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에너지 위기, 유채와 바이오디젤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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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채꽃밭 ⓒ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충식
▲ 유채꽃밭 ⓒ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충식

유채는 환경과 농촌의 희망

나른한 봄볕이 그리운 4월이었다. 기후변화로 봄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4월말이 되어서도 따사로운 햇살을 만나기보다 쌀쌀한
기운에 어깨를 움츠렸다. 비바람까지 치기도 하니 계절이 실로 의심스럽다. 게다가 70달러가 넘는 고유가에 마음마저 시리다.

하지만 봄이 오긴 왔다. 시린 마음을 달래줄 봄꽃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변덕스런 날씨로 충분히 자기과시를 못하는 게 아쉽지만.
봄의 전령인 유채도 왔다. 유채하면 역시 제주가 떠오른다. 파란 바다를 배경에 두고 일렁이는 노란 유채꽃의 향연. 유채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가족과 연인들. 제주도의 봄을 대표하는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전국에서 이 같은 ‘잔치’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종자개발과 지구온난화 덕(?)에 이제는 유채 재배가 전국에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림부의 ‘경관보전 직불제’ 시행 덕분에 전국 39개 지역 328㏊가 유채밭이 되었다. 경관보전 직불제란 농민들이 유휴농지에
농촌관광을 유도할 수 있는 경관작물을 재배할 경우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당 17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농지를 묵히지
않으면서도 쌀과잉을 조절하고 농촌경관도 조성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이다.
그러나 유채의 위력은 단지 경관, 아름다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봄의 전령 유채는 희망의 전령이기도 하다. 석유에 의존해 온
인류문명을 바꿔 석유고갈의 위기를 헤쳐 갈 희망의 전령, 지구온난화를 막아 줄 희망의 전령이다. 게다가 농촌과 유채가 만나면
WTO, FTA로 수심에 잠긴 우리 농민들에게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된다.

콩, 팜유와 함께 세계 3대 식물성 유지(油脂)식물인 유채는 이제 에너지위기 해결사 지위를 부여받은 고마운 작물이다. 다른
유지식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고 채유율도 55% 정도로 높은 편이라 바이오디젤을 얻기에도 좋다. 유채 1평에서 0.33L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는데 씨앗은 식용유로 쓰고 찌꺼기인 유박은 가축사료로, 유채줄기는 사료와 퇴비로 활용한다. 또 바이오디젤
제조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 글리세린은 화학산업의 원료가 되니, 얻을 건 많고 버릴 건 하나 없다.

바이오디젤 100%(BD100)를 쓰면 미세먼지, 매연을 대폭 저감하며 발암위험을 94% 감소시킨다. 경유를 바이오디젤로
대체할 때 바이오디젤 1톤당 2.2톤의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어 기후변화 완화에 중요한 연료이다. 그러나 공급면에서
보면 지금 당장 모든 디젤 차량에 BD100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BD20은 원료수급, 경제성, 친환경성이
만나는 최소한의 타협점이 되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정유사와 자동차 회사의 입김에 눌린 산자부는 BD5 보급으로 축소해 버렸다. 7월1일부터 바이오디젤이 전국으로 보급된다.
물론 대기개선을 위해 대기오염의 주범인 경유차를 없애고 CNG, LPG 등의 차량으로 바꾸는 대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디젤은 기존 경유엔진의 개조가 전혀 필요없고(BD20의 경우), 기존 주유소 인프라도 그대로 활용하면서, 디젤엔진의
고효율을 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을 인정받고 있다. 더구나 천연가스 버스도 대기개선 효과는 있지만 결국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단체에서는 과도기적으로, 지금 당장 이용 가능한 바이오디젤 혼합유가 에너지전환과
대기개선의 길목에서 비용효과적인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논밭에 다시 새롭게 피는 유채

우리나라도 에너지를 얻기 위한 유채가 본격 재배 중이다. 사실 꽃이 화려한 유채는 대부분 관상용이라서 기름을 얻는 종자는
아니다. 또 기후적 조건 때문에 아직 제주 혹은 남도 지방의 유채기름 채유율은 좋은 반면 그 위로 올라올수록 채유율은 떨어진다.
하지만 종자개발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년 늦가을 전남 영광 20㏊(6만2400평)의 논에는 겨울 이모작으로 보리
대신 유채를 파종했다. 이 유채단지는 농촌진흥청에서 바이오디젤 원료용으로 조성한 단지로 지방산 기름 함량을 높인 개량유채종자가
기계화 대량생산이 가능한지를 실증하기 위한 사업이다.
오는 6월 이 곳의 유채기름이 수확되면 ‘이름 그대로’ 기름 짜는 원료로 판매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실험재배에 참여한 농민
김홍연씨는 “유채 기름이 차 연료의 일부로 사용되면 우리 논이 기름탱크이자 유전이 되는 것 아니냐”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김씨는 유채 수확 뒤 쌀농사가 예전처럼 될지, 보리 수매만큼 소득이 보장될지 걱정이 없지는 않다.

