정책대연합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처장은 “지방선거에서는 연합 움직임
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환경련의
경우 자체 후보를 최대한 지방선거에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
방선거의 성과가 축적될 경우 대선에서
양당구도에 파열을 낼 수 있도록 민중진영과 시민진영의 정책연합·선거연
합은 가능하다”며 “그러나 민주노동당,
사회당이 환경단체까지를 포괄하는 세력인가에 대해선 회의적”라고 말했
다.

이날 토론은 결국 `단체 차원에서 보수정치권에 대한 비판적 지지는 없으
며, 민중진영과 시민진영이 각자
정치적 약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원론 수준의 공감대만 이뤘다.

천안/허미경 기자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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