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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핵폐기장, 주민투표하면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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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국민행동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개 시,군의 부재자 신고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05 오마이뉴스 박상규



군산·영덕·포항·경주…. 요즘 세간의 관심이 되는 지역들이다. 군산은 서해 지역이며 나머지 세 곳은 동해 지역인데, 혹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이 지역들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고 궁금해 할 것 같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이 지역들이 동시에 언론에 오르내리고 여론의 관심대상이 되기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이 지역에서
‘중·저준위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재자투표 신고접수가 40%가 넘게 나오는 경이적인 기록이 확인되면서 국민들은 도대체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궁금해 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부재자투표 접수 방법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역대 선거에서 1∼2%를
넘지 않던 부재자투표 신고 접수가 어떻게 30∼40%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같은 시기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는 이런 높은
부재자투표 신고 접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 경이적인 부재자투표 신고접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활동(?)의 결과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왜 핵폐기장 유치를 위해 무모하리만큼 이렇게 과감한 행동을 보일까.



“‘3000억원+∝’ 누가 가져갈래? 주민들 동의만 많이 받아와라”



2002년 전라북도 부안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위도에 핵폐기장을 유치하려다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무산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후 정부와 환경단체 사이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시도가 없지 않았지만 이해찬 총리가 앞장서서 “중·저준위 핵폐기장은
논의대상이 될 수 없다”며 고준위 핵폐기장과의 분리추진 방침을 밀어붙이자 핵폐기장을 둘러싼 갈등은 원점에서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정부는 유치를 신청한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해 찬성표가 가장 많은 지역을 핵폐기장 부지로 선정한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수립했다. 오는 11월 2일이 바로 주민투표의 날이고 지금이 투표홍보 기간이다.

























2004년 12월 정부가 원자력위원회(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의 심의 의결을 거쳐 ‘고준위와 중저준위 핵폐기장
분리추진’ 방안을 강행할 예정인 가운데 환경운동연합 회원 10여명이 핵중심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며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2004 권우성

새로운 절차를 보면, 정부는 ‘부안 사태’를 교훈삼아 주민들 의사를 확인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등 민주적이고 합법칙적인
행정을 구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도 왜 지방공무원들의 탈법적인 과감한 행동들을 자행하고 있을까. 그것은 중앙정부가 20년 동안 추진하지 못한 애물단지
핵폐기장을 돈 덩어리로 둔갑시켜 4개 지방자치 단체와 지역 주민을 주민투표라는 형식으로 경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000억원+∝’라는 떡을 들고 “누가 가져 갈 것인가, 주민들의 동의만 많이 받아오라”고 하는데 재정에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투표율 상승=찬성표 상승’의 과열경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부재자투표 접수 문제는 지자체 이전에 이를 부추긴 중앙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중앙정부는 ‘주민투표’라는 공정한 룰을
정했을 뿐이라고, 결정은 지자체가 한다고 억울해하지 마라. 그것은 형식일 뿐이고 본질은 ‘떡’에 있다.



핵폐기장 문제는 국가적인 사안, 주민투표로 결정할 일 아니다



그렇다면 주민투표 결과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인가. 주민투표만 하면 핵폐기장을 둘러싼 갈등은 사라지고 순조로운 추진
일정만 남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는 주민의견 수렴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이다.



내용을 꼼꼼히 보자. 산업자원부가 밝힌 핵폐기장 건설 조건은 안전성, 수용성, 민주성, 경제성이다. 이 중 주민투표는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 여부를 묻는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이러한 사업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가’를 묻고 ‘아니다, 그렇다’를 확인하는
수순이다.



그런데도 마치 주민투표만 끝나면 모든 것이 완료되는 양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설사 주민투표에 의해 수용의사가
확인됐더라도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필자는 주민투표에 대해 우호적이다. 아니 애찬론자다. 주민들의 참여행정을 위해 주민투표는 매우 바람직한 지방자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핵폐기장이 주민투표 대상으로서 적절하느냐는 의문이다. 핵폐기장 건설은 특정 지역의 이해를 갖는 독자적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용성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것과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우선 중앙정부에 묻고 싶다. 만약 11월 2일 4개 지역 주민투표 결과가 부결되면 앞으로 핵폐기장 부지선정 주민투표는 없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후보부지 신청을 받아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되는가. 아마도 정부는 이런 끔찍한 예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무리해서라도 이번에 통과시키려는 게 아닌가.

























2003년 11월 부안군 수협 앞(반핵민주광장)에서’7만 부안군민 결의대회’후 열린 촛불집회.
ⓒ2003 안현주

핵정책에 대한 합의없다면 주민투표 끝나도 갈등은 계속된다



주민투표는 해당 주민들이 지역적 범위 안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최근 치러진 제주도 지방자치단체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도 서울지역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직 제주도 주민들만 할 수 있다. 그런데 핵폐기장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인 사안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어느 지역도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 때문에 특정 지역주민들이 결정권을 갖는 대상으로서 핵폐기장에
대한 주민투표는 부적절하다.



부안에서는 주민투표를 왜 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사정이 다르다. 당시 중앙정부와 군수가 사실상 유치를 부안
위도로 결정했으므로 이미 지역 사안으로 된 핵폐기장에 대해 주민투표는 반드시 필요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주민투표로 핵폐기장을 결정할 수 없다. 이번의 주민투표는 핵폐기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수용성에
대한 의견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에서 핵폐기장 건설까지의 과정은 지구를 한바뀌 돌 만큼 간극이 존재한다. 핵정책에 대한 국민적,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망각한다면 주민투표 이후에도 새로운 도전과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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