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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핵폐기장 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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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변호사 ⓒ인터넷한겨레

오는 11월 2일 전북 군산시, 경북 포항시, 경주시, 영덕군에서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유치를 둘러싼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얼핏 생각하면 민주적인 절차처럼 보이는 주민투표가 지금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반민주적 폭거”로
되어가고 있다.
본래 주민투표는 지역의 중요한 문제를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제도이다. 그리고 주민투표는 주민들에 의해 발의되는
것이 원칙이고, 관권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주민투표를 임의로 실시할 수 있고 정부가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게
되면, 주민투표는 주민참여제도가 아니라 정부 정책을 합리화하는 비민주적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리고 주민투표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공정한 투표관리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투표의 공정성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추진되는 핵폐기장 주민투표는 이런 주민투표의 기본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유치찬성쪽에만 일방적으로
지원되어 사용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동원되어 유치찬성쪽의 입장만 홍보해 왔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찬성활동에 사용한
돈은 유치여부에 관계없이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한마디로 일반 선거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금권, 관권이 동원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돈과 관권을 동원하여 여론을 한 방향으로
유도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주민투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다.
그리고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부재자 투표신고에 있어서 불법적인 방법들이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상식적으로 부재자신고율이 39.4%에
이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난 20일 선관위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4개 지역에서 185장의 부재자투표신고서가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는 문서위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대리투표를 시도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확인작업도 부재자투표 신고용지만 가지고 서면조사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유권자들에 대해 개별확인을
할 경우, 부정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독재정권 때의 “막걸리 선거(막걸리로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고
했던 금권 선거)” 때보다 더 심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가 방페장 추진과 관련한 지난 사례에 대한 반성없이 또다시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다. 그리고 주민투표법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자 하는 것이 주민투표제도인데, 사실상
관이 주민투표의 실시여부도 결정하고 주민투표 절차도 주도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관권, 금권이 판을 치는데도 주민투표법은 아무런
통제장치를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주민투표는 논란만 증폭시킬 뿐, 민주적 의견수렴기능은 전혀 하지 못할 것이다.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는 선거 못지 않게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정한 주민투표는 불가능하다. 부정선거 결과가
인정받을 수 없는 것처럼, 부정하고 불공정하게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는 인정받을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주민투표일정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사업추진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주민투표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글/ 하승수 변호사,
전 부안 방폐장 유치 찬반투표 관리위원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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