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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처분의 원칙, “안전성과 민주성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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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핵폐기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부정투표 의혹으로 불거진 가운데 한국을 방문한 일본과 미국의 저준위 핵폐기장 관련 전문가 2명은 지난 10월 13일
오전 프레스센터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핵폐기물 처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환경운동연합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두 반핵전문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각 국의
저준위 핵폐기장 정책의 실상과 운영실태, 핵폐기물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의견을 건넸다. 저준위 핵폐기물 처분
문제를 오래 다뤄 온 전문가들로부터 핵폐기물의 안전성 문제와 처분 원칙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미국은 현재 103개 핵발전소가 있고 저준위 핵폐기장 2개가 운영되고 있다. 총 6개의 저준위 핵폐기장이 건설되었지만 6곳 모두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어 파문을 일으켰고, 4개는 이미 폐쇄, 나머지 1개마저 2008년에 안전성의 이유로 폐쇄될 예정이다. 지난 1991년부터
20여 년 동안 텍사스 주정부가 새로운 저준위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결정과 비민주적 절차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반대운동이 맞물려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독성 가지는 위험한
물질, 핵폐기물

에린
로저스(ERIN ROGERS)씨

현재 참여과학자연합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교통 담당 코디네이터이다. 10여년간 시에라클럽에서 반핵 프로젝트 국장을 맡아 대중적인
반핵운동을 펼쳐왔다. ⓒ 박종학

미국 텍사스주에서 저준위 핵폐기장 부지 선정 과정에 참여했던 미국 참여과학자연합 기후변화·에너지
담당 에린 로저스 (Erin Rogers)씨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에 대해 “수 천 만년, 수 억 만년까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위험한 독성을 가지는 물질”이라면서, “미국 텍사스의 경우 중·저준위 핵폐기물 90% 이상이 핵발전소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뿐만 아니라 우라늄 연료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들도 모두 중·저준위
핵폐기물에 해당된다.”며, “모든 형태의 방사능 누출은 암 발생률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어떤 방사능 노출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로저스 씨는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전하는데 2억 년 전 사라진 공룡과 2만5천 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을
거론했다. 저준위 핵폐기물 중 요오드129가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안전한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6천3백만년이란 시간이 걸릴뿐더러,
요오드가 가지고 있는 방사능은 2억년이 지나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핵폐기물은 수 십 번의
반감기를 거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간 동안 독성을 가진다는 의미.


미국 저준위 핵폐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로저스 씨에 따르면 미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위험성 가득한 핵폐기물을 모두 바다에 내버렸다.
또 땅 표면을 얕게 파고 핵폐기물을 묻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 이후 10년이 지나 1980년대 미국 의회는 당시 핵발전소가
있는 곳에 자체적으로 저준위 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처분장을 만들도록 하는 ‘저준위핵폐기물 정책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세워진 미국의 저준위 핵폐기장은 총 6곳. 하지만 과거 수년간 운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6곳에서
모두 방사능이 누출되면서 주변 환경에 피해를 주어 그중 4곳은 폐쇄되었고, 1곳 또한 2008년에 폐쇄될 예정이다. 특히 1978년에
폐쇄된 일리노이 주 저준위 핵폐기장은 9년간의 운영 후 방사성 물질 삼중 수소가 근처 호수에서 발견되면서 이에 대한 환경오염
복구비용으로 5억 달러가 소요됐다.

로저스 씨는 “지금까지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었던 핵폐기장은 방사능 오염 물질이 주변으로
유출되어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며, “미 당국은 이 때문에 수백만 달러의 환경오염
복구비용을 감수해야 했다.”고 밝혔다.

표.
미국 저준위핵폐기장 방사능 누출 사고 사례

안전성과 민주적 절차 무시한 텍사스 주 정부

한편, 6곳의 저준위 핵폐기장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하고 텍사스 주 정부의 저준위 핵폐기장
정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면서 미국의 저준위 핵폐기장 건설은 더욱 어려워졌다.
로저스 씨는 “현재 미국에서 중·저준위 핵폐기장을 추진하려는 주는 오직 텍사스뿐이지만 텍사스 역시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15여 년째 핵폐기장 선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0월 13일 환경운동연합 외국전문가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텍사스 저준위 핵폐기장 선정 과정에 참여했던 에린로저스씨가
‘미국이 왜 지난 20년간 저준위 핵폐기장을 건설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종학

텍사스 주에는 휴스턴이나 델라스와 같은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2기의 핵발전소가 동부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텍사스 주 정부는
오히려 가난하고 멕시코계 미국인이 집중해 살고 있는 서부 지역에 저준위 핵폐기장을 지으려 했다. 이에 로저스 씨는 “텍사스 주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면 핵폐기장 건설에 대한 저항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50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며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고려 없이 주민들의 저항이 가장 적은 곳을 골라 추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5년 여 동안 텍사스 주 정부가 6차례나 시도했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작업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2년 동안의 법적싸움이 진행되면서 부지의 지질학적 문제점들이 밝혀졌고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투쟁으로 5곳에서 부지 선정
시도가 저지됐다. 마지막 남은 예정지마저도 활성단층이 발견되어 건설계획은 취소됐다.

텍사스 저준위 핵폐기장
투쟁
. 텍사스 주민들은 다양한 연대를 통해 핵폐기장 건설을 저지시켰다. ⓒ 에린 로저스

로저스 씨는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해 얼마나 지질학적으로 안전한지를 철저히 검토하고 이후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거치는 절차를
고려해야 한다. 저준위 핵폐기장 선정의 우선 원칙이 ‘안정성’과 ‘민주적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텍사스 주의 경우 두 가지 모두가
무시되었기 때문에 결국 핵폐기장 선정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가 계속 핵에너지를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원자력 발전으로 발생한 핵폐기물을
수백~수만년 이상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 자연재해, 테러로부터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지 △ 우라늄,
플루토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없는지 △ 핵발전이나 핵폐기장 건설에 관한 결정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핵발전은 점차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책결정 과정에서 대중의 역할이 훨씬 강화되어야 하며, 지하에 핵폐기물을 묻는 것은 반드시
피하고 핵폐기물의 이동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를 염두한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풍력, 태양 에너지와 같은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가능 에너지이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로저스 씨는 “많은 핵 산업 관계자들은 핵에너지가 지구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핵발전은
우라늄 채굴과 농축 과정에서 130만톤이나 되는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핵에너지를 깨끗한 에너지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로저스 씨는 “현재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저준위 핵폐기장 선정 사업에서 민주적으로
주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특히 돈을 써서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못된
절차이므로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는 한걸음 물러서서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이버기자 조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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