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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주민투표가 어찌 훈장을 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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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염광희 간사

황우석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 가지 교훈 중 가장 뼈아픈 것은 성과주의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중간 과정이야 어떻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과학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결과 중시주의야말로 우리 사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제2의 황우석 사태라 할 만한 사건이 또 일어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주민투표와 관련한 일들이 그것이다.

비윤리성과 비민주성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조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올 무렵 오명 부총리를 비롯한 몇몇 관료는 ‘검증은
없다’며 황 교수 연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것과 유사하게 많은 시민단체가 ‘방폐장 주민투표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산업자원부는 ’19년이나
된 숙원 국책사업이 민주적으로 해결됐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황 교수가 연구원의 난자를 실험에 사용하고 날조를 통해 하지도 않은 연구를 마치 자기 것인 양
부풀리는 등 연구과정에 비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방폐장 주민투표 역시 형식만 민주주의로 포장됐지
과정 자체는 그 반대였다. 유치 보상금 3000억 원에 한수원 본사 이전과 양성자 가속기 유치를 덤으로 묶은 이번 주민투표는
안전성, 환경성과는 전혀 무관한 이권사업으로 변질됐다. 유치를 신청한 지역 중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 한 곳이 최종 부지로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과열만 존재할 뿐이었다.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군수와 시장들이 유치 찬성 측 유세현장에서 삭발로
유치 결의를 다지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를 공정하게 감시해야 할 공무원들이 직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또 통장, 이장
조직을 통해 조직적인 불법 부재자투표 신청이 진행됐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 국정홍보처는 ‘올해의 10대 정책뉴스’
1위로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확정’를 선정했다. 2005년 정책 중 가장 자신 있었던 것이 고작 관권이 동원된 방폐장 주민투표라니….

훈장 포상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중앙정부의 반응이다. 황우석 교수는 2004년 6월 과학기술인 최고훈장인
창조장(과학기술훈장 1등급)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논문의 공동 저자인 문신용, 노성일, 이병천, 안규리, 김성근, 박종혁
등 논문에 이름이 함께 실린 공저자들 모두 훈장 및 표창을 받았다. 똑같은 일이 1월 25일 벌어졌다. 정부는 “이번
포상은 지난해 11월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지역이 원전센터 후보 부지로 결정돼 19년 된 숙원 국책과제가 해결됨에 따라 사업 추진을
위해 각별히 노력한 관계 공무원과 유관기관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포상을 받은 사람은 총 86명이다. 직업군별로 이들을 분류해보면 참 어이없는 결과가 나온다.
우선 비민주적인 주민투표를 기획한 산업자원부를 포함한 중앙부처 공무원 20명이 눈에 띈다. 이들 대부분은 각 지역을 순회하며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포시켰고, 시민사회가 주민투표과정에서의 불법 사안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을 땐 수수방관으로
일관한 장본
인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자체 예산을 유치 찬성 운동에 퍼붓고 유치 찬성 선거 운동에 직접 개입한
지자체 공무원 18명, 불법 선거임을 알고도 이를 방조한 중앙 및 지자체 선거관리위원 6명, 오로지 방폐장 유치만을 위해 각
지역에 사무실까지 차려 그야말로 ‘올인’했던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및 원자력문화재단 관계자 13명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이 사람들이 투표 관련 유공자로 포상을 받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투표에 개입해서는 안 될 경찰 12명과 국정원 직원
5명이 포함돼 있다. 이것을 과연 제대로 된 포상이 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들

황우석 사태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이와 관련한 뉴스뿐만 아니라 황우석 사 태를 일으켰던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성과주의, 결과 중시주의, 형식주의를 내 던지고 싶다. 형식적인 민주적 절차의 탈을 쓴 11월 2일 방폐장 주민투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그것이다.

정부는 그 주민투표를 자화자찬하며 포상할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경주, 군산,
영덕, 포항 지역 찬반 주민 간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이 훈장을 주고받으며 샴페인을
터뜨릴 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선거 이후에도 계속되는 갈등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눈치만 살피며 생활하고
있다. 지역에 갈등을 부추겼던 방폐장 주민투표가 어찌 훈장 받을 만한 일이란 말인가.

위의 내용이 과연 사실일까 의심하는 분들에게 TV 프로그램 하나를 권한다.
지금 바로 KBS〈추적 60분〉홈페이지로 가서 작년 11월 16일 방영된 ’11월 2일, 경주와 군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편을 보시라. 과연 정부가 훈장을 줄 만한 일이었는지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2006년 1월 26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 환경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염광희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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