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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방폐장 정책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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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사성폐기물을 중·저준위와 사용후 핵연료로 분리 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하는 지자체에 3천억원 지원은 물론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까지 딸려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지자체들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할 때 혹하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다. 이로써 정부는 20년간 끌어오던 방폐장 문제를 해결했다고 흡족해
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두고 볼 일이다.

방사성 폐기물의 근본적인 문제는 방사능의 99%가 들어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분하는냐에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그 사이 아예 실종된 것 같다. 핀란드와 스웨덴 같은 소규모 원전 보유국 정도가 사회적 동의를
얻으며 그 처분 방침을 결정했는데 그간 정밀 지질조사와 주민 수용성 조사에만 약 20년이 걸렸다. 결국 정해진 처분장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로 원전 부지 자체였다. 또 지하 수백미터 파내려가는 처분장을 건설하는 데에 추가로 20년을 잡고 있다.
수십만년을 견딜 안전성을 확보하고 이에 따르는 연구를 계속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이 정해지면 중·저준위
폐기물은 여기에 따라가는 것이 순리이다. 처분장을 건설하는데 걸리는 40년이면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이 다하고 해체할 때가
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그동안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을 자체 보관하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들 중 국토가 협소한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가 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사용후 핵연료를 최종처분하기 위해서는 처분장 건설과 연구개발 등으로 많은 예산이 든다. 이를
위해서 전기사업법의 규정에 따라 사후처리 충당금을 6조원 가량 적립해왔으나 지금 이 계정에 현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다.
신규 원전을 짓는 데에 다 빌려 주었단다. 그래 놓고는 중요성이 훨씬 떨어지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에 3천억원이라는 터무니없는
큰 상금을 내걸었다. 사용후 핵연료에 비해 중저준위 폐기물 문제는 시급하지 않으며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은 그동안 발전된 기술로
원전내 장기저장을 하고 있다. 큰 돈 나오는데 큰 싸움 벌어진다. 이 돈은 결국 지역주민들 사이를 갈갈이 찢어 놓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곳은 자동적으로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이나 처분시설의 후보지가 될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이곳에 사용후 핵연료를 절대 보관하지 않는다고 “지역 지원법”에
명시했다고 하지만, 이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의 “부지내”에 설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 부지 인근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0년대 과기처와 산자부가 각각 울진 주민들에게 장관 명의로 울진에 더 이상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실제로 울진은 지금도 유력한 후보 부지가 되고 있다. 이는 순리가 아니다. 이런 변칙적인 방폐장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떳떳한 방법으로 추진해 나가기를 바라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사후처리 충당금을 도로 채워 넣고 독립기관에 관리를 넘겨라. 둘째,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인 공감대
하에 추진해야 한다. 셋째, 중·저준위 폐기물은 사용후 핵연료 처분정책을 결정한 뒤 그에 따라 처분하되, 그전까지는 원전내
저장고를 늘려 저장을 하라.

▲이 글은 2005. 6. 20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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