▲ 유채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충식
▲ 유채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충식

사실 우리나라도 유채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1970년대만 해도 23,000ha에서 25,000톤의 유채를 생산했지만
점점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해 2003년 현재 1,100ha에서 900톤의 유채만이 생산되고 있다. 제주도만 봐도 80년대
8,000ha에 이르던 유채밭이 지금은 800ha만이 남았다. 식용유로 애용되던 제주도의 특산작물 유채는 각종 개발, 수익성
등의 이유로 관광을 위한 최소한의 면적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바이오매스 에너지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는 EU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유채가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받아 바이오디젤 원료로 급성장하고
있다. EU는 ‘바이오매스 실행계획’을 만들고 2010년까지 바이오연료를 자동차연료의 5.75%, 2020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중에서도 바이오매스는 직접적인 석유대안일 뿐 아니라 기존 에너지시스템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경제적이며,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리면서도 농촌문제를 함께 풀어갈 대안으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이 가장 활발하다. 2004년 기준으로 EU의 바이오디젤 생산용량은 200만t을 넘어섰다.
그 중에서 돋보이는 국가는 역시 독일이다. 독일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2004년 현재 연산 120만t의
생산능력을 구비하고 이 중 118만t을 판매하였다. 현재 15개 양산공장이 가동 중이며 5개 공장이 추가 건설 중이다. 100% 바이오디젤을
판매하는 주유소는 독일 전역에 약 1,700여 곳이나 된다.(전체 주유소의 10%)

독일의 유채재배 면적은 이미 130만ha에 달하며 주로 휴경지, 때로는 일반 경작지에서도 재배하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은
독일 전체 경유 매출의 4%를 차지한다. 유채밭 1ha에서 약 1,500리터의 식물연료를 얻는 셈이다. 유채기름으로 만드는
바이오디젤은 열효율은 일반 디젤과 동일하지만 가격은 일반 경유보다 리터당 10센트에서 15센트가 저렴해 최근 하늘을 찌르는
유가만큼이나 바이오디젤 인기가 그만이다.

▲ 일본에서 열린 유채미니카 대회ⓒ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충식
▲ 일본에서 열린 유채미니카 대회ⓒ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충식

독일은 유채를 통해 몇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욕심이다. WTO 규제로 농산물 직접보조금 지급금지, 광우병 파동 등으로
독일 농민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농가마다 농산물 잉여생산을 막기 위한 휴경지를 두었다. 휴경지에는 에너지 작물재배를
유도해 에너지보조금으로 농가 소득안정을 도모했다. 현재 곡물생산량은 120%에 달하므로 20% 만큼은 에너지 작물재배로 계속
유도할 계획이다. 독일 전체 농가의 12%가 식량생산농가가 아닌 에너지작물 생산농가인데 이는 향후 2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자국의 논밭에 유전을 직접 조성하고 에너지 자립기반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바이오디젤을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프랑스 정부도 작년 가을 야심찬 바이오연료 생산계획을 발표하며 독일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자동차연료 중 바이오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2008년에는 5.75%, 2010년에는 7%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목표가 2010년 5.75%이므로, 프랑스는 계속 바이오연료 생산 선두그룹을 지킬 전망이다.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계획 – 알맹이 없이 무늬만 친환경

이와 같이 유럽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바이오매스 에너지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유럽의 환경+농촌+에너지+경제문제를
복합적으로 푸는 고리가 되고 있다. 이는 유럽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목표와 비전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이용비율은 0.7%로 OECD 30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2004년 기준 OECD 평균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율은 6.0%에 이른다. 특히 스웨덴은 2020년 까지 ‘석유없는 경제’(oil free economy)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우리 정부가 목표로 건 2011년까지 1차에너지 기준 재생가능에너지
5%라는 목표달성조차 의심스럽다. 더구나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계획에서 바이오매스에 대한 고려는 더욱 낮다.
이런 문제는 바이오디젤 상용화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2002년부터 시범사업으로 BD20이 100여개의 주유소에서
장장 3년 동안이나 공급되어 왔다. 그러나 정유사는 줄곧 바이오디젤 의무화나 확대보급은 시기상조라며 거부해왔다. 올해 1월
정유사가 일선 주유소를 통해 BD5를 팔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도 BD20에서 BD5로 축소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정유사가 5%의 바이오디젤을 함유한 BD5를 팔 수 있게 됐다는 것일 뿐 보급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달 산자부가 5개 정유사와 맺은 자발적 협약에 따라 7월부터 향후 2년간 판매하기로 한 바이오디젤은 총 9만㎘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경유 사용량의 0.4%이다. 바이오디젤 상용화 정책이 무색할 정도다. 산자부가 바이오디젤 보급에 대한 분명한 목표가
없으니 정유사 입김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현재 경기도에서 연간 10만t 규모의 아시아 최대 생산시설과 100% 국내기술을 갖춘 바이오디젤 생산기업이 제도미비, 판로부재
등으로 가동률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직 국내산 유채유 공급이 안 돼 주로 수입 대두유와 일부 폐식용유를
통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해왔다. 바이오디젤 공급업체로 등록된 회사만 9곳이고,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기업들까지
고려할 때 2년간 9만㎘ 보급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결국 산자부는 바이오디젤 보급의지, 보급기반 조성의지가 없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농림부에 따르면 국내 겨울철 유휴지 30만ha에만 유채를 재배해도 수송용 경유의 3.2%에 해당하는 48만t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가는 약 4,200여억 원의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국가 경제적으로는 원유와 사료에서
각각 약 2,000여억 원과 600여억 원의 수입대체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환경적으로는 약 270만t의 석유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일 수 있는데 이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1,620억원에 해당하는 가치이다.
토양유실방지효과와 노란 유채꽃이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가이익을 준다. 하지만 이런 편익에도 불구하고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하는 정부정책을 보면, 환경 · 농촌 ·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며 일석삼조 이상을 거두는 사회는 우리에게
아직까지 아득해 보이기만 한다.

■ 이 글은 격월간 잡지 ‘신재생에너지저널’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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