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고유가 대책 외면하는 행정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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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 이상을 지속하기 어렵다. 거품이 빠지면 30달러대의 적정가격을 유지할 것이다.” 2004년 10월, 석유공사 사장의 언론기고 내용이다. 이는 정부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2년도 채 못 된 지금 유가는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지만 정부의 케케묵은 고유가 대책은 긴장감이 없다. 오히려 시민을 안심시키기에 바쁘니 에너지소비량은 여전히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행정도시 계획에도 정부의 고유가 불감증이 그대로 나타난다. 행정도시의 4대 비전과 12대 전략에 에너지 비전은 없다. 전기수요량은 판교를 모델로 잡고 있는데 판교는 유가 20달러 시대의 계획도시이다. 유가 70달러 시대의 계획이 20달러 시대 계획과 같을 수는 없다. 에너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에너지 다소비구조 체질개선은 어렵다. 더구나 미래도시의 청사진이라는 행정도시가 이 정도니 10개의 혁신도시와 신도시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에너지 미래는 암울하다.

▲ 100% 에너지를 자립하는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건물
▲ 100% 에너지를 자립하는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건물

독일은 통독 이후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길 때 태양청사조례를 제정했다. 모든 새 건물에 재생가능에너지를 충분히 이용하도록 했다. 새로 짓는 정부청사들은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낮추고 재생가능에너지 이용 비율은 일반 기준보다 높였다. 그 결과 재생가능에너지 100%로 에너지를 자립하는 연방의회 건물이 탄생했다. 정부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것이다.

건물설계를 바꾸기만 해도 상당한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둔다. 미국의 에너지전문가 에이트켄은 “에너지와 관련해 가장 저평가되고 효율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분야가 건물”이라고 한다. 독일은 1995년 이후 새로 계획된 건물의 난방에너지 수요를 연평균 220kWh/㎡에서 100kWh/㎡로 기존 건물의 절반으로 낮췄다. 건물의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제도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180-200kWh/㎡에 달하므로 같은 조건의 건물에서 두 배의 에너지를 쓰는 셈이다. 이렇게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 집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보다 태양광 발전 지붕으로 만드는 전기가 많은 잉여에너지 연립주택단지
▲ 집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보다 태양광 발전 지붕으로 만드는 전기가 많은 잉여에너지 연립주택단지

그 외에도 독일은 저에너지 주택, 제로에너지 주택의 단계를 넘어, 잉여에너지 주택단지까지 만들었다. 프라이부르크의 잉여에너지 연립주택단지는 집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보다 태양광발전 지붕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많다. 치밀하고 계획적인 효율개선으로 독일의 에너지소비는 1990년 이후 줄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1년에 1기씩 없애면서도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높여 에너지자립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도시 전체의 에너지효율 시스템을 높이는 일은 계획단계부터 반영되지 않으면 이후에 개선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정부 정책으로 건물설계와 건축자재의 효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미래 에너지안보의 청사진이 될 태양청사 비전을 선언하고,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 시스템을 만드는데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과 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

◆ 이 글은 중앙일보 5월 16일자 opinion 란에 실린 기고문의 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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