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기고]’너무 무지하거나 혹은 너무 외교적이거나’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 환경연합 이상훈 정책실장

갑자기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아태지역 파트너십’은 교토의정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이며 정부는 밀실협상을 통해 이 파트너십에 참여하면서 외교적 일관성을 훼손했고 국회와 국민을 우롱했다. 이에
대해 조현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은 아태지역 파트너십이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첨단 차세대기술의 개발과 기술이전을 위한 협력을
목표로 하고 오히려 교토의정서의 이행을 돕는 협력체제라는 반론을 한 일간지에 투고했다.
자세히 보기(한겨레 독자칼럼 2005년 8월2일자)

그럴듯한 설명을 했지만 이는 한국의 입장이 아니라 미국의 주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전후 사정을 가장 잘 알만한 공직자가
이런 식의 주장을 한다는 것은 너무 무지하거나 혹은 너무 외교적이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아태지역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개발과 기술 이전을 촉진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유엔기후회의에 한번이라도
참여한 사람은 미국이 기술 이전을 가장 반대했던 나라임을 잘 안다. 1995년부터 매년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주요한
쟁점의 하나가 기술 이전 분야였다.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선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게 관련 기술을 충실히 이전하고 지원해야 한다. 물론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지금까지 기술 이전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미국 측은 “기술은 민간기업이 소유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이 ‘공공이 지원한’ 기술이면 개도국에 지원할 수 있는게 아닌가 따져 물어도 미국은
주장을 한치도 굽히지 않았다. 현재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기대한다고 진심으로
주장한다면 이는 너무 순진하거나 무지한 발상이다. 만약 미국의 외교적 압력에 굴복하여 파트너십에 참여하면서 고의적인 거짓을 늘어놓았다면
언젠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조한혜진

미국이 거론하는 기술도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탄소 저배출, 탄소 저장과 포집, 수소, 차세대 핵분열 및 융합에너지 등은 교토의정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청정개발체제조차 고려되는 기술이 아니다. 대부분 미국이 중장기적으로 추구하는 원자력 확대와 청정석탄기술에 기초한
수소 정책에 부합하는 기술이며 원자력 연구자들의 배만 불리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기술이다. 그나마 중국과 인도는 시장을 찾지
못하는 기존 원자력기술과 새로운 석탄 기술에 만족할 만하지만 한국은 이 기술들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정부관계자의 말처럼 파트너십은 일반적인 협력의 다짐이고 아직 파트너십 협정 문안은 세부적으로 논의된 바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일본도 이름을 올린 상태이다. 그러나 만약 이 파트너십이 교토의정서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에 대비하여 하나의 세력으로 형성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섯 나라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억지를 부린다면 추가적이고
강력한 온실가스 의무부담은 물 건너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교토의의정서의 추진력과 구속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외교부 국장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경제신문은 이미 이 파트너십 구성과 성명 발표를 ‘교토의정서 대체안’, ‘새 기후협약’, ‘CO₂전쟁’ 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보도하고 있다. 4월 초에 주요 일간지들이 외교부에서 주관한 ‘APEC 기후변화 워크샵’ 을 다루면서 교토의정서가 사문화 된다거나
한국이 교토의정서 불참을 시사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엉터리기사를 내심 반겼는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정부가
진실을 알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밀실협상의 산물에 대한 환경단체의 우려와 문제제기에 대응하기 전에 일부 언론의 추측과 희망을 담은
왜곡보도, 편파보도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글/ 정책실 이상훈 실장

admin

